[기자수첩] 자동차 상표권을 둘러싼 공방전 “이름 좀 씁시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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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19 18:31
[기자수첩] 자동차 상표권을 둘러싼 공방전 “이름 좀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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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새로운 SUV를 만들어도 마땅히 붙일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없다기 보단 이미 다른 곳에서 사용하고 있어서다.

▲ 알파로메오가 사용하고 있는 Q4 엠블럼.

아우디는 그들의 승용차엔 알파벳 A와 숫자를 붙인다. A1부터 A8까지 촘촘히 라인업이 들어섰고, A9까지 출시한다는 얘기도 있다. SUV엔 알파벳 Q와 숫자를 붙인다. 현재 아우디가 판매하고 있는 SUV는 Q3, Q5, Q7 등 총 세 차종이지만 앞으로 아우디는 2020년까지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빈 숫자를 빼곡하게 세울 계획이다.

▲ 알파로메오 147 Q2.

특히 미국이나 중국 등 전세계 시장에서 SUV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아우디도 신차 개발과 출시 계획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우디가 새로운 소형 SUV을 내놓는다면 그들의 작명법에 따라 Q2, Q4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Q2와 Q4는 이미 FCA그룹의 알파로메오가 사용하고 있다. 알파로메오는 전륜 혹은 후륜구동엔 Q2, 사륜구동에 Q4라는 서브 네임을 붙인다. 

▲ 이름이야 어쨌든 Q2나 Q4가 나오다면 이런 모습일거다. 사진은 아우디 TT 오프로드 콘셉트.

아우디는 줄기차게 FCA그룹에게 상표권 판매요청을 신청했지만, FCA그룹은 잘라 거절했다. FCA그룹은 굳이 이름을 팔아야 할 이유가 없고, 피아트나 크라이슬러, 알파로메오 등이 아우디와 직접적인 경쟁 브랜드는 아니지만 기분 좋은 일은 아니겠다. FCA그룹이 상표권을 안판다고 하니, 방법은 아우디가 Q2나 Q4의 이름을 쓰고 싶다면 알파로메오를 인수하는 수밖에 없다.

# 오랫동안 지속된 전쟁

사실 아우디가 이름과 관련해 논란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우디는 닛산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인피니티는 1989년부터 Q45란 세단을 판매하고 있었고, SUV에 대해서는 QX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우디가 Q7을 출시하면서 인피니티 측은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아우디를 소송하기도 했다.

소송한 인피니티도 똑같은 이유로 소송을 당한 전례가 있다. 인피니티는 고급 세단에 알파벳 M과 숫자를 붙이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M인 BMW가 인피니티를 소송했다. 

링컨과 혼다도 비슷한 이름으로 얼굴을 붉힌 적이 있다. 2006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링컨이 공개한 MKX를 두고 혼다는 상표권 침해로 포드를 소송했다. 자신들이 판매하고 있는 어큐라 MDX와 이름이 비슷하는 이유에서다.

▲ 현대차 란트라. 포토샵 아니다.

국산차도 상표권과 관련해 약간의 손해를 본적이 있다. 현대차의 엘란트라는 유럽 시장에서 ‘란트라’란 이름으로 판매됐다. 영국 로터스가 자신들의 스포츠카 엘란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다급한 현대차는 맨 앞글자만 없애버리는 유아적인 발상으로 대처했다. 이후 기아차가 엘란의 상표권을 샀고, 현대차는 기아차를 샀다. 결국 란트라는 다시 엘란트라가 됐다.

기아차 K9의 수출명도 당초 쿠오리스(Quoris)였지만, 중국의 코로스(Qoros)가 독일 연방정부에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었고, 기아차는 쿠오리스란 이름을 유럽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으로 이뤄진 자동차 이름이 일반화되면서 상표권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종은 더욱 다양해 질 것이고, 브랜드들이 선호하는 알파벳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좋은 이름까지 연구해야 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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