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SQ5…성능에 대한 목마름
  • 김상영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3.09.04 10:04
[시승기] 아우디 SQ5…성능에 대한 목마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F1 그랑프리와 더불어 최고의 모터스포츠 경기로 인정받는 르망 24시 내구레이스에서 아우디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1999년 첫 출전 이후 총 열두번이나 우승컵을 안았기 때문이다. 

아우디의 수차례 우승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솔린 엔진이 주류를 이루던 모터스포츠에서 디젤 엔진을 도입해 우승을 차지했고, 이제는 디젤 하이브리드 방식으로도 우승컵을 안았다. 모터스포츠에서의 연구와 성과는 고스란히 양산차에 녹아든다.

 

르망 24시 내구레이스에서 얻은 기술력이 여기 스몄을까. 아우디 SUV 최초로 ‘S(Sovereign Performance)’가 이름에 붙은 SQ5 3.0 TDI를 시승했다. 아우디 SQ5의 국내 판매가격은 8650만원이다.

◆ 디젤 엔진임을 의심하다

폭스바겐그룹의 TDI 엔진은 성능이나 효율성도 우수하지만 엔진의 음색이나 부드러운 질감도 일품이다. 성능이 강조된 모델은 고회전을 사용하는 가솔린 엔진에는 못 미치지만 비교적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제공한다. 엔진회전수도 유럽의 다른 브랜드보다 높게까지 가져갈 수 있어 쾌감이 전달되는 영역도 넓다.

SQ5에 장착된 3.0 TDI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은 놀랍도록 거세다. 기존의 3.0 TDI 엔진의 튜닝이 버전이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개발됐고 터보차저가 에어플랩에 나란히 위치하는 바이 터보 방식이 채택됐다. 또 실린더 헤드, 인테이크 캠샤프트 타이밍과 리프트, 피스톤, 오일 제트 냉각과 피스톤 핀 등 엔진 부품 등을 고성능에 적합하도록 새롭게 설계했다고 아우디 측은 설명한다.

 

가속페달의 반응은 고성능 가솔린 엔진에 필적한다. 강력한 최대토크 덕분에 어느 순간에도 순발력을 잃지 않는다. 변속이 되는 순간에도 매끄럽게 힘을 전달한다.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지만 잦은 변속이 지겹지 않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아니지만 계기반 바늘은 신속하게 움직이고 고회전을 오래 유지하면 날카로운 엔진 소리를 즐길 수도 있다.

또 바이터보 방식의 3.0 TDI 엔진이 장착되는 모든 모델에는 배기 장치에 새로운 사운드 엑추에이터가 적용된다. 마치 레이싱카에서나 들릴 법한 격렬하면서도 잘 정제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진다. 이 소리가 실내로 크게 유입되지 않지만 사운드 제네레이터 시스템을 사용해 인위적인 사운드를 실내로 들이는 것보단 낫다.

 

고성능 모델답게 가속페달을 아낌없이 밟았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움직임과 사운드를 내지만 느긋하게 움직일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하다. SQ5의 5가지 주행모드 중 ‘이피션시(Efficiency)’를 선택하면 차이를 크게 실감할 수 있다. 엔진음이나 배기음이 일반 3.0 TDI보다 더 조용하게 느껴진다. 가속이나 스티어링의 반응도 한층 부드럽다.

 

SQ5에 장착되는 바이터보 3.0 TDI은 본질적으론 고성능을 추구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불편함없이 사용할 만큼 활용범위가 넓다. 이와 더불어 SQ5의 공인연비가 일반 3.0 TDI과 동일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 Q5도 성능은 부족함 없었다

지난해 국내서 판매 중인 인기 SUV 십여대를 모아놓고 인제스피디움에서 성능 테스트를 한적이 있다. 싼타페에서부터 2억원에 달하는 신형 레인지로버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SUV 사이에서 Q5 3.0 TDI는 심사위원단으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Q5가 호평을 받은 부분은 서킷 주행에서의 코너링과 안전성이다. 인제스피디움에서 Q5는 한단계 등급이 높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5.0 SC나 메르세데스-벤츠 ML63 AMG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랩타임도 빨랐고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SQ5는 Q5에 비해 전고가 30mm나 낮아졌다. 서스펜션도 고성능 모델에 맞게 변경됐고 거대한 21인치 휠이 적용됐다. 또 브레이크 시스템도 보강됐다. 보닛 안에는 차체 강성을 위해 두 개의 스웨이드바가 설치되기도 했다. 안그래도 잘달리던 Q5가 날개를 단 셈이다.

 

다이내믹 모드를 선택하면 더욱 과감한 주행도 가능하다. 서스펜션은 더욱 단단해지고 스티어링휠의 무게도 증가한다. 또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높게 가져가면서 힘을 폭발시킨다. 출발부터 도로에서 체험할 수 있는 한계점까지 꾸준하다.

 

SQ5의 진가는 코너링에서 발휘된다. 낮아진 전고는 꽤 체감이 크다. 연속되는 코너에서도 쏠림없이 차체를 지탱한다. 빠른 속도에서도 무게중심 이동이 자연스럽다. 회전 반경도 SUV 치곤 무척이나 좁아 더욱 기민하다. 스포츠카를 다루 듯 움직여도 부담없다. 아우디 S모델에서 느낄 수 있는 박력과 강단이 SQ5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운전에 빠져들면 이 차가 SUV라는 것과 디젤 엔진이라는 것을 깜빡 잊게 된다.

◆ 디젤 엔진도 점차 고성능으로

아우디가 속해있는 폭스바겐그룹은 3기통 1.2리터 디젤 엔진부터 V12 6.0리터 디젤 엔진까지 다양한 디젤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폭 넓은 디젤 엔진을 갖추면서 얻은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연료효율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디젤 엔진의 발전속도는 생각보다 빨라서 이제는 가솔린 엔진만의 영역이라고 여기지던 ‘고성능’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디젤 엔진에 일가견이 있다는 BMW도 트라이-터보차저가 적용된 디젤 엔진을 내놓으며 고성능 디젤 엔진 제작에 동참하고 있다. BMW는 이 엔진을 바탕으로 세단, SUV 등에 장착하며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우디 SQ5에 최초로 S가 붙은 것처럼 BMW도 디젤 모델에 M를 붙였다. 공교롭게도 두 엔진은 모두 3.0리터며 독특한 터보 차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연료효율과 친환경성은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다. 가솔린 엔진으로 무궁무진한 재미와 쾌감을 만들어낼 순 있지만 제약이 많다.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처럼 복잡한 신기술을 첨가하지 않고선 최근 트렌드를 쫓아가기 힘들다.

지난 2006년, 아우디는 디젤 엔진이 장착된 레이싱카로 르망 24시 내구레이스의 우승컵을 차지했다. 반신반의하던 마니아들에게 강력한 ‘한방’을 날린 것. SQ5를 보면, 2006년 프랑스 르망에서 펼쳐졌던 반전의 드라마가 현실에서 재연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