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기차 보급을 위해선 '차내 발전기'도 허용해야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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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26 23:50
[기자수첩] 전기차 보급을 위해선 '차내 발전기'도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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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의 한 자동차 기자는 모 브랜드의 전기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6개월 동안 주행을 해보더니 유명한 한마디를 남겼다. ‘인생은 계획처럼 되지 않는다’

기자의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불과 40km. 정상적인 경우라면 130km 넘게 달리는 이 차로 충분히 출퇴근을 하고도 남을 거리다. 하지만 그는 6개월간 세번이나 길에 멈춰야 했고, 그때마다 꽤 고생을 했다고 한다. 이유는 인간의 낙천성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불안해서 단순히 출퇴근만 하고, 정해진대로 충전을 했다. 하지만 이후엔 조금씩 다른 경로, 이를테면 마트도 가고, 친구도 바래다 주는 등 모험을 하게 됐다고 한다. 주행 가능거리가 줄어들수록 불안해졌지만 조금 더, 조금만 더… 하는 식으로 거리를 늘려가다보니 어느새 멈춰서게 됐다는게 기자의 설명이었다. 한번 멈췄으면 다시 안하면 될텐데, 자꾸만 '이번에는 괜찮을거야...'라는 낙천적인 유혹에 넘어가 결국 세번이나 멈췄다고 했다. 

# 불안해서 60km 밖에 못달리는 운전자도...

미국 대부분 운전자의 하루 주행거리는 80km 이내였다고 한다. 따라서 요즘 국내 보급되는 전기차는 대부분 한번 충전으로 120km 남짓을 달릴 수 있는 사양을 갖췄다. 그러나 이 차들로 실제 달려보면 어지간한 운전자들은 간신히 80km 정도를 달릴 수 있다. 시운전 하는 입장에선 과격한 주행도 간혹 하기 마련이어서 주행거리가 좀 짧아지고, 주행거리 표시계에 마진도 있어서 더 짧게 표기 되는 이유도 있다.  

휘발유 자동차를 몰때는 주행거리가 80km 남았을 때 쯤 연료 경고등이 들어온다. 일부 제조사의 차량설명서는 주행 가능 거리를 50km 이하까지 주행하지 말라고 권하기도 한다. 어떻든  보통의 운전자라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전기차는 가득 찼을때 80km라고 하니 매순간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행가능거리가 20km 쯤 남았을때는 어떨까. 실제 경험해보니 공포 그 자체였다. 동부간선도로를 주행하는데, 어느 순간 차가 멈춰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어지간한 보통 운전자가 공포에 빠지지 않고 실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60km 정도 밖에 안된다. 하루 필요한 운전거리에 못 미치게 된다. 바로 이 불안감이 전기차를 사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 불안 없애주는 '레인지 익스텐더'

미국에서 전기차 BMW i3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75%는 차내 발전기, 즉 레인지익스텐더(Range Extender) 옵션을 붙인다. 소형 가솔린 발전기를 싣고 다니다가 배터리가 모두 방전 됐을때 일정 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충전을 해주는 장치다. 

이 옵션을 붙인 사용자들 중 대다수는 이 기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은 장치 덕분에 마지막 0km가 될때까지 운전자는 여유롭게 웃으면서 운전할 수 있게 된다.

▲ 미국에선 'range extender 전기차'로 소개되는 BMW i3

우리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내년에도 계속 지급할 계획인데, 전기차에 레인지 익스텐더를 붙이는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제주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도 레인지 익스텐더를 붙인 자동차를 전기차로 인정하지 않아 전시를 불허한다. 

전기차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고 인식을 향상 시키기 위해 전기차 보조금도 지급하고, 전시회도 개최하는데, 이들에게 ‘수시로 멈춰서는 불안한 차’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줘서는 곤란하다. 어쩌면 전기차 보급의 일등공신이 될지 모르는 레인지 익스텐더, 이는 가솔린의 불필요한 유산으로 볼게 아니라, 소화기 같은 전기차의 안전장치, 혹은 위급 상황에 필요한 부속 중 하나로 여기는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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