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쇼] 야심 가득한 현대차, 정신 차린 기아차
  • 미국 라스베이거스=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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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1.10 18:59
[세마쇼] 야심 가득한 현대차, 정신 차린 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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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 최대 규모의 튜닝 박람회로 불리는 ‘세마쇼(SEMA)’를 다녀왔다. 연이은 세마쇼 취재에서 빠르게 질적 성장을 거두고 있는 현대·기아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도전자의 입장에서 패기 가득한 모습도 보였고, 세마쇼에 관한 이해도나 자동차 애프터마켓 및 문화에 대해서도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 다섯명의 엔지니어와 다섯대의 튜닝카가 놓였다.(사진=라스베이거스 김상영 기자)

◆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세마쇼에 임한 현대차

지난해 세마쇼에서는 기아차가 가장 먼저 프레스 컨퍼런스를 진행했는데, 이번엔 현대차가 세마쇼의 포문을 열었다. 현대차의 분위기는 작년과 사뭇 달랐다. 다섯대의 새로운 튜닝카를 공개했고, 각 튜닝 업체의 CEO 혹은 엔지니어가 프레스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핵심은 튜닝 차종의 다양화다. 기존까지 현대차는 세마쇼에서 제네시스 쿠페 외에는 별다른 튜닝카를 내놓지 않았다. 작년엔 벨로스터 터보도 전시됐지만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저 현대차의 스포츠카 혹은 스포티한 이미지는 제네시스 쿠페가 유일하다는 것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 2014 세마쇼 현대차 프레스 컨퍼런스 현장.(사진=라스베이거스 김상영 기자)

따져보면 제네시스 쿠페가 여느 브랜드의 스포츠카에 비해 주행성능이 뛰어난 것도 아니며, 고급스럽지도 않다. 국내는 물론 북미 시장에서도 명함 내밀 정도의 판매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천마력이든 이천마력이든 제네시스 쿠페 튜닝카는 그저 현대차의 호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현대차가 이번엔 제네시스와 쏘나타를 전면에 내세웠다. 작년과는 접근 방식을 달리했다. 일반적인 모터쇼와 다른 독특한 세마쇼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북미 애프터마켓 시장에서 현대차가 할 수 있는 일이나, 현대차를 통해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것 등을 보여줬다. 또 현실 감각도 나아졌다. 더이상 쓸모없는 ‘좀비 마케팅’은 이번 세마쇼에선 사라졌다.

▲ JP 에디션 쏘나타. 최고출력 높이기가 아닌, 전반적인 주행 성능 강화를 꾀했다. (사진=라스베이거스 김상영 기자)

◆ 단순한 출력 높이기는 이제 그만 "튜닝으로 완성도 높인다"

현대차 측은 쏘나타의 최고출력을 700마력까지 높인 것은 단순한 '숫자 놀음'에 그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신형 제네시스와 쏘나타를 슈퍼카 못지 않게 튜닝해도, 현대차의 새로운 차체가 이를 잘 뒷받침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최고출력 700마력의 쏘나타를 제작한 미국의 튜닝업체 비지모토의 CEO이자 엔지니어인 ‘비지이제리오아(Bisi Ezerioha)’는 “슈퍼카 못지 않은 출력은 충분히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조절됐다”며 “롤케이지나 스웨이바 등으로 강성을 보강했지만 기본적으로 프레임의 한계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 AR550 제네시스. 현대차의 야심이 느껴지는 튜닝카다. (사진=라스베이거스 김상영 기자)

제네시스와 쏘나타를 앞세우면서 메르세데스-벤츠 AMG나 BMW M도 언급됐다. 550마력의 제네시스를 선보인 아크 퍼포먼스의 ‘레리리우(Leery Liu)’ 마케팅 총괄자는 “제네시스는 AMG나 M과 경쟁할만한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며 “AR550 제네시스는 전반적인 주행 성능 향상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비지모토나 아크 퍼포먼스 등은 현대차와 오랜 시간 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튜닝 업체다. 별도의 부스를 마련할만한데, 그러지 않고 현대차를 위해 ‘올인’했다. 별도의 고성능 브랜드가 없는 현대차에 이들은 큰 힘이 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튜닝 업체였던 AMG를 인수한 것과 같은 일이 현대차에게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 역시 이번에도 제네시스 쿠페 튜닝카가 전시되긴 했다. 무려 1000마력의 힘을 낸다. (사진=라스베이거스 김상영 기자)

◆ 최악에서 최고로 발돋움한 기아차 전시관

지난해 기아차는 세마쇼에서 최악의 전시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음악이란 테마로 여러 신형 쏘울 쇼카를 내놓았는데 그저 신형 쏘울을 홍보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기아차의 철학이나 브랜드 정체성 등은 단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 기아차는 '레이싱'이란 테마를 내세웠다. (사진=라스베이거스 김상영 기자)

이번에 기아차가 들고 나온 테마는 ‘레이싱’이었다. 기아차 무슨 레이싱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기아차는 2012년부터 출전한 ‘피렐리 월드 챌린지 챔피언십’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피렐리 월드 챌린지는 미국을 중심으로 열리는 경기로, 기아차는 K5 터보 레이스카로 GTS 클래스에 참가하고 있다. GTS 클래스는 FIA GT4 클래스에 준하는 레이스카가 출전하며 포르쉐 카이맨 S, 애스톤마틴 GT4, 포드 머스탱, 쉐보레 카마로 ZL1 등이 참가하고 있다.

이번 시즌 기아차는 다섯번의 우승과 폴포지션, 열세번의 포디움의 오르며 한국 브랜드 최초로 국제 대회에서 제조사 부문 우승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피렐리 월드 챌린지 챔피언십이 그리 큰 대회는 아니기 때문에 기아차의 이런 쾌거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선지 기아차는 자신들의 성과를 몹시 알리고 싶어했고, 이번 세마쇼에서는 온통 이와 관련된 쇼카 및 튜닝카를 내놓았다. 

▲ 내년 시즌 피렐리 월드 챌린지 챔피언십에서 사용될 기아차 K5 터보 레이스카.

콘셉트가 명확하니 결과물도 훌륭했다. 레이싱을 즐기는 사람이 평상시 타고 다니는 차 ‘하이-퍼포먼스 K9’, 자녀를 제 2의 슈마허로 키울 부모의 ‘얼티밋 카팅 카니발’, 경기장에서 먹을 맥주와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카니발과 쏘울 EV 쇼카 등 튜닝카와 쇼카의 구성은 어느 브랜드 전시관보다 짜임새가 높았다.

▲ 하이-퍼포먼스 K9. 레이서의 일상 생활을 위한 차다. (사진=라스베이거스 김상영 기자)

◆ 앞으로의 질적 성장이 기대된다

현대·기아차는 누가 뭐래도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한 회사다. 하지만 그 고속 성장 사이사이에는 빈틈이나 간과한 부분도 많았다. 단지 차를 판매하는데만 급급했기 때문에, 애프터마켓이나 이를 통한 문화 등은 전혀 신경쓰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질적인 성장에 대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또 한국, 북미, 유럽, 중국 등 현지에 최적화된 접근도 진행하고 있다.

▲ 기아차 전시관은 작년에 비해 훨씬 북적거렸다. (사진=라스베이거스 김상영 기자)

작년과 올해의 세마쇼를 직접 보면서, 현대·기아차의 또 다른 도전과 발전 상황 및 방향을 살필 수 있었다. 새로운 영역에 대해 빠르게 적응하고 발전하는 모습이 내년 세마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또 그 기간 동안의 노력이나 결실도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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