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핸즈코퍼레이션을 가다…"휠 강성이 궁금해? 깨보여주마"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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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17 14:56
[탐방] 핸즈코퍼레이션을 가다…"휠 강성이 궁금해? 깨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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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 벌어졌다. 무려 600kg으로 모서리를 때리는데도 금조차 생기지 않았다. 무게를 줄이면 약해질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 휠은 무게를 13%나 덜어내고도 기준보다 훨씬 강했다. 

지난 7일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핸즈코퍼레이션 본사에 방문했다. 핸즈코퍼레이션은 기자들과 블로거들 20여명이 모인 가운데 ‘2014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에 사용되는 제품에 대한 내구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돼 왔던 ‘가벼운 휠은 약할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문제가 있다면 대화와 소통을 통해 직접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이 내비쳐졌다. 테스트 현장에는 일말의 긴장감도 흘렀다. 기자들 중에는 이 휠에 대해 '못믿겠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기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준비된 휠은 이전 2013년도 KSF에서 사용된 휠, 순정 아반떼 휠, 핸즈의 PR0004 모델 등 3종이었다. 

▲ 인천에 위치한 핸즈 휠 제조공장. 이곳에서 강성 시험이 이뤄졌다.

지난해까지 KSF서 사용하던 '정체 모를 휠'…낙제점

우선 지난해까지 KSF에서 사용하던 휠을 시험했다. 이 휠은 대만산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국산 제품이었다.

타이어가 장착된 휠을 13도 기울여 고정한 후 무게추를 230mm 위에서 떨어뜨려 휠 가장자리 공기구멍 곁을 대각선으로 가격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는게 ISO 표준 시험방법이라고 했다. 현대차가 제시한 아반떼 순정휠의 요구 강도가 489kg인데 추의 무게는 514kg로 정했다. 자사 제품과 대등한지 보여주기 위해 대등한 수준의 무게를 준다는 설명이었다.

2013 KSF에 사용됐던 휠 

"쿵!" 말이 끝나기 무섭게 추가 휠을 내리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허무하게도 휠 가장자리가 깨져 버렸다. 이 이상의 무게를 시험하면 휠이 깨져 시험기에 무리가 생길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 할 정도였다. 앞서 자체 테스트를 했던 표본도 공개했는데, 스포크(살)까지 3개나 부러져 언뜻 보기에도 위험천만해 보였다. 차에 장착된 상태에서 이런 형태로 부러졌다면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 같아 보였다. 

제품 안쪽에는 이 휠이 640kg까지 견딜 수 있다고 표기 돼 있었지만 실제 강도는 그에 턱없이 못미친셈이다. 가벼운 휠이라고 무작정 구입했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겠다. 국내 최대 자동차 경주 대회인 KSF가 지난해까지 이렇게 위험한 휠로 시합을 치렀다니 좀 이해가 안됐다. 

아반떼 순정 휠…'강력함' 그 자체

아반떼 순정 휠에 대해선 핸즈코퍼레이션이 누구보다 잘 아는듯 했다. 아반떼 휠을 만드는게 바로 이 회사였기 때문이다. 아반떼, 싼타페 같은 현대차의 인기 차종 뿐 아니라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등 국산차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등 해외 시장 순정 휠도 만들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6:4 정도로 국내 비중이 높지만 장차 해외 비중을 높여나갈 각오라고 했다. 

시험은 역시 순정 요구 사양보다 약간 무거운 514kg의 추로 했다. 앞서 휠을 박살낸 시험과 동일한 조건이지만, 이번에는 소리부터 달랐다. 좀 둔탁하게 "퉁"하는 소리가 났다. 시험된 휠을 자세히 살펴보니 표면에 도장만 조금 벗겨졌을뿐 달라진 점은 거의 없었다. 이어 무게를 시험 조건보다 훨씬 높은 600kg으로 높여 테스트를 했지만 역시 별다른 흠이 생기지 않았다. 

테스트를 마친 아반떼 순정휠. 가격한 부위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이 적다. 

어지간히 튼튼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듯 했다. 현대차가 당초 아반떼용으로 요구한 사양과 비슷하게 설계했지만, 제조를 거듭할수록 기술력과 노하우가 향상돼 지금은 그보다 훨씬 높은 강도를 견디게 됐다고 했다. 

◆ 2014 KSF 휠…대단한 반전

이어 핵심시험이라 할 수 있는 핸즈프라임의 PR-4 휠을 시험하기로 했다. 이 제품은 아반떼 순정휠에 비하면 13%나 가볍고 앞서 시험한 제품에 비해서도 6% 더 가벼운 8.4kg의 초경량 휠이었다. 

좀 걱정도 됐다. 우선 디자인이 예쁘게 만들어져서 마치 패션 휠을 연상케 했고, 얼핏봐도 너무 경량화 된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제로도 무게가 매우 가볍다고하니 좀 불안해지기도 했다. 

무게 추가 떨어지면서 무거웠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퉁"하는 든든한 소리가 들려서다. 시험기가 들어올려지면서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긁힌 부분을 닦아내니 매끈해졌다. "대단하다"는 탄성도 나왔고 "어디를 쳤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있었다. 실제로도 자세히 봐도 가벼운 긁힘 정도만 있을 뿐 가격한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2014 KSF 경기에 사용되는 핸즈 프라임 휠. 

이 정도 강성은 돼야 자동차 경기에서 사용할 수 있을듯 했다. 늦게나마 이같은 제품을 채택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 정도로도 대단한데, 시험에 이어 추의 무게를 600kg으로 늘려 다시 시험했다. 순정 요구사양보다 30%나 무겁다. 초경량 휠이 이 정도를 견딘다는건 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도 "퉁" 소리와 함께 가볍게 추를 견뎌내 기자들과 블로거들을 놀라게 했다. 

▲ 위부터 2013 KSF휠, 아반떼 순정휠, 2014 KSF휠(핸즈 프라임)의 충격시험 직후 모습. 2013 KSF 휠은 깨져서 손상된 반면 아반떼 순정휠이나 핸즈 프라임 휠은 긁힌 흔적만 남았다.

중력주조와 플로우포밍…열정에 감탄하다

이 회사의 김영식부장은 엔지니어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친절하게 기자들을 상대하느라 바삐 뛰었다. 김부장은 이 제품의 강성이 높은 이유가 중력주조와 플로우포밍 때문이라고 했다. 일반적인 저압주조는 휠 중심부터 용탕(열로 녹여 액체상태인 금속)을 채워 올라가는데 반해 핸즈의 고강도 알루미늄휠 제품은 휠의 바깥쪽부터 용탕을 부어 채워 내려간다는 설명이다. 금속을 빠르게 식히면 강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먼저 식는 바깥쪽이 더 강해지고 그만큼 두께와 무게도 줄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 플로우포밍을 통해 휠의 림 부위 등 표면을 강하게 마찰시키면 휠의 강성은 더욱 높아진다. 플로우포밍은 금속의 표면을 매끄럽게 깎아내는 과정으로 단조가공의 표면과 유사한 성질을 갖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한다. 보다 가벼우면서 강력한 휠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 기자와 블로거들이 핸즈프라임 전시장 앞에 세워진 도요타86 레이스 튜닝카를 살펴보고 있다. 핸즈코퍼레이션은 도요타86만 출전하는 원메이크 레이스 대회를 직접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비록 직원이 1300명이 넘는 중견기업이지만, 그동안은 소비재 판매를 하지 않아서 제조사만 상대 했을 뿐 일반인들에게 이같은 기술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전혀 몰랐다고 했다. 그래선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기술력을  꼼꼼히 살펴보면 놀라운 점이 많다. 앞서 말한 중력주조와 플로우포밍 같은 특별한 기술들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마그네슘휠을 저압주조해 가격을 낮춘 점도 놀라운 점이다.

멀찌감치서 볼때는 휠 제조는 막연히 굴뚝산업의 대표격이라 생각 했는데, 실제로 와서 보니 직원들 개개인의 기술력과 열정이 대단했고, 나도 모르게 그 열정에 동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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