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신형 쏘렌토, 엔진룸 물새나 직접 시험 해보니…"물은 샌다,하지만…"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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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22 16:47
기아차 신형 쏘렌토, 엔진룸 물새나 직접 시험 해보니…"물은 샌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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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아차 신형 쏘렌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이 차의 엔진룸에 물이 샌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비가 오거나 세차를 하면 엔진룸 내부가 물에 젖어 문제가 생길까 불안하다는 내용이다. 사실 확인을 위해 쏘렌토 미디어 시승회에 참가해 직접 테스트해봤다. 

일반적인 상황보다 가혹한 조건에서 테스트하기 위해 자동세차장 대신 셀프 세차장을 찾아가 고압세차기로 물을 뿌렸다. 특히 차량 전면부를 중심으로 보닛 주변 틈새에 집중적으로 분사기를 들이밀었다.

▲ 기아차 신형 쏘렌토 엔진룸에 물이 샌다는 소비자 불만이 있어 고압세차기로 물을 뿌렸다

욕심이 과했던걸까. 비정상적으로 긴 시간인 6분간 물을 뿌리고 보닛을 열어보니 과연 소비자들 주장대로 엔진룸 전체가 물에 젖어 있었다. 어느 정도 물이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많이 젖었을거라고 예상치 못했다. 좀 더 짧은 시간만 뿌려봤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한눈에도 ECU 단자와 헤드램프 뒷부분, 엔진룸 커버, 배터리 부분 등 각종 전기 배선이 모두 흥건했다. 세차 후 보닛을 열어본 소비자가 당황 한 이유가 절로 이해될 정도였다. 

◆ 엔진룸 물 유입, 고무패킹 없어서?…방수 처리돼 문제없어 

우선 다른 모델에 비해 보닛과 차체 사이 틈이 넓게 디자인 된 특징(파팅라인) 때문이다. 이 틈으로 물이 그대로 유입됐다. 보닛을 열어 안쪽을 들여다보니 사이드 고무패킹이 앞쪽에만 있고 양 측면에는 없었다. 넓은 틈새에 고무패킹도 없다 보니 물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구조인 듯했다.

▲ 소비자들은 보닛 측면 안쪽에 고무패킹이 없어 물이 들어오기 쉬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에 물어보니 "고무패킹의 경우 물 유입을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보닛을 닫을 때 생기는 충격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쏘렌토의 경우 보닛을 닫아도 충격이 안 생기는 구조기 때문에 측면 고무패킹을 뺐다"고 설명했다.

또, "엔진룸에 물이 들어가도 부품들이 모두 2·3중으로 방수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물에 닿아도 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품질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엔진룸 물 유입으로 품질에 문제가 생길 경우 평생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기아차, 쏘렌토 '물샘' 직접 시연…수입차도 엔진룸에 물 들어가

사실 BMW나 폭스바겐 등 다른 수입차들의 엔진룸도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빗물이나 고압 호스에 한참 노출되면 모두 내부가 물에 흥건히 젖는다. 

이미 기아차는 지난 4일, 동호회 관계자 5명을 남양연구소로 초청해 수입차인 BMW X3·폭스바겐 파사트와 함께 신형 쏘렌토의 엔진룸 물샘 시험을 실시했다.

▲ 보닛 측면 틈에 집중적으로 물을 뿌렸다

기아차에 따르면 일반 고압세차장(70~100bar)보다 강한 150bar의 분사기로 엔진룸에 물을 뿌린 결과,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든 차에 물이 들어왔다. ECU와 휴즈 등에 수분이 유입됐는지를 확인하고, 시동 및 전자장비 작동 유무를 확인했지만 모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미 해당 문제와 관련해 소비자 불만이 있어 쏘렌토 동호회 관계자들을 남양연구소로 초청해 함께 시험을 했는데, 다들 수긍하고 돌아가는 등 원만히 해결됐다"고 밝혔다. 

◆ 소비자 불만 여전…엔진룸에 물 들어가지 않게 하라더니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의 입장은 이와 달랐다. 기아차가 엔진룸에 물이 들어가면 좋지 않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 6분간 물을 뿌린 후 엔진룸의 모습. 전체가 흥건히 젖어있다

한 소비자는 "기아차가 준 쏘렌토 차량 정비 지침서를 보면 엔진룸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적혀있다"면서 "원가 절감을 위해 얼마 안하는 고무패킹을 제외해 물이 쉽게 들어오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소비자는 "동호회 회원들에게 물을 뿌려 독일산 수입차들과 비교해 보도록 했는데, 물을 너무 많이 뿌려서 경쟁모델도 비슷한 수준의 물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면서 "좀 더 깊이 있는 방법으로 납득시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기아차 신형 쏘렌토 차량 정비 지침서(출처 쏘렌토 동호회)

실제로 쏘렌토 차량 정비 지침서에는 '엔진룸을 물로 닦으면(또는 고압세차) 엔진룸에 위치한 전기회로 또는 에어덕트로 물이 유입되어 정상적인 차량운행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와 '물 또는 왁스 등 액체성 물질로 엔진룸을 청소할 경우 차량의 전기계통에 이상을 초래하여 정상적인 차량 운행이 불가능 할 수 있으므로 액체성 물질로 엔진룸을 청소하지 마십시오'라는 등 엔진룸에 최대한 물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명시돼 있다. 

◆ 엔진룸에 물 들어가도 문제없나?…소비자 안심 대책 마련해야

업계 전문가들은 엔진룸에 물이 들어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란 입장이다. 충분히 방수처리가 돼 기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 6분간 물을 뿌린 후 엔진룸의 모습. 전체가 흥건히 젖어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진과 변속기는 차에서 가장 열을 많이 내는 부품이어서 방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밀폐하지 않고, 이를 통해 물이 들어오는게 일반적"이라면서도 "다만, 기능상 문제는 없지만 소비자를 안심 시키고 오염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물이 최대한 들어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고급스럽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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