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는 모델들이 있다.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PYL'은 '팔리지 않는 라인업'의 약자라는 우스개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목표는 애당초 국내 시장이 아니었다. 해외에선 없어서 못팔 정도의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외에서 판매하는 모델은 무려 50여종. 세계 5위 자동차 업체 명성에 걸맞게 경차부터 대형차, SUV, 상용차까지 전 차종 라인업을 갖췄으며, 해외에서는 현지 전용 모델까지 만들어 팔고 있다.

가장 억울한 건 i30와 쏘울 등이다. 세계 시장에서 인기가 많고 잘 팔리는 모델인데 국내에서는 유독 눈길을 받지 못한다. 제네시스 쿠페, 벨로스터, 카렌스 등도 국내선 존재감이 없지만 해외에서는 선전했다.  

게다가 남의 떡은 더 커보이는 법이다. i10과 씨드 등 해외서 인기를 모으고 있으면서 국내서는 판매되지 않아 더 좋은 차로 보인다. 사실 이들 모델은 국내서 생산되지 않고, 내놓더라도 기존 모델들과 시장이 겹치기 때문에 앞으로도 판매할 가능성이 적다. 일부 소비자들은 "왜 좋은 차를 만들어 국내에서는 팔지 않느냐"면서 불만을 나타내기도 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 팔리지 않는 차까지 내놔 문화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안 팔리지만, 해외에서는 잘 나가는 현대기아차 모델들을 살펴봤다.

◆ 이 차, 국내서 '안 팔려', 해외선 '없어서 못 팔아'

국내에서 가장 적게 판매된 현대기아차 모델은 제네시스 쿠페로, 올해 1~6월 사이 185대가 판매됐다. 한 달에 겨우 31대가 팔린 셈이다. 그러나 제네시스 쿠페는 국내와 달리 미국 시장에서는 월평균 1300대가량 판매돼 소형 스포츠카 시장에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다.

해외 매체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재 신형 제네시스 쿠페를 개발 중이다. 차체를 키우고 5.0리터급 고배기량 파워트레인을 탑재하며, 실내외 디자인을 개선하고 안전·편의사양을 추가하는 등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현대차 벨로스터 터보

6월까지 938대가 판매된 현대차 벨로스터(월 157대)의 경우도 미국에서 1만4970대(월 2495대)가 판매됐다. 국내에서는 3도어의 유니크한 디자인이 통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호주 한 자동차 전문지는 현대차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현대차가 벨로스터 단종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만든 i40도 1384대(월 231대) 팔려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았지만, 유럽에서는 1만1555대(월1926대)나 판매됐다. 다만, 전년(1만4076대) 대비 판매량은 18% 줄어든 상황이다. 

▲ 현대차 i30

국산 대표 소형 해치백 모델인 i30는 국내에서 4099대(월 684대)가 판매돼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나 폭스바겐 골프와 포드 포커스·피에스타 등 쟁쟁한 소형 해치백들이 경쟁을 벌이는 유럽에서는 3만5990대(월 5999대)가 팔리며 꾸준한 실적을 유지했다. 그러나 i30 역시 전년 대비 판매량은 17% 줄었다. 

기아차에서 가장 적게 판매된 모델은 카렌스로, 6개월 동안 2170대(362대)가 팔리는 등 매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1만778대(월 1797대)가 판매됐다.

▲ 기아차 쏘울

국내와 달리 미국에서 기아차 쏘울의 인기는 매우 높았다. 쏘울은 국내에서 2343대(월 391대)가 판매됐지만, 미국에서는 같은 기간 전년(6만3031대) 대비 19% 늘어난 7만4999대(월 1만2500대)가 팔렸다. 이는 경쟁 모델인 닛산 큐브(2294대)와 싸이언 xB(8218대)를 압도하는 수치다. 

기아차 프라이드(수출명 리오)의 경우 국내에서는 5003대(월 834대)가 판매됐지만, 유럽에서는 2만4946대(월 4158대), 미국에서는 1만9966대(월 3328대)가 팔리는 등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프라이드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중국 전용 모델인 K2의 경우 8만2274대(1만3713대)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 해외서 '인기모델', 국내선 '안 팔아'

높은 완성도로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국내에는 판매되지 않는 모델도 많다. 이 차들은 해외 전용 모델로, 아쉽게도 국내 출시 계획은 없다.  

해외에서만 판매되는 현대기아차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미스트라(현지명 밍투)로, 올해 6월까지 중국에서 6만3322대(월 1만554대)가 판매됐다. 미스트라는 현대차가 중국 중형 세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모델로, i40 세단의 중국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차체 크기 역시 아반떼보다 크고 쏘나타보다는 작다. 

▲ 현대차 i10

경차 i10도 유럽 시장에서 전년 대비 35% 늘어난 3만5095대(월 5850)가 팔렸다. i10은 경차임에도 열선 스티어링휠을 비롯해 공기압 경보장치, LED 주간주행등 및 LED 아웃사이드 리피터, 크루즈컨트롤 등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이 장착돼 높은 인기를 모은 것으로 분석된다. i10과 함께 유럽 전용 모델로 개발된 소형차 i20 역시 3만2798대(월 5467대)의 우수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 기아차 프로씨드 GT

기아차 유럽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한 씨드도 상반기에 3만2826대(월 5471대)가 판매됐다. 다만 전년 대비 판매량은 19% 줄었다. 씨드는 3도어, 5도어, 스포츠왜건 등으로 판매되다 최근에는 1.6리터 직분사 터보엔진이 장착된 GT 모델도 출시됐다. 이 중 3도어 모델은 프로씨드GT로 불리며, 더욱 날렵한 디자인과 스포티한 주행 성능이 강조됐다. 

브라질 전용 모델인 HB20도 주목할 만하다. HB20는 올해 6월까지 5만5736대(월 9290대)가 판매돼 전체 6위에 올랐다. 전년 대비 판매량도 13%나 증가했다. HB20은 85마력의 1.0리터 엔진과 130마력의 1.6리터 플렉스 엔진이 장착되는데, 독특하게 플렉스 엔진 모델은 가솔린과 에탄올이 모두 연료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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