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브랜드 중 입문형 세단이나 SUV는 소비자 진입장벽을 낮출 뿐만 아니라 자사 브랜드로 유입시키는 ‘창구’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만큼은 다르다. 자동차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보여주는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벤츠 A-클래스나 BMW 1시리즈 인기가 낮다. SUV에서도 마찬가지다. 벤츠 GLA나 BMW X1 같은 모델은 도로 위에서 주목받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X1 M35i의 백미는 뒷모습이다. 젊은 감각을 한껏 뽐낼 뿐만 아니라 비율까지 좋아 둔한 SUV 이미지를 잊게 해준다.
X1 M35i의 백미는 뒷모습이다. 젊은 감각을 한껏 뽐낼 뿐만 아니라 비율까지 좋아 둔한 SUV 이미지를 잊게 해준다.

그런데 BMW에서 독특한 SUV를 출시했다. X1 M35i xDrive가 그것이다. BMW에서 가장 작고 저렴한 SUV인데 M 브랜드의 고성능을 더해 7150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달았다. “그 돈이면…”이라는 말이 나올만한 가격이다. 그렇다면 이 차를 탔을 때 “돈값 한다!”라는 말 나올 정도로 설득이 되어야 한다. 과연 그랬을까?

X1 M35i는 단순한 소형 SUV가 아니라 모든 소비자에게 환영 받을 수 있는 팔방미인이다.
X1 M35i는 단순한 소형 SUV가 아니라 모든 소비자에게 환영 받을 수 있는 팔방미인이다.

디자인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곳곳에 M 배지가 붙어있고 M 전용 휠과 브레이크 등을 제외하면 이 차가 일반 SUV인지 전기 SUV인지 고성능 SUV인지 잘 모를 듯하다. 그래도 하나하나 살펴보면 M 모델만의 특징이 곳곳에 반영됐다. 넓은 공기흡입구 디자인을 반영한 범퍼와 함께 그릴과 루프랙, 윈도우 프레임, 사이드 스커트 등을 하이그로시 블랙으로 마감했을 뿐만 아니라 4개 머플러와 디퓨저 디자인도 과감히 노출했다. 앞부분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뒷모습에서 고성능 차 느낌이 물씬 풍긴다.

독특함과 참신함으로 무장한 X1 M35i의 실내. 스포티함에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독특함과 참신함으로 무장한 X1 M35i의 실내. 스포티함에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실내는 고성능과 편안함이 묘하게 섞인 모습이다. 스티어링 휠 12시 방향에 레드컬러로 포인트와 카본 패들이 더해지고 곳곳에 M 배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다. 소소하지만 차 키도 M을 상징하는 색 조합으로 꾸며졌다. 이 밖에 iX부터 시작된 비대칭 실내 레이아웃은 여전히 색다른 느낌을 전한다.

뒷문이 열리는 각도가 여유롭고 입구도 큰 편에 속해 카시트 장착도 수월하다.
뒷문이 열리는 각도가 여유롭고 입구도 큰 편에 속해 카시트 장착도 수월하다.

나머지는 일반 X1이라고 보면 된다. 시트는 허리도 잘 잡아주고 각종 편의 및 안전 장비도 잘 탑재됐다. 실내 공간도 넉넉한 편인데, 이 급에서 뒷좌석 시트백 각도 조절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모델이다. 무릎 공간도 BMW의 가장 작은 SUV로는 넉넉한 수준에 속할 뿐만 아니라 뒷좌석 폴딩도 4:2:4로 접혀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뒷문도 넓게 열리는 덕에 카시트를 들고 드나들기 수월했다.

BMW의 OS9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큰 변화보다 문제점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T맵 선택은 좋은 결정이다.
BMW의 OS9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큰 변화보다 문제점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T맵 선택은 좋은 결정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OS9 최신 사양이다. 하지만 기존 OS8이나 8.5 대비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앱 아이콘을 비롯해 전체적인 디자인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메뉴 구성에서도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공조 장치 조작은 한결 수월해졌다. 온도조절을 비롯해서 풍량 조절이 고정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서드파티 앱을 활용할 수 있게 된 부분일 것이다. 내비게이션도 티맵으로 변경됐다. 단순히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에 지도 정보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도 표시될 정도로 연동성까지 좋다.

M 모델에서만 볼 수 있는 카본 패들. 변속기 성능 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부분도 채워준다.
M 모델에서만 볼 수 있는 카본 패들. 변속기 성능 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부분도 채워준다.

주행을 시작할 차례다. 시동을 걸면 스포티한 배기음을 토해낸 후 이내 잠잠해진다.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 페달 등에서 특별한 진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는 이상 배기 사운드를 비롯해 부밍음도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천천히 주행을 시작한다. 7단 듀얼클러치가 작동하며 바퀴를 굴리기 시작한다. 걱정했던 초반 울컥거리는 반응은 나오지 않는다. 일상적인 주행 상황이라면 듀얼클러치만의 승차감 저하 문제는 나오지 않을 듯하다. 특히 오토 홀드 기능과 함께 세련되게 작동시켜 주는 감각도 좋다. 멈추면 오토 홀드가 작동하는데 가속페달을 밟으면 변속기의 울컥거림을 사라지게 만든 후 부드럽게 오토 홀드 기능이 해제되는 방식이다. 덕분에 언덕길 재출발도 여느 토크컨버터 변속기처럼 부드러운 출발이 가능하다.

B48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 터보 엔진이지만 반응성도 빠르고 선형적인 출력을 발휘한다.
B48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 터보 엔진이지만 반응성도 빠르고 선형적인 출력을 발휘한다.

엔진은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구성을 갖는다. BMW B58 직렬 6기통 엔진에서 2개의 실린더를 덜어낸 B48 사양이다. 실린더만 없어졌을 뿐 나머지 내구성을 비롯해 고성능과 고효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신기술들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밸브 개폐 타이밍 조절로 흡배기 부하를 줄여주는 밀러 사이클 기술, 포트 분사와 직분사를 함께 활용하는 듀얼 인젝션 시스템도 적용됐다.

이런 구성을 바탕으로 엔진은 317마력과 40.7kgf.m의 토크를 만들어낸다. 2.0리터 엔진으로는 충분히 높은 성능에 해당한다. 물론 2.0리터로 400마력 가까이 뽑아내는 엔진도 존재하지만 브랜드의 가장 작은 SUV에 이 정도 성능만으로도 충분히 감각적인 주행이 가능할 것이다.

X1 M35i는 제원상 0-100km/h 가속성능이 5.4초지만 실제로는 5.67초를 기록했다.
X1 M35i는 제원상 0-100km/h 가속성능이 5.4초지만 실제로는 5.67초를 기록했다.

가속 테스트부터 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5.6초 내외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원상 가속 성능이 5.4초였으니 살짝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문제 될 수준은 아니다.

그보다 변속기 내구 성능이 제한적이었다. 한번 런치컨트롤을 이용했으면 다시 사용하기까지 쉬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반복적으로 가속 테스트를 이어가다 보니 특정 단수에서 넘어가지 않고 잠시 멈칫 거린 후 기어 단수를 올리는 모습도 나왔다. 변속기가 버거워한다는 것이다. 이때 가속 성능은 6초 초반대까지 늘었다.

다이나모 계측장비에서 구동출력을 확인한 결과 출력과 토크가 각각 9%와 2% 미만으로 우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이나모 계측장비에서 구동출력을 확인한 결과 출력과 토크가 각각 9%와 2% 미만으로 우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파워트레인이 만들어내는 성능 자체는 훌륭했다. 다이나모 테스트 장비에 X1 M35i를 올려놓은 결과 약 289.7마력과 39.9kgf.m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각 8.6%와 1.9% 구동 손실률이다. 마력도 선형적으로 잘 발휘되는 성격이기 때문에 편안하게 출력을 끌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최대토크가 2500rpm 구간에서 6000rpm 부근까지 35kgf.m 이상을 꾸준하게 발휘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실상 모든 주행 환경에서 높은 토크를 바탕으로 성능을 끌어내기 좋은 성격이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주행 환경에서는 고성능 SUV 성격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스티어링휠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부드러운 성격의 서스펜션 덕분이다. 고성능 모델만의 긴장감을 전달하기보다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족용 SUV에 가까울 정도다. SUV 성격에 맞춰 서스펜션의 스트로크도 꽤 긴 편에 속한다.

여느 BMW M 모델처럼 두꺼운 림 디자인을 갖는다. 하지만 SUV 성격에 맞춰 조작감은 가볍게 튜닝됐다.
여느 BMW M 모델처럼 두꺼운 림 디자인을 갖는다. 하지만 SUV 성격에 맞춰 조작감은 가볍게 튜닝됐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 본다. 변속기는 저단을 유지해 높은 엔진 회전수를 만들어내고 스티어링휠은 조금 더 묵직하게 변한다. 이에 맞춰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엔진도 더 민첩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로켓과 같은 엄청난 가속 성능을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다이나모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듯 출력은 대배기량 엔진처럼 매끄럽게 상승하고 최대토크도 거의 변화 없이 균일하게 유지해 주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동력을 전달해 주는 네바퀴 굴림 방식도 한몫한다. 속도 상승은 빠르지만, 체감 성능은 사람에 따라 조금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편안하면서 강인한 성능을 발휘하는 X1 M35i의 섀시. 일상과 스포티함의 균형을 잘 잡았다.
편안하면서 강인한 성능을 발휘하는 X1 M35i의 섀시. 일상과 스포티함의 균형을 잘 잡았다.

하지만 X1 M35i의 진짜 강점은 코너에서 느낄 수 있다. 일상 주행 때 다소 부드러웠던 서스펜션이었지만 코너에서 차체를 지지해 주는 느낌이 매우 우수하다. 최소한의 롤만 허용하고 이후부터 단단하게 잡아주는 성격이다. 이때 노면을 통해 전달되는 섀시의 강성감도 훌륭하다. M135i가 너무 단단한 성격으로 일상 주행 때 피로감을 느낄 수준이었다면 X1 M35i는 조금 더 여유로움과 타협했지만 달릴 때는 제대로 달릴 수 있는 성격이다.

그렇다고 M135i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핸들링까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아무래도 SUV의 한계인 듯싶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생각보다 조금 늦게 앞바퀴가 반응하고 이어서 뒷바퀴가 따라온다. M135i가 너무 민감한 성격이어서 아쉬웠다면 X1 M35i는 조금 더 민감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중간 정도라면 딱 만족스러울 듯하다.

X1 M35i는 출퇴근부터 서킷 주행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만족스럽다.
X1 M35i는 출퇴근부터 서킷 주행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만족스럽다.

생각지 못해서인지 연비가 깜짝 놀랄 정도로 좋다. 인증 받은 복합 연비는 리터당 10.2km. 연비 신경 안 쓰고 편하게 다니는 경우에 해당될 정도다. 공인 고속도로 연비는 12.2km/L지만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해본 결과 20km/L를 보여주기도 했다. 도심 정체 구간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해도 10km/L 대는 무난하게 보여줬다. 무거운 SUV에 4륜 시스템을 더하고 고성능 엔진까지 품은 탓에 연비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의 결과였다. 하지만 가솔린 터보 엔진은 성격상 가속페달을 밟으면 밟는 대로 연비가 쭉쭉 빠진다는 점은 알아야 한다.

SUV에 고성능이 어울릴까? X1 M35i는 그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했다.

이 시승기를 접한 소비자라면 생각이 크게 둘로 나뉠 것이다. 첫째는 ‘이 차 하나면 다 되겠는데?’가 있을 것이고 둘째는 ‘이도 저도 아닌 차네?’라고 말이다.

그렇다. 또렷하고 명확한 성격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X1 M35i는 이도 저도 아닌, 그저 7000만 원짜리 BMW의 작은 차 정도로 치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크기, 적당한 공간, 온로드와 오프로드도 누비고, 높은 성능을 발휘하면서, 연비를 비롯해 세금 등 유지비도 적당한 차를 생각한다면 X1 M35i만한 차도 없다. 그만큼 이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층은 뚜렷하다.

‘그 돈이면’으로 시작하면 고민은 끝도 없다. 적당한 선에서 모든 부분이 만족스러운 차를 찾는것 또한 무척 어렵다. X1 M35i는 그런 고민을 말끔히 씻어줄 매력적인 SUV임엔 틀림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