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전략을 재수정하기로 했다. 공기역학 성능에 집중해 ‘달걀 같다’고 놀림 받은 디자인을 버리고 EQ로 시작하는 이름도 뺄 예정이다. 현재까지 디자인과 모델명 관련으로 아쉬운 평가를 받아왔던 만큼, 이번 전략 재수정이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최상급 전기 세단 EQS
메르세데스-벤츠 최상급 전기 세단 EQS

벤츠의 전기차 라인업인 EQ 시리즈는 공통적으로 극단적인 수준의 매끄러운 디자인을 추구한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 하기 위함이다. 덕분에 EQS는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중 가장 큰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0.20Cd의 탁월한 공기저항계수를 갖는다.

문제는 탁월한 공기 흐름만큼 디자인 평가가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내부적으로 고가 전기차 핵심 구매층에서 EQ 라인업 디자인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보고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퍼 스타진스키(Christoph Starzynski) 벤츠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영국 탑기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런 지적을 받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면서 “차의 미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콘셉트 CLA
메르세데스-벤츠 콘셉트 CLA

대표적인 예로 콘셉트 CLA를 꼽았다. 벤츠의 차세대 플랫폼인 MMA를 바탕으로 개발될 신형 CLA는 매끄러운 곡선을 바탕으로 하지만 굴곡과 각진 형태의 범퍼 등 보다 화려한 디자인 특징이 가미됐다. 그러면서 동시에 탁월한 공기역학성능까지 이끌어내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모델명의 변화도 예고했다. 향후 출시될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전기차 이름은 EQ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스타진스키 부사장은 “모든 모델을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우리의 계획상 언젠가 모든 모델에 EQ라는 글자가 추가되는 것이 불필요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공개를 앞두고 있는 신형 G-클래스 전기차
공개를 앞두고 있는 신형 G-클래스 전기차

EQ라는 이름을 뗴고 등장할 첫 모델은 2024년 공개 예정인 G-클래스 전기차가 꼽히고 있다. EQG가 아닌 G-클래스라는 이름을 유지해 G바겐만의 역사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전기차로 나올 차세대 CLA도 현재 이름 그대로 출시될 예정이다.

모델 라인업이 새롭게 개편되지만 EQ 브랜드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 충전 서비스와 액세서리 등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기술을 위한 브랜드로 남기 때문이다.

전기차 위기론에 대해 스타진스키 부사장은 “고급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약한 중국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유럽과 미국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EQ 브랜드의 성과는 꽤나 낙관적(actually pretty optimistic)”이라고 언급하며 브랜드 전략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모든 모델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총 400억 유로(약 57조 원)를 투자해 전기차 아키텍처 및 차세대 배터리 개발, 새로운 충전 시스템 및 인프라 구축, 전기차 생산 네트워크 확장 등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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