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카니발의 측면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딧세이 등 동급 경쟁모델과 비교해 크게 떨어질뿐 아니라, 점수 자체도 최악에 해당하는 'Poor'를 받았다. 카니발은 국내에서만 매년 수만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 모델로, 대부분 아이와 부모 등 가족 단위로 함께 타는 '패밀리 미니밴'인 만큼 안전성 보강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IIHS의 측면 충돌 시험을 받고 있는 기아 카니발
IIHS의 측면 충돌 시험을 받고 있는 기아 카니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이하 IIHS)가 기아 카니발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충돌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참고로 카니발은 IIHS의 첫 번째 시험 중 측면 충돌 테스트에서 2열 시트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뒷좌석 의자를 앞뒤로 움직이는 시트 레일 결함으로, 기아는 2023년 8월부터 해당 문제를 해결한 개선품을 판매하고 있다.

새로운 테스트에서 시트가 이탈하는 현상은 재발하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측면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르게 달려오는 충돌 장비를 견뎌내지 못하고 B필러가 크게 휘어지며 탑승자의 부상이 큰 것으로 관측됐다. 총점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인 Poor을 받아 가장 안전한 차에 주어지는 TSP(Top Safety Pick) 달성에 실패했다.

전체적으로 차체 구조와 운전석을 보호하는 안전 케이지가 크게 망가졌다(Poor). 운전석에서는 머리/목이 우수하고(Good) 가슴도 양호했지만(Acceptable), 골반은 상해 정도가 컸다(Poor). 조수석은 머리/목과 골반에서 우수했지만(Good), 가슴은 부상 정도가 컸다(Poor).   

기아 카니발은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딧세이보다 안전성능에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기아 카니발은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딧세이보다 안전성능에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동급 미니밴이지만, 카니발과 달리 시에나와 오딧세이는 모두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시에나는 전체 항목에서 모두 Good을 획득하며 IIHS의 강화된 충돌 테스트에서도 뛰어난 안전성을 입증했다. 오딧세이의 경우 뒷좌석 가슴과 골반(Acceptable)을 제외하고는 전부 Good을 받는데 성공했다. 

시에나는 19.5cm, 오딧세이는 24.5cm 공간이 확보된 반면 카니발은 8cm 공간만 확보됐다
시에나는 19.5cm, 오딧세이는 24.5cm 공간이 확보된 반면 카니발은 8cm 공간만 확보됐다

특히, 측면 충돌 이후 카니발의 B필러는 운전석 중앙까지 겨우 8cm 남았을 정도로 처참하게 구겨졌다. 반면 시에나는 19.5cm, 오딧세이는 24.5cm의 공간을 확보하며 탑승객의 충돌 여파를 최소화시켰다. 시트가 떨어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카니발의 차체 강성 자체가 충격에 취약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각 기관에서 시행하는 충돌 테스트의 최고 점수를 받을 수 있을 만큼만 안전설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새로운 테스트나 강화된 테스트가 시작되면 갑자기 저조한 성적을 받는 차량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몇 해만 지나면 제조사들이 금방 맞춤형 설계를 통해 좋은 점수를 받기 때문에 각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측면 충돌 이후 카니발의 모습. B-필러가 실내까지 찌그러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측면 충돌 테스트 역시 IIHS가 2021년 새롭게 제안한 기준으로 진행된 것이다. 기존에는 약 1497kg의 구조물을 약 50km/h의 속도로 차량의 측면을 가격해 안전성을 측정했다. 강화된 기준은 무게를 1896kg으로 늘리고 속도도 약 60km/h로 높였다. IIHS에 따르면 이렇게 바꾸면 차량 측면이 받는 충돌 에너지는 82% 많아진다.

기준을 강화한 이유는 최근 늘어나는 SUV와 전기차 때문이다. 이들은 세단에 비해 훨씬 크고 무겁기 때문에 충돌 시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테스트를 위한 것이다.  

새롭게 도입된 측면 충돌 테스트 장비(좌측). 무게와 이동 속도를 늘려 2배 가까운 충돌 에너지를 전달한다.
새롭게 도입된 측면 충돌 테스트 장비(좌측). 무게와 이동 속도를 늘려 2배 가까운 충돌 에너지를 전달한다.

IIHS는 "2019년 자동차 사고 사망자의 23%가 측면 충돌로 인한 것"이라며 "자동차 제조사들은 향후 차체 구조 강성 증가와 도어 패널의 크로스빔 확대 등 측면 충돌 안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기아는 IIHS 발표 이후 국내에도 2열 시트 레일 보강 관련 무상 수리를 하고 있다. 대상 차량은 2021년 7월 7일부터 2023년 8월 21일까지 생산된 카니발 2057대다.

개선된 카니발은 새로운 시트 레일 탑재로 2열시트가 분리되는 문제를 막았음에도 Poor 점수를 받았다.
개선된 카니발은 새로운 시트 레일 탑재로 2열시트가 분리되는 문제를 막았음에도 Poor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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