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폭스바겐코리아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차량용 안전삼각대와 소프트웨어 문제로 일정 기간 출고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9월까지 집계된 폭스바겐 판매량은 6966대로 전년 동기대비 30.7% 감소했다. 

폭스바겐코리아 사샤 아스키지안 사장,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총괄 신동협 상무
폭스바겐코리아 사샤 아스키지안 사장,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총괄 신동협 상무

폭스바겐코리아는 남은 하반기와 내년 동안 다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전기차 ID.4를 앞세워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이라는 폭스바겐의 전략을 더욱 가속화하고, 폭스바겐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폭스바겐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사샤 아스키지안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취임 2주년을 맞았는데, 개인적인 소회가 궁금하다.

한국에서의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아내는 물론이고, 아이들은 축구도 하고, 태권도도 하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지난해는 정말 의미 있는 한 해였다. 6종의 신차를 선보였고, 10%대의 성장률을 달성했으며, 수입차 점유율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 데다, 부분적인 차량 출고 지연 등으로 여러 분야에서 타격이 있었다.

Q. 판매량은 예년보단 저조한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탓이 크다. 한국에서는 이런 문제가 수출 이슈까지 이어지고 있지 않나. 지금으로선 고객들에게 접근 가능한 경쟁력 있는 자동차를 제공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차들을 소개함에 따라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상반기에는 출고를 지연하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했지만, 7월부터는 판매 회복세로 접어들어 예년과 비슷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하반기에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있었나.

ID.4가 좋은 예다. 정부의 전기차 보급 정책에 발맞춰 신규 고객뿐 아니라 기존 고객들을 위한 특별 프로모션을 마련했다.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월 납입금을 줄일 수 있는 혜택도 마련했다. 카카오T 포인트 증정 등 수요를 촉진하고자 하는 노력도 하고 있으며, 이 외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폭스바겐 ID.4
폭스바겐 ID.4

Q. 딜러에선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공급량이 부족한 건 아닌가.

제타나 골프 GTI 등 일부 차들은 동유럽 홍수 등으로 부품 수급 제한 문제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와 별개로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코로나19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많이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100% 회복된 상황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물류와 운송 체계도 아직 완전히 복구되진 않았다.

Q. 서비스네트워크 확장 계획은 있나.

서비스센터 규모의 적정성을 평가할 때 두 가지의 기준이 있다. 주택 밀집 지역에서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차를 맡겼을 때의 대기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현재로선 충분한 수준의 서비스센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센터가 33곳인데, 현재의 판매량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정도다.

Q. 국산차와의 간극이 점차 좁아지는 것 같은데,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할 방안이 있나.

한국의 자동차 시장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이렇다 보니 여러 회사들이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폭스바겐만의 차별점이라면 독일의 엔지니어링 기술력과 최상위 품질의 원자재, 조립 품질 등을 들 수 있다.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주행 질감이나 감성 품질도 경쟁력이 있는 분야고, 공간 구성이나 사양 등도 강점이다. 제타부터 투아렉까지 합리적인 엔트리 모델부터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럭셔리 모델을 아우르는 모든 제품군을 갖췄다는 것 또한 차별점이다. 앞으로도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뛰어난 품질, 차별화된 주행 경험과 매력적인 총소유비용(TCO)을 제공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속해서 선보이겠다.

2023년형 폭스바겐 ID.4
2023년형 폭스바겐 ID.4

Q.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 생산분이나 LFP 배터리 탑재 모델을 수입할 계획은 있나.

생산지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안전하고 높은 품질의 차량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ID.4의 가격은 매우 경쟁력 있게 책정되어 있다고 본다. 처음 출시됐을 때도, 올해도 그렇다. 유럽 전기차 중 최대 수준의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고, 다양한 혜택들도 제공하고 있다. 주행 감각이나 품질까지 고려한다면 현재 판매 중인 ID.4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전기차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한국 경제 전반이 안 좋다 보니 자동차 시장 자체가 둔화됐다. 전기차도 마찬가지였다. 둘째로 우리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복잡한 일인 만큼 하루 이틀 만에 끝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전기차가 계속 이어질 트렌드이기 때문에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급하게 움직일 필요 없이 트렌드에 발맞춰 나아가면 될 일이다. 이렇다 보니 하루아침에 전기차만 판매할 계획도 없다. 여전히 가솔린과 디젤을 원하는 이들도 있고, 이에 맞는 라인업을 제공하고 있는 이유다.

Q. 한국의 전기차 시장 전망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한국의 전망은 밝다. 여러 통계를 봐도 충전 인프라가 매우 많다. 고속 충전기가 많다는 것도 굉장히 긍정적인 점이다. 서울과 부산 사이의 거리가 그리 길지 않다는 것도 특징인데, 이는 한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굉장히 넓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폭스바겐코리아가 ID.4를 한국에 빠르게 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폭스바겐 ID.4
폭스바겐 ID.4

Q.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는 고객 중심의 다양한 혜택과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한국은 이미 견고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충전 제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전국에 15만개 이상의 충전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네트워크 커버리지 측면에서는 세계 선두 국가 중 하나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대영채비와 파트너십을 통해 충전 카드, 가정용 충전 키트 등을 제공했고, 올해에는 카카오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Q. 테슬라 슈퍼차저 개방과 관련해서는 어떤 노력이 이어지고 있나. V2L 등 신기술 도입 계획도 궁금하다.

슈퍼차저 개방 문제나 V2L 같은 신기술에 대해선 면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부분들을 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살펴보는 단계다.

Q. 취임 후 '차근차근'이라는 경영 기조를 강조했다. 내년 전략과 신차 계획은 무엇인가.

지난해는 폭스바겐 전시장을 풀 라인업으로 채운 해였고, 올해에는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고자 했다. 내년에는 리뉴얼할 모델들도 있고, 새로운 신차들을 소개할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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