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차든 중고차든 결국엔 내 품을 떠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많은 일반 소비자들은 차를 저렴하게 구입하는데만 집중하지, 정작 손해보지 않고 차를 판매할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다. 이미 새차에 온 신경이 쏠렸거나, 어떻게 팔든 그 가격이 그 가격 아닐까 하는 생각에 휩싸이면 결국 제가격을 받지 못하고 차를 넘기게 되는 일도 발생한다.
중고차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는데 일반 판매자들이 차를 파는 솔루션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머물로 있다. 2005년 중고차등록대수 172만대에서 지난해 338만대로 8년 사이에 두배 가까이 규모가 성장했다. 최근들어 대기업 계열사, 수입차 업체, 렌터카 회사들도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며 연간 30조원 규모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차를 파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은 매매 딜러를 찾아가 차를 넘기거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서 직거래를 진행한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지만 발품을 팔아야 하고, 딜러 수수료가 발생한다. 또 매매 딜러들의 무리한 가격 흥정이나 가격 기준 자체가 모호한 경우도 많다.
◆ 중고차 경매의 시작, 그리고 문제점
판매자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느끼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중고차 경매가 시작됐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경매의 방식과 동일하다. 판매자가 중고차를 등록하면 전국의 중고차 상사법인이나 개인 중고차 매매 딜러가 입찰을 진행한다. 입찰 경쟁으로 중고차 판매 가격을 공정하게 하자는 취지였지만 상사가 운영하는 경매장들은 출품물량을 수급하기 어려웠고, 경매 회원 확보 미흡으로 공정한 가격 경합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담합이 발생하고, 중고차를 출품한 회원들은 이를 인식해 희망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런 악순환으로 중고차 경매는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대우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등 여러 대기업들은 경매의 장점을 알아채고 중고차 경매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온라인이 활성화되면 새로운 중고차 경매 솔루션이 각광 받았다.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물량 수급도 어느 정도 해결돼 가장 이상적인 중고차 판매 솔루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가격 책정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신이나 중고차 시장의 불친절함 등은 여전해 이용자의 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연간 500만대의 중고차가 시장에 나오며 이중 300만대는 중고차 경매로 매매가 이뤄진다. 60%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의 경우도 연간 약 4천만대의 중고차 중 1천만대가 경매를 통해 주인을 찾는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경매로 매매되는 중고차가 고작 3%에 불과하다.

중고차 실시간 경매 어플리케이션 업체 바이카(Bye-Car) 정욱진 대표는 “우리나라에 경우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무척 높다”면서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을 원하지만 매입 딜러들은 어떻게 해서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또 “딜러들이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월 회비를 내야하고 순번제로 차를 매입하는 배당 시스템이 대부분이라 원치 않는 차를 구매해야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 스마트폰 시대, 새로운 중고차 경매 솔루션의 등장
중고차 경매장은 점차 활성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판매자가 직접 경매장에 차를 출품해야 하고 복잡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등 몇몇 근본적인 불편함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런 불편함이 개선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의 손쉬운 사용이나 직관적인 구성이 중고차 경매에 녹아든 것.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차량에 대한 사진과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어플리케이션에 등록된 전국적인 중고차 딜러에게 차량 정보가 전달된다. 스마트폰 시대니만큼 번거로움이 최소화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간단하고 손쉬운 경매 참여가 가능해졌다.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전국적인 딜러 네트워크망을 갖게 되며 실시간으로 입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딜러들의 활동 내역이나 입찰 가격이 공개된다. 입찰 가격이 공개되기 때문에 딜러들의 경쟁이 치열해져 자연스럽게 판매 가격이 상승한다.
또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매매를 확인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내 차의 판매 시세를 가늠하는 좋은 척도가 될 수 있다.
현재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인 바이카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최고가로 입찰한 딜러 세명 중 한명을 판매자가 선택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판매자는 최고가 딜러 세명의 정보와 다른 판매자들의 후기 및 평점으로 확인하고 딜러를 선택할 수 있다.
바이카 정욱진 대표는 “중고차 수출을 목적하는 딜러들은 연식에 상관없이 원하는 차량이 매물로 올라오면 평균적인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입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바이카 어플리케이션은 우리 나라 최초로 매입가가 실시간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더욱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내 차 팔 때, 꼭 알아둬야 하는 것들
1. 내 차 정보는 확실하게 확인한다. 연식, 주행거리, 편의사양, 사고 유무 등은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1년에 2만km를 기준으로 주행거리가 길고 짧은 지를 평가한다. 선호하는 편의사양이 장착돼 있다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내비게이션, 선루프, 자동변속기 등은 많은 딜러들이 선호하는 옵션이다.
2. 견적은 많이 받을 수록 좋다. 온라인 중고차 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 등 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는 솔루션이 다양해졌다.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며 많은 견적을 뽑아볼 수 있다는 말이다.
3.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판매할 중고차의 신형 모델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면, 서둘러서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신형 모델이 출시되면 자연스럽게 중고차의 시세는 떨어진다. 또 수입차라면 품질보증 기간이 남아있는 시점에 판매하는 것이 좋다.
4. 생색을 낸다. 차량 관리를 얼마나 꼼꼼하게 했는지도 중고차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소모품 관리도 필수다. 공식 서비스센터의 내역 증명서서나 차량 관리 증명서를 발급받는 것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