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관성 없는 연비 정책에 제조사들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제조사가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6일, 국토부는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비 사후관리 결과 허용치(5%) 이상의 차이가 발생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각각 10억과 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국토부와 산업부가 엇갈린 연비 사후관리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산업부는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의 연비가 문제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검증 방식이 달라 발생한 차이일 뿐, 허용치 이내에 들어왔다는 설명이다. 다만, 아우디 A4와 폭스바겐 티구안, 미니 컨트리맨, 지프 그랜드 체로키 등 수입차 4종이 허용치를 넘어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계부처의 엇갈린 발표에 제조사에서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연비 사후관리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즉시 '산업부는 맞고 국토부는 틀리다는데, 어디 기준에 따라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크라이슬러코리아(지프) 역시 '산업부 지정 기관에서 측정 받은 대로 연비를 표시했는데, 잘못됐다고 하니 억울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 연비 측정실

이에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제조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와 쌍용차는 그동안 연비 관리를 담당했던 산업부 기준에 맞춰 연비를 측정했고,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한 마디로 국토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은 산업부의 기준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정부에서 산업부와 국토부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연비를 관리하도록 방조해 제조사에 혼란을 준 만큼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다.

▲ 산업부는 수입차 4개 모델에 대해 연비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특히,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산업부와 국토부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6개 브랜드 중 유일하게 산업부에서 지정한 공인시험기관에서 연비 인증을 받았다. 같은 기관에서 테스트를 했음에도 사전 인증은 적합, 사후 검증은 부적합 판정을 받으니 더 억울한 상황이다. 나머지 5개 브랜드는 자체 측정한 결과로 산업부에 사전 인증을 받았다. 

게다가 제조사들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소비자 연비 과장광고 집단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물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앞으로 진행될 소비자 집단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나갈 필요가 있다.

▲ 연비 과장광고 집단소송 대항 모델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제조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할 가능성도 낮고, 소송을 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법부법인 행복마루의 성원영 변호사는 "산업부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국토부는 자동차관리법에 의해 연비 사후관리를 실시했고, 각각의 법규에 근거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라며 "동일한 사안에 대해 각 정부 부처의 판정이 다르더라도 행정상 문제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괜히 행정소송을 해 밉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제조사 입장에서도 행정소송에 심력을 낭비하기보다는 더 큰 규모인 소비자 집단소송을 방어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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