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마세라티의 국내 공식 수입사 FMK 내부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들은 임금 회수 논란 및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충돌했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FMK 소속 근로자들이 지난달 28일 출정식을 열고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페라리와 마세라티 사업부 소속 직원들은 2023년 급여 인상분 반납 통보와 직장 내 괴롭힘, 딜러권 매각 과정에서의 고용 승계 등을 문제 삼았다.  

페라리 반포 전시장에 내걸린 현수막 (독자 제공)
페라리 반포 전시장에 내걸린 현수막 (독자 제공)

이들은 임금 반납 문제가 회사의 일방적인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2023년도 연봉 및 인센티브 인상안에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오른 월급이 6개월간 입금됐고, 최근 회사 측에서 이를 돌연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도 않는건 사실상의 임금 체불 행위 아닌가"라며 "일방적으로 조정한 임금을 다시 환수하겠다고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특정 고위 임직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을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회유하고 있으며, 업무 과정에서 모든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하도록 지시하는 등 본래의 영업 활동까지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라리 반포 전시장에 내걸린 현수막 (독자 제공)
페라리 반포 전시장에 내걸린 현수막 (독자 제공)

마세라티도 상황이 나쁘긴 마찬가지다. 페라리 측과의 임금 차별 문제, 딜러권 매각에 따른 고용 승계 문제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판매 부진에 따른 적자로 급여와 인센티브가 줄었고, 이 과정에서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직원들을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과정에서 딜러 사업권을 매각하는 방향을 놓고도 갈등 중이다. FMK는 마세라티의 부산 지역 운영권을 BMW 딜러사인 동성모터스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FMK에서 동성모터스로 소속이 바뀌게 될 직원들의 임금 감소분에 대한 이렇다 할 보상책은 논의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측 관계자는 "별다른 보상책 논의도 없이 2개월치 급여 지급을 조건으로 한 희망퇴직만 접수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 지역으로 발령을 내주겠다는 언급도 나왔지만, 거주 이전과 관련한 지원책이 없으면 이건 부당 전보 아닌가"라고 말했다. 

마세라티 송파 전시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마세라티 송파 전시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문제는 마세라티의 성적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18년 1660대였던 판매량은 2022년 554대까지 떨어졌다. 그레칼레 출시를 통해 판매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그레칼레의 누계 실적은 151대에 불과하다. 공공연한 경쟁 상대로 지목한 포르쉐 마칸(814대)과 비교하면 더 초라하다. 

이런 상황에서 FMK의 모기업 효성은  2년째 배당금을 받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FMK는 2021년 효성에 7억원을 배당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결산을 통해 10억원을 송금했다. 효성 오너 일가가 FMK 사내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FMK의 자본을 '쌈짓돈' 처럼 쓰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성자동차를 시작으로 곳곳의 딜러사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성자동차와 FMK 뿐만이 아니라 다른 딜러사들에도 각자의 사정으로 상당한 불만이 누적되어있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FMK 관계자는 "근로자들과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고객들의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부산 지역 딜러) 매각과 관련해서 결정된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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