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그룹 산하의 고성능 브랜드 알핀이 무려 7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한다. 스포츠카 A110만을 생산했던 체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전기차 브랜드로 재탄생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르노코리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알핀 A290B
알핀 A290B

알핀은 최근 진행된 인베스터데이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계획을 밝히며 2030년까지 핫해치를 비롯해 로드스터 4인승 쿠페 등을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든 라인업은 오직 전기차로만 구성된다.  

당장 내년에는 알핀의 첫 전기차가 등장한다. 앞서 공개된 A290B 프로토타입의 양산형 모델로, 르노5의 핫해치 성격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의 CMFB-EV 플랫폼을 공유하며, 알핀의 이름에 걸맞게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전망이다. 2025년에는 같은 플랫폼 기반의 C세그먼트 크로스오버도 출시된다. 

2026년에는 알핀 전용 전기차 아키텍쳐인 APP로 만든 전기차가 나온다. 알핀은 이를 통해 차세대 A110을 내놓고, 로드스터 버전도 뒤이어 선보인다. 2027년에 내놓을 중대형급 D·E 세그먼트 차량은 지리홀딩스 산하 로터스 엘레트라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핀 2030년 라인업 티저
알핀 2030년 라인업 티저

이런 변화는 르노코리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르노그룹 귀도 학 부회장이 박형준 부산시장과 만나 부산공장에 연간 20만대 규모 전기차 생산설비 투자를 약속했다. 또, 알핀도 일부 차종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핀의 일부 라인업 생산을 르노코리아가 맡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알핀의 로랑 로씨 CEO는 지난해 파리에서 가진 모터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한국을 찾았을 때 알핀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두 개 정도의 모델을 한국에서 생산·판매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로랑 로씨 알핀 CEO
로랑 로씨 알핀 CEO

알핀의 한국 생산이 확정될 경우 지리 플랫폼 기반의 D·E 세그먼트 차량 생산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르노그룹 루카 데 메오 회장이 지난해 방한해 "르노코리아를 중·대형급 차량의 핵심 수출기지화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알핀은 2027년 북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한·미 FTA를 활용해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닛산 로그를 북미에 수출했듯, 같은 방식으로 생산된 알핀을 미국 시장에 내보낼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코리아가 지리의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진행중인 신차 '오로라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협업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것"이라며 "결국 오로라 프로젝트가 얼마나 성공적일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르노코리아 임직원들에게 배포된 자켓, 오른쪽 가슴에 붙어있는 파란 로고가 알핀이다.
르노코리아 임직원들에게 배포된 자켓, 오른쪽 가슴에 붙어있는 파란 로고가 알핀이다.

르노코리아가 최근 임직원들에게 알핀 엠블럼을 프린팅한 자켓을 배포한 것도 설득력을 높였다.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은 공식 석상에 이 자켓을 입고 등장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덕분에 일부에서는 알핀 브랜드 도입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르노코리아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르노코리아와 알핀이 르노그룹의 일원이라는걸 강조하고, 오랜 기간 쌓여온 헤리티지를 기념하기 위한 목적" 이라고만 답했다.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