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었다. 오래된 토양이나 암석 등에는 방사선 원소가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방사성 원소인 우라늄은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데 이용될 만큼 오랜 시간 지구에 속해 있었다. 핵무기나 원자력발전소와는 상관없이도 말이다.

2011년 3월 일본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370km 떨어진 태평양 앞바다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쓰나미가 일본을 강타했다. 약 15m 높이의 파도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덮쳤고, 6기의 원전 건물 중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이후 2호기, 3호기 그리고 4호기까지 잇따라 폭발하며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땅으로, 하늘로 누출됐다. 

이 사고로 방사능에 대한 전세계적인 공포심은 극에 달했다. 일본은 스스로 안전하다고 얘기하지만, 누구도 불안감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방사선은 눈으로 보이지 않을뿐더러 신체 이상이나 후유증이 여러 형태로 발견되고 그 증상이 몇년후 혹은 수십년 후 나타나기도 한다. 

방사선에 대한 공포감과 잘못된 상식은 ‘괴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본차에서 방사능이 나온다’는 괴담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독자들의 입에서 시작된 이 얘기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동요했고, 방사능 때문에 일본차 구매가 꺼려진다는 소비자도 생겨났다.

◆ 방사능 괴담의 진실을 확인하러 ‘부산모터쇼’로

이에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국산차 및 수입차의 방사능을 측정해보기로 했다. 때마침 열린 2014 부산모터쇼가 제격이었다. 독일에서 공수한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부산 벡스코로 향했다.

가장 먼저 측정한 브랜드는 미쯔오카. 완벽하게 순수한 일본 브랜드다. 해외 생산은 일체 없다. 포드나 BMW 등의 차를 수입해 개조하는 방식이지만 어쨌든 일본에서 생산된다. 그리고 생긴 것부터 뭔가 방사능과 연결고리가 있어보인다.

방사능 메기같이 생긴 미쓰오카 오로치 실내의 방사능 농도는 0.264마이크로 시버트로 측정됐다. 

▲ 일본에서 제작된 도요타 프리우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방사능 수치.

이어 렉서스로 향했다. 국내서 판매되는 렉서스는 전부 일본에서 생산된다. CT200h의 측정값은 0.238마이크로시버트. 도요타는 국내에 대부분 미국에서 생산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백프로 일본에서 제작된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전시됐고, 곧바로 방사능을 측정했다. 결과는 0.200마이크로시버트.

▲ 일본에서 제작된 인피니티 Q50의 방사능 수치.

최근 인피니티의 화려한 부활을 이끌고 있는 Q50도 일본에서 생산된다. Q50의 수치는 0.232마이크로시버트. 그리고 일본에서 생산된 닛산 리프는 0.175마이크로시버트가 측정됐다. 닛산 역시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델은 대부분 미국산이다.

이게 대체 얼마나 위험한 수치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산 벡스코 입구의 방사능을 측정해봤다. 벡스코 현장은 0.264마이크로시버트로 측정됐다. 어라, 이건 여태 살펴본 어떤 자동차 실내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대체 이건 뭔가 싶다.

▲ 부산모터쇼가 열린 벡스코의 방사능 수치.

◆ 측정 장비를 의심하다

모터그래프가 구입한 방사능 측정기 ‘감마-스카우트(Gamma-Scout)’는 겉보기엔 허술해 보이는데 직접 만져보면 더 장난감같다. 그래서 측정하기 전부터 장비에 대한 의심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알고보니 이 '감마-스카우트'는 우리나라 방사능 관련 부서에서도 사용하는 장비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알파, 감마, 베타, X선 등을 모두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했다. 또 휴대하기 간편하고 전자파를 발생하지 않아 항공기 운반도 가능한 제품이란다. 

▲ 현대차 신형 쏘나타 실내에서 측정한 방사능 수치.

기본 단위는 마이크로시버트(μ Sv)다. 참고로 시버트(Sv)는 사람이 방사선을 쬐었을 때 받는 영향을 나타내는 단위다. 1시버트는 1000밀리시버트(m Sv)며, 1밀리시버트는 1000마이크로시버트(μ Sv)다. 강한 방사선의 경우 약 10미터 거리에서도 탐지된다. 최대 1000마이크로시버트까지 측정할 수 있으며 오차 범위는 5% 미만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일반인의 연간 허용범위는 1000마이크로시버트며 50만 마이크로시버트까지는 별다른 증세가 없다고 밝혔다. 만약 미쯔오카 오로치를 24시간, 365일 타고 있다면 피복량은 2312.62마이크로시버트에 달한다. 

일본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에 따르면 1년간 일반인이 자연에서 쐬는 방사선량은 2400마이크로시버트며 X선 가슴촬영 한번에 쐬는 방사선량은 100마이크로시버트다. 전신 CT 촬영은 무려 7만마이크로시버트에 달한다. 방사선은 동위원소에 따라 시기는 다르지만 자연적으로 배출되거나 분해되기도 한다. 

 

◆ 일본차 업체 “방사능 걱정말라”

우연히도 일본차들의 방사능 수치가 다른 대륙 차들에 비해 조금은 높게 나왔다. 하지만 워낙 미미한 수치여서 대기중의 방사능 수치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 브랜드들은 2011년 4월 일본자동차공업협회가 공식적인 방사능 검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전부터 적극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닛산은 일본차 업체 중에서 가장 빨리 방사능 검사를 시작했다. 차체 외관부터 스티어링휠, 타이어, 실내 등과 후쿠시마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 위주로 검사를 진행했다.

혼다도 2011년부터 나고야, 요코하마 및 각 수출항에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도요타도 공장과 항구 등에서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고,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는 “제조 거점이나 차량 선적항의 대기와 차체에서 인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방사선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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