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 추구하는 '출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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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10 16:48
[기자수첩] 현대차 추구하는 '출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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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현대차 양웅철 부회장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장에서 새로 나온 벤츠S클래스 운전석에 올랐다. 곁에 있던 현대차 직원은 "새로 나온 S클래스인데, 성능이 좋긴 하지만 우리 에쿠스에 비해 연비가 떨어집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 직원이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 실상 신형 S클래스는 에쿠스보다 성능이 좋을 뿐 아니라 연비는 훨씬 더 좋다. 

   
▲ 현대차 양웅철 부회장이 신형 S클래스에 타 있다

현대 에쿠스 5.0은 429마력을 내며 표시연비는 7.3km/l(국내 기준)에 불과하다. 반면 벤츠 S500은 4.7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해 455마력을 내며 연비는 유럽기준으로 11.6km/l에 달한다. 고성능인 S63AMG도 585마력에 9.9km/l, 국내 출시 예정인 S350 블루텍의 연비는 무려 18.8km/l(유럽기준)에 달한다. 

최근 현대차의 출시 차량들을 보면 전 차종에 걸쳐 일제히 최대 출력(마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건 크게 잘못된 듯 하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시장에서는 점차 최대출력보다는 차량의 가치와 재미, 안전성과 연비 등을 위주로 차를 만들기 때문이다. 

출력을 높이는 이유도 결국 운전재미를 높이기 위해선데, 최근 현대차가 내놓은 270마력짜리 차를 타보면 이게 무슨 재미가 있나 싶다. 200마력 넘는 K3쿱 터보도 타보면 밋밋하긴 마찬가지다.  

재미를 놓고 보면 150마력짜리 폭스바겐 골프 정도면 무척 재미있고 183마력짜리 BMW 3시리즈면 짜릿한 정도다.  내수 시장만 봐도 국산차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 엔트리 모델인데 이 차들도 모두 출력은 180마력 남짓에 그친다. 연비만 봐도 이들은 '듀얼클러치 변속기', '터보 차저', '디젤 엔진'을 적극 도입하고 연비를 극단적으로 향상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도입하는데 인색해 사실상 몇발짝 뒤쳐졌다. 

다시 말해 막연히 마력 높다고 자랑할 일도 아니고, 소비자들의 더 이상 환심을 살 수도 없다. 단순히 숫자를 늘어놓고 자랑하기 보다는 차를 타보고 느끼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가장 소중히 해야 한다. 그저 마력이 높다고 홍보하는건 자동차 경험이 부족한 후진국에서나 통했던 마케팅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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