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BMW코리아는 전기차 i3를 국내 출시하고 판매에 나섰다. 연간 250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사전 계약은 100대, 환경부와 제주도를 통해서 신청받은 물량도 30대다. 5800만원에서 69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임을 감안하면 순조로운 출발인 셈이다.

 

그런데 BMW i3에는 유럽이나 일본과 달시 차량내 소형 가솔린 발전기(650cc 2기통)를 장착해 유사시 주행 거리를 늘려주는 '레인지 익스텐더(Range Extender)' 옵션이 제외됐다.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렉스(R.EX=레인지 익스텐더) 모델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부와 제주도의 보조금은 '순수 전기차'에만 적용되는 것이라서 레인지익스텐더를 장착한 모델이나, 8월에 출시할 계획인 i8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레인지 익스텐더(650cc 2기통 소형 발전기)가 있어야 할 위치가 비워져 있다

또 BMW코리아 한 상품담당자는 "레인지 익스텐더를 이용하면 배출가스총량제에서도 일반 전기차에 비해 훨씬 낮은 등급을 받기 때문에 정책적으로도 레인지 익스텐더가 없는 모델을 판매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배출가스총량제를 실시하는 세계 2번째 나라다. 배출가스가 많은 차를 팔기 위해선 반드시 배출가스가 적은 차도 팔아야 하며, 해당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판매한 차량 대수에 비례해 과징금을 내도록 돼 있다. 따라서 완전 전기차를 통해 대형차 '판매권'을 쌓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BMW코리아의 상품 담당자는 "해외에서는 레인지 익스텐더 옵션을 선택하는 비율이 절반 정도"라고 밝혔다. 레인지 익스텐더를 장착하면 차량의 운행 거리를 300km까지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만에 하나 방전으로 인해 차가 멈출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BMW i3는 완전 충전시 주행거리가 160km고, 대부분 다른 전기차들도 주행거리가 대부분 100km를 넘어 운전자들의 일상적인 주행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언제든 배터리가 방전돼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차가 보급되는데 장애물이 크다. 따라서 레인지익스텐더는 그 사용빈도가  얼마 되지 않지만 전기차를 보급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장비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같이 전기차 보급에 핵심적인 편의 옵션을 장착한 자동차를 '순수 전기차'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이같은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국내산 전기 자동차들 중에는 '레인지 익스텐더' 옵션을 갖춘 차가 한대도 없다. 국내 시장은 몰라도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 셈이다. 

 

'전기차'라는 것이 이미 정해진 시스템이 아니라 이 순간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 미래의 자동차 형태인만큼 단순히 정부가 정해놓은 기준으로 '순수 전기차'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실주행에서 얼마나 친환경적인 주행을 하는지를 놓고 바라보는 거시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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