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G70 3.3 트윈터보의 가치와 2019년형의 변화
  • 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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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7 15:24
[시승기] 제네시스 G70 3.3 트윈터보의 가치와 2019년형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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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할수록 제네시스 G70 3.3의 가치는 분명히 느껴졌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5000만원에 살 수 있는 '프리미엄 V6 스포츠세단'은 G70이 거의 유일한 듯했다. 고배기량 트윈터보 엔진의 화끈한 퍼포먼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호사였고, 고급 소재와 첨단 기술을 몽땅 집어넣은 상품성은 운전자의 만족도를 한층 끌어올려 줬다. 

처음에는 G70보다 스팅어가 더 좋은, 그래서 더 많이 팔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장착하고 비슷한 첨단 기술이 들어갔지만,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넓은 공간 활용성 등에서는 스팅어가 우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둘이 평균 80점짜리 차라면, 스팅어는 각 항목의 편차가 적은 80점이고 G70은 각 항목의 편차가 큰 80점 같았다. 

그러나 판매량은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로 나타났다. 올해 1~11월 G70은 1만2826대로 스팅어(5319대)를 압도했다. 제네시스와 기아차의 브랜드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꽤 큰 차이다. 마치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다'라고 말하는 듯 G70은 특유의 스포티함을 더욱 강조하며 국산 스포츠세단 시장에 안착했다. 

3.3 트윈터보와 2.0 터보와의 비교는 무의미했다. 2.0 터보도 배기량에 비해 인상적인 주행을 했고, 실제로도 일상 주행에서는 어떤 결핍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3.3 터보는 이와 다른 세상을 열어줬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몸을 시트에 푹 묻어버리는 370마력(52.0kg·m)의 힘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했다. 넉넉함을 넘어 넘칠 정도의 퍼포먼스에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되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주머니 사정이 조금만 넉넉하다면 무조건 3.3 트윈터보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냉정하게 살펴봐도 차에 들어간 사양이 꽤 만족스럽다. 이정도면 G70은 '가성비로 타는 차'라고 불러도 무방하겠다. 한마디로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을 찾는게 빠를 정도로 온갖 사양이 가득하다. 3700만원짜리 2.0 기본 모델에도 8단 자동변속기(전자식 기어레버)에 R-MDPS, 주행모드, ISG, LED 램프, 9에어백,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오토홀드 포함), 열선 시트 등이 들어간다. 상위 트림인 엘리트, 스포츠 패키지를 선택하면 사양을 더 높일 수 있다.  

3.3 최고급 모델을 선택하면 가변기어비 스티어링, 전자제어 스포츠 서스펜션, M-LSD, 헤드업디스플레이, 통풍시트, 서라운드뷰 모니터가 들어간다. 여기에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인 HTRAC과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이탈 방지, 충돌방지, 하이빔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을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G70은 2019년형 모델을 통해 조금 더 상품성을 높였다. 기존 소비자들이 불만으로 여겼던 사양을 추가한 것이다. 물론, 가격도 조금씩 더 올랐다. 

우선,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전동식 테일게이트가 추가됐다. G70 출시 당시 무게를 20~30 kg이라도 줄이기 위해 제외했는데,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에 전동식 테일게이트가 없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에 제네시스는 부랴부랴 연식 변경을 하며 전동식 테일게이트를 넣었다.  

사륜구동 모델에도 기계식 LSD가 들어갔다. LSD는 리미트 슬립 디퍼런셜이라고 불리는 차동제한장치로, G70이 어느 정도 미끄러지는 것을 허락해주는 시스템이다. 이전 모델에는 드리프트를 위해 후륜구동 모델에만 적용했는데, 이를 HTRAC 모델에도 적용하며 '다이내믹 AWD 시스템'이라 이름 붙였다. 후륜구동 수준은 아닐지라도 사륜구동 모델도 미끄러트리면서 재밌게 운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12.3인치 3D 클러스터도 세계 최초로 들어갔다. 클러스터 전체를 디지털화한 후 3D 기술을 추가한 것인데, 별도의 안경이 없이도 3D 화면 구현이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극장에서 보는 3D는 편광 안경을 사용해 양쪽 눈에 서로 다른 정보를 주는 것이다. 반면, G70에 들어간 3D는 양 눈의 시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계기판 앞에 있는 센서가 운전자의 양 눈을 인식해 시차를 만드는 스테레오스코픽 3D 방식이다. 

일부에서는 이 3D 클러스터가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것이라 농담을 할 정도로 만족스럽지 못한 평가를 내렸는데, 직접 사용해보니 꽤 괜찮은 기능이었다. 주행모드에 따라 3가지 화면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고, 원치 않는다면 3D 기능을 끌 수도 있다. 물론, 이 옵션은 무려 98만원짜리로, 냉정히 생각하면 3D 클러스터 대신 다른 옵션을 고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하다. 

공기 청정 모드도 2019년 모델에 추가됐다. 센터페시아 왼쪽 하단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공조기가 내기 모드로 바뀌는데, 내부 공기를 차단한 채 실내 순환 공기를 반복 필터링해 미세먼지를 줄인다.

시승을 하며 이 기능을 실제로 써봤는데, 확실히 미세 먼지는 0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새집증후군의 원인인 포름알데히드의 양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치상 '아주 좋음~좋음'으로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외부 환기와 청정 모드를 알맞게 사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고성능 스포츠 세단 이미지를 위한 19인치 다크스퍼터휠도 2019년형 모델의 포인트다. 기존에 있던 멀티스포크 알로이휠은 뭔가 얌전한 느낌이었다면, 이번에 들어간 다크스퍼터휠은 G70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킨다. 디자인뿐 아니라 브레이크 냉각 기능을 더 빠르게 해주는 열관리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너무 칭찬이 가득한 시승이었지만, 실제로 G70을 타면서 좁은 뒷좌석과 확확 떨어지는 연비를 제외하고는 단점을 찾아내기가 무척 어려웠다. 

물론, G70에 대해 그리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은 점도 있다. 그러나 이런 칭찬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가격이었다. 경쟁 모델로 꼽은 C클래스와 3시리즈에서 이 정도 성능을 내는 V6 모델을 사려면 적어도 1억원 정도는 내야 하는데, G70은 이들의 절반 수준의 돈만 내면 이와 비슷한 수준의 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감히 G70을 어떻게 이들과 비교하느냐겠지만, 어차피 선택은 가진 돈에 맞춰 원하는 취향(또는 사양)을 결정하는 소비자의 몫이다. 그리고 G70은 여러 부분에서 선택받기 충분한 그런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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