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70, 시승기 같은 감상기…'좋긴 한데, 2% 아쉬워'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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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04 14:13
제네시스 G70, 시승기 같은 감상기…'좋긴 한데, 2%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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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성과 탄식이 동시에 나왔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한 디자인, 강력한 파워트레인과 첨단 사양, 소재의 고급감과 마감의 완성도 등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차가 한 눈에 봐도 '제네시스의 G70'임을 느낄 수 있는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은 보이지 않아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현대차는 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미디어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제네시스 G70 비공개 프리뷰 행사를 진행했다. 워낙 보안이 중요한 행사라 사진 및 영상 촬영과 녹음, 심지어는 스케치까지 금지된 상태로 열렸다.

G70에 대한 현대차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제품 설명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이들보다 더 고급스럽고 더 빠르다고 자랑했다. 

15일 정식 출시에 앞서 제네시스 G70을 직접 본 소감을 간단히 적어본다. 참고로 현대차는 당분간 G70 아랫급 모델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계획이어서 G70은 앞으로 제네시스 세단 라인업의 막내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 매력적인 쿠페 디자인…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전체적으로 매끈하게 이어진 외관은 극단적인 롱노즈-숏데크 형태다. 보닛을 길게 잡아 뺀 뒤, 트렁크 라인을 최대한 줄였다. 일반적인 세단에서는 상상도 못할 비율로, 실루엣만 봐서는 2도어 쿠페 모델이라 해도 믿겨질 정도다.

 

전면부는 G80 스포츠에서 선보였던 매시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됐는데, 단순히 그물망을 짠 것이 아니라 연결 부분에 포인트를 주는 등 디테일을 살려 고급스러움을 연출했다. 그릴과 연결되는 램프의 위치도 꽤 낮은 편이고, 범퍼 디자인도 과격하다.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에 어울리게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듯한 역동적인 자태를 완성했다. 

그런데, 보면 볼 수록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루엣은 인피니티의 쿠페 모델인 Q60과 비슷했고, 보닛의 볼륨과 라인은 그랜저를 떠올리게 했다. 다행히 그릴 디자인은 G80에서 시작된 제네시스의 패밀리룩이 적용됐지만, 헤드램프의 위치 및 주간주행등은 아반떼 스포츠에서 본 것과 매우 닮은 모습이었다. 

 
▲ 현대차 아반떼 스포츠

당시 현장에 있던 담당자는 G70에 적용된 주간주행등은 제네시스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앞으로 제네시스 전 차종에 적용시킬 예정이라 밝혔다. 아반떼 스포츠에 사용한 디자인을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대표 디자인으로 사용한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측면은 캐릭터 라인을 2중으로 그었고, 면 기술을 이용해 음영을 잘 살렸다. 볼륨감 넘치는 보닛에서 이어지는 루프라인은 매끄럽게 트렁크 끝으로 떨어지는데, 그 끝은 살짝 올려 멋스러움을 연출했다.

 

후면부는 차를 넓게 보이기 위해 가로 디자인을 적극 사용했다. 머플러 역시 가로로 긴 타원형을 범퍼 하단 양 끝에 배치했다. 다만, 테일램프는 G80과 EQ900에 사용된 디자인을 잘 조합한 듯한데, 'ㄴ'자 형태로 이어지는 램프 라인은 BMW의 그것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 프리미엄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실내…소재, 마감은 동급 최고

실내는 꽤 인상적이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돈을 아끼지 않고 만들었다는 티가 났다. 마치 '나 잘했지'라는 소리가 듣고 싶은 어린애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공을 들인 듯했다. 비슷한 가격대의 어떤 모델과 비교해도 앞설 정도로 만족스럽다. 

특히, 사용된 소재와 마감 완성도는 단점을 찾기 힘들 정도다. 시트와 도어 트림은 고급 가죽을 사용해 만들었고, 다양한 패턴의 스티치를 적용해 멋을 냈다. 여기에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저절로 허리를 조여주는 '드라이브 모드 연동 볼스터' 기능 등의 첨단 기술도 추가됐다.

 

그랜저에서 시작된 플로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제 대세로 자리잡은 듯하다.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화면이 운전자의 눈높이와 가까워져 시인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고,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는 레이아웃의 자유도가 높고,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깔끔해지는 장점이 있다. 

몇 가지 개선점도 있어 보였다. 우선, 고급감과 조작감이 떨어지는 로터리 버튼이 3개나 들어갔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엔트리급 모델에만 적용하는 등 점점 사용하지 않고 있는 방식이다. 3.3 트윈터보 모델에도 스포티한 디자인의 D컷 스티어링휠이 적용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

 

EQ900에 세계 최초로 탑재됐다는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은 실용성이 다소 떨어질듯하다. 키와 앉은키, 몸무게 등을 입력하면 시트·스티어링휠·사이드 미러·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위치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기능인데, 사람마다 팔길이와 얼굴 크기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추가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공간은 좁진 않지만 그리 넉넉하지도 않다. 스팅어에 비해 차체와 휠베이스가 작은 탓인지, 그리 편하게 앉기는 힘들어 보였다. 또, 최고급 트림인 듯한데도 뒷좌석 사양이 그리 좋지 않은 듯했다.

 

# 국산차 최고의 주행 성능…3시리즈 벤치마킹한 보람 있네

시승은 못했지만, 공개된 제원을 스팅어와 비교하면 G70의 주행 성능이 대략적으로 유추된다. 일단, 파워트레인은 스팅어와 같다. 2.0 터보는 255마력에 35.9kg·m, 2.2 디젤은 202마력에 45.0kg·m, 3.3 트윈터보는 365마력에 52.0kg·m다.

G70의 모든 주행 능력은 스팅어보다 앞선다. 스팅어에 비해 차체가 작고 가볍다. 행사 당시 정확한 크기와 무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대차에 따르면 G70의 차체 무게는 BMW 3시리즈와 비교해도 10kg가량 가벼운 수준이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도 4.7초로 줄였다(3.3 트윈터보 기준). 일부에서는 스팅어보다 겨우 0.2초 줄어든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0-100km/h가 5초 미만인 차에서 0.1초를 줄이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차 관계자 역시 "G70의 제로백인 4.7초는 3시리즈와 C클래스를 능가하는 것으로, 마세라티 콰트로 포르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도로를 주행 능력 역시 G70이 스팅어를 앞설 것으로 보인다. G70의 휠베이스가 스팅어에 비해 70mm가량 짧기 때문에 보다 민첩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팅어의 경우 실내를 키워 가족 단위로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패밀리 세단으로 만들어졌고, G70은 운전자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정통 후륜 스포츠 세단으로 만들어졌다.

게다가 스팅어 고급 트림에서나 선택할 수 있었던 런치 콘트롤을 비롯해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R-MDPS)과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 시스템과 기계식 차동기어 제한장치(M-LSD), 브렘보 디스크 브레이크와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 시스템 등의 첨단 주행 시스템이 전 모델에 모두 적용됐다.

# 가격은 스팅어보다 15~360만원 비싸

가격은 G70이 스팅어에 비해 트림별로 15~360만원 비싸다(옵션 제외). 아무래도 기본으로 적용된 사양이 더 우수하기 때문에 조금씩 높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특히, 이 가격은 추가 옵션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G70에는 기본 사양뿐 아니라 트림별로 다양한 고급 사양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모든 옵션을 추가할 경우 가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세부적으로는 가솔린 2.0 터보는 3750~4045만원으로, 동급 스팅어(3500~4030만원)와 비슷하다. 고급 트림은 15만원 차이에 불과하지만, 엔트리 트림의 가격이 250만원이나 높다.

2.2 디젤은 4080~4375만원으로, 동급 스팅어(3720~4280만원)보다 비싸다. 이 역시 고급 트림은 95만원 차이지만, 엔트리 트림은 360만원이나 비싸다.

3.3 가솔린 터보에서는 가격차가 꽤 줄어든다. G70 3.3 가솔린 터보의 가격은 4490~5230만원으로, 동급 스팅어(4460~5110만원)와 비교해 엔트리 트림은 30만원, 고급 트림은 120만원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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