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BMW·벤츠·아우디, 독일 3사의 '소형 SUV 전쟁'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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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04 15:22
[이완 칼럼] BMW·벤츠·아우디, 독일 3사의 '소형 SUV 전쟁'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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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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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와 벤츠가 잰걸음을 보이네요. 소형 SUV 출시와 관련해 희미한 구상만 공개됐을 뿐 언제, 어떤 형태로 소형 SUV를 내놓을지 아직 선명한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B세그먼트 SUV에 뛰어든 아우디는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 X1으로 가장 일찍 움직였던 BMW

흔히 프리미엄 3사로 불리는 독일의 아우디, BMW, 그리고 벤츠는 SUV를 오프로드 중심에서 온로드 도심형으로 돌려놓은 핵심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낸 이들은 수익성 높은 비싼 SUV 판매에 전력을 다했죠. 그리고 2009년 BMW는 X1이라는 C세그먼트 준중형 SUV를 3사 중 가장 먼저 내놓게 됩니다.

X1 / 사진=BMW

최저지상고가 낮아 전통적 SUV 느낌이 나지는 않았지만 BMW 특유의 주행 감성을 유지하며 판매량을 크게 늘려갔죠. 아우디 Q3가 2011년에 나오기 전까지 X1은 고급 콤팩트 SUV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는데요. Q3가 나오면서 경쟁 구도가 생겼고, 다시 여기에 2013년 벤츠가 GLA를 내놓으며 3사의 콤팩트 SUV 경쟁은 본격화됩니다.

마진 좋은 SUV에 매료된 제조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핫한 트렌드는 B세그먼트 SUV가 등장하면서부터 더 큰 변화를 맞게 됩니다. 고급 브랜드가 준중형 SUV급 이상에서 서로 치고받는 동안 쉐보레(트랙스), 오펠(모카), 푸조(2008), 다치아(산데로), 르노(캡처) 등이 2010년 이후 나오기 시작하며 소형 SUV 시장을 빠르게 넓혀간 것이죠.

2008 / 사진=푸조

그리고 조금 늦었지만 한국과 일본 자동차 회사들도 소형 SUV 영역에 발음 담그며 경쟁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소형 SUV에 달려들 동안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들은 여전히 거리를 뒀습니다. 그나마 미니가 컨트리맨 정도로 참여하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관망만 하기엔 시장이 너무 커졌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년에 백만 대 수준에서 B세그먼트 SUV 시장은 수백만 대 파는 단계로 성장했고 이제 2~3년 안에 7백만 대 이상을 매년 판매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마진이 좀 적더라도 점유율 싸움을 해야 하는 고급 브랜드들도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 프리미엄급 B-SUV 첫 테이프 끊은 아우디 Q2

BMW가 준중형 SUV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다면 이번 소형 SUV 시장에는 아우디가 먼저 발을 담갔습니다. 2016년 Q2를 내놓은 것인데요. 다재다능한 MQB 플랫폼을 통해 아우디는 전장 4.2m짜리 SUV로 빠르게 자리 잡았습니다. 독일은 물론 유럽 내에서도 인기가 높은데 무엇보다 매력적인 스타일이 크게 어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Q2 / 사진=아우디

그렇다면 경쟁사인 BMW와 벤츠도 아우디 Q2의 선전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죠. 두 회사 모두 내부적으로 양산을 위한 최종 결정 단계에 이르렀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벤츠 소형 SUV(가칭 A 어드벤쳐)는 빨라야 2022년, 늦으면 2023년이나 돼야 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BMW 소형 SUV 역시 정확하게 언제 출시될지 아직까지 결정이 안 된 듯합니다.

# BMW 어반 크로스, 벤츠 A 어드벤쳐

BMW는 몇 년 전부터 어반 크로스(Urban Cross)라는 이름으로 소형차를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소형 SUV 이름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는 커 보입니다. MINI를 만드는 UKL2 플랫폼을 통해 기술적으로 그리 복잡하지 않은 차가 될 것이라는 게 아우토빌트의 얘기였는데요.

쿠페형 콤팩트 SUV X2의 스케치 / 사진=BMW

고마력 모델부터 3기통 가솔린 엔진에 하이브리드 기술이 접목된 연비형 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매체는 예상했습니다. 또 새로운 BMW 수석 디자이너가 된 요제프 카반의 손을 거친 어반 크로스 스케치가 이미 이사회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고 하니 스타일이 기대됩니다. 문제는 언제쯤 나올 것이냐인데, 2020년 이후가 유력해 보입니다.

# 아우디 Q1으로 경차급 SUV 시장에 도전

이처럼 벤츠와 BMW의 소형 SUV 출시가 몇 년 이상 걸릴 상황에서 아우디는 Q2보다 더 작은, 거의 경차급 SUV Q1을 빠르면 2019년, 늦으면 2020년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올 하반기 VW이 내놓을 T-크로스의 아우디 버전이 될 수 있을 텐데요. 티록과 Q2, 티크로스와 Q1으로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작은 SUV 라인업은 틀을 갖추게 됩니다.

T크로스 브리즈 콘셉트카 / 사진=VW

경쟁사들은 아직도 B세그먼트 SUV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우디는 한발 먼저 더 작은 영역까지 파고들게 되는 것인데, 거대한 자동차 그룹이 가진 기술과 플랫폼 공유 이점을 톡톡히 보는 거 같습니다. 벤츠와 BMW가 과연 경차급 SUV 만들기에 동참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쨌든 크고 비싼 차, 고성능 자동차만 만들던 고급 브랜드들이 이렇게 작은 SUV 시장에 마구 뛰어드는 거 보면, SUV가 대세이긴 대세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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