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인피니티 Q50 하이브리드란 무엇인가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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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18 13:32
[시승기] 인피니티 Q50 하이브리드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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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세단이란 어떤 의미일까. 인간이 차를 타고 달리는 것은 어쩌면 원시시대부터 이어지는 본능이다. 우리 선조들이 말을 타고 달려왔듯 우리의 핏줄에는 보다 빠르고, 보다 강력하게 달리는걸 즐기고 동경하는 DNA가 아로새겨져 있는 것이다. 단순히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수단 뿐 아니라 더 힘차게, 더 빠르게 달리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위한 자동차. 그게 스포츠세단이다. 

그런데 그 본능적 욕구를 충족 시켜오던 독일 제조사들은 어쩐일인지 점점 부드러운 자동차를 만드는 쪽으로 전향해가고 있다. 북미 시장이나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어쨌건 과거의 독일차를 떠올리게 하는 차는 이제 몇 남지 않았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인피니티 Q50은 그래서 더 반갑다. 더 빠르고 더 강력해진 자동차. 더구나 연료비까지 절약할 수 있는 Q50 하이브리드가 어떤차인지 궁금했다. 

# 닛산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에서 가장 빠른 도로용 차는 무엇인가. 모두가 알다시피 포르쉐 918(경량버전)이다. 6분 57초. 7분 이내의 기록을 낸 최초의 로드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이런 슈퍼카라면 12억원에 육박하는 가격도 그런가보다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이 차에 가장 가까운 속도를 내는차는 뭘까. 불과(?) 1억원 남짓한 닛산 GT-R 니즈모다. 이 차는 포르쉐 918의 십분의 일 정도 가격인데 뉘르부르크링 기록은 불과 11초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렉서스 LFA, 포르쉐 911 GT2 RS, 파가니 존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도, 엔초 페라리,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스포츠카가 모두 이 차보다 한수 아래다. 

▲ 인피니티-레드불 레이싱팀의 2013년 F1머신과 인피니티 Q50의 사이에 드라이버 마크웨버가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빠른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 그 회사에서 만들어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하이브리드  스포츠세단, 그게 바로 Q50 하이브리드다. 

# 시동을 걸어보자 '애게'

인피니티는 원래 시동 버튼과 함께 "우르릉"하는 소리로 피를 끓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 차는 시동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시동이 걸리지 않은채로 움직이는 하이브리드카여서다. 그래서 저속으로 달릴때는 "띠잉띠잉-"하는 종소리가 나도록했다. 인피니티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런데 가속페달을 밟으니 '찌릿'하고 등이 떠밀려지는 느낌이다. 모터의 힘만도 결코 만만치 않다. 가속페달을 좀 더 깊이 밟으니 엔진 시동이 걸리는데, 도입부가 아주 매끄러워 시동 걸리는 순간이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부터 인피니티의 핏줄임이 부각된다. 등이 떠밀려지고 머리가 머리 받침에 꼭 붙은 상태 그대로 시속 100km, 이제 가속이 끝나나 싶은데 등이 계속 등받이에 달라 붙어있다. "헉" 하는 외마디가 잠깐 나오자마자 200km/h까지 어렵지 않게 가속돼 버린다.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더해 364마력이다. 300마력만 넘어도 컨트롤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거기다 저RPM에서도 차를 쭉 밀어 붙이는 전기모터가 달려있으니 출발 가속은 더 짜릿하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연비를 위해 장착된게 아니라 성능을 더하기 위해 장착됐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기름 떨어지는게 눈에 보인대서야 좀체 밟을 수 없기 때문일까. 명실공히 고성능 스포츠세단인데도 불구하고 연비는 12.6km/l나 된다. 현대 쏘나타 2.0이 달성하고 싶었다던 바로 그 연비다. 미래의 고성능 스포츠카는 이래야 한다는걸 보여주는 듯 하다. 

BMW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액티브하이브리드 3시리즈가 전기모터와 함께 340마력을 내면서 세계 시장에서 BMW 335i를 서서히 대체하는 3시리즈의 플래그십인데, 그보다 인피니티 Q50이 좀 더 빠르다. 

# 누구나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DAS' 스티어링

스티어링휠은 정말이지 누구나 깜짝 놀랄 정도. 건드리는 순간 차가 꺾인다. 믿어지지 않는 정도로 기민하니 놀랄 수 밖에.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직진성향이 확고하고 바위 같이 한치 흔들림도 없다. 

이렇게 기민하면서도 신뢰감 높은 조작감은 통상 관념과 반대로 물리적인 핸들 축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다. 이 차는 세계 최초로 핸들 축이 물리적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은 자동차다. 운전자가 핸들을 돌리는게 전기 신호로 바뀌어 모터를 통해 바퀴를 좌우로 꺾는다. 

사실 처음에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불안해서 어떻게 타냐'고 했다. 그런데 직접 조작해보니 '다른 회사들은 이런 훌륭한 시스템을 왜 장착 안하나'싶어 좀 답답해지기까지 한다. 물론 장치는 언제나 고장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시스템문제나 전기방전등 위급상황에선  축이 연결돼 물리적으로 핸들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장점은 그 뿐 아니다. 고속도로를 달릴때면 자신도 모르게 차선 가운데로 달리게 된다. 이 차 핸들은 옳게 운전하는 쪽으로 움직일때는 쉽게 돌아가고 반대로 운전하면 미세한 반발을 준다. 고속도로를 달릴때는 차선의 중앙으로 달리도록 도와주고 코너를 돌때도 그에 맞게 핸들 조작이 쉬워진다. 더구나 노면이 기울어진 도로에서도 차가 한쪽으로 쏠리거나 하는 일이 없고 불규칙한 경우에도 다른 차들에 비해 세련된 느낌으로 달릴 수 있다.

고속에서는 돌덩이 같이 딱딱해져서 약간 돌리기 힘들 정도까지 되는데, 세바스찬 베텔이 튜닝에 참여했다는게 여실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터치패널을 통해 핸들의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조절할 수 있는건 물론이고 핸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동작하는지 여부까지 조절할 수 있다. 이런걸 조절한다는건 이전 세대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극적으로 표현하긴 했지만 이 복잡한 전자장비는 정말 매끄럽게 동작하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운전자로선 있는지조차 인식하기 어렵다. 굳이 연상하지 않으면 '희한하게 예리하고 정교하다'는 정도로만 느껴진다.

# 인피니티 Q50 하이브리드는 무엇인가

과거의 스포츠카는 레이스카에서 나와서 불편을 감수하면서 타는 차였지만, 최근의 스포츠 세단은 스포츠 성능을 그대로 둔 채 실용성과 쾌적함을 큰 폭으로 향상 시키는 것을 목표로 진화된 차다. 이 차는 그 진화의 가장 정점에 있다. 

이전 G37에 비해 차체가 약간 작아졌지만 실내 공간과 트렁크 공간도 여전히 넉넉하고 시트도 잘 만들어져 불편한 점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서스펜션의 든든함과 DAS 같은 전자장비를 적극 도입해 스포츠 주행 성능은 현존하는 스포츠세단 중 수위권에 올라있다. 

 

편의사양도 수준급이다. 대시보드에는 수많은 스위치 대신 멀티터치가 지원되는 터치패널이 붙어있어 아이패드를 통해 공조장치를 조작하는 느낌이고, 내비게이션은 이와 별도 만들어진 화면을 통해 동작된다. 굳이 어설픈 자체 네비게이션을 장착하는 대신 터치식 국산 네비게이션을 그대로 설치한 점은 비록 우아함이 떨어지지만 편의성면에선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다. 

양립하기 힘들것으로 보였던 편의사양과 스포츠 성능을 모두 최고로 만족시킬 수 있고, 그러면서도 연료 소비는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차. 화석 자동차의 종말론까지 등장하는 마당에 그래, 마지막으로 누릴 수 있는 호사. 그게 바로 인피니티 Q50 하이브리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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