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대담] KAMA 김태년 상무 “정책·규제, 산업 발전과 조화 필요하다” [1]
  • 신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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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06 13:56
[심층대담] KAMA 김태년 상무 “정책·규제, 산업 발전과 조화 필요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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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안방에서는 수입차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고, 해외 주요 판매도 매년 감소세를 보인다. 경직된 노사 관계와 더불어 강화되는 정부 규제도 부담이다. 산업 주요 현안에 대한 업계의 소리를 듣기 위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김태년 상무를 만나봤다.

현대기아차와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이 회원사로 가입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완성차 업계 대변인이자 중재자로서 다양한 역할 및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김태년 상무는 협회 내 정책기획과 통상산업조사, 환경기술, 전시 부문을 총괄한다. 김 상무와의 인터뷰는 주제에 따라 두 편으로 나눴다. 

1편에서는 최근 환경부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정부 규제에 대해 다뤄봤다. 아래는 김 상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신승영(이하 신) : 자동차 관련 규제가 점차 엄격해지고 있다. 배출가스 등과 관련해 산업계 입장은 어떤가.

김태년(이하 김) : 환경 규제든, 안전 규제든, 정부 정책이 산업 발전과 조화를 이루길 바란다. 해외에서도 다양한 규제가 도입되고 있지만, 이는 자국 산업 특성에 따라 다르다. 지역 산업을 보호하고 지속적인 성장성을 고려해 규제와 정책을 펼친다.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을 살펴보면, 국가마다 자국 산업의 강점에 맞게 세세한 기준을 세운다. 중국 역시 내연기관의 부족한 기술력을 전기차로 만회하려는 전략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엄격한 규제를 모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산업의 수준은 세계 6위권 정도에 불과하다. 유독, 우리만 국내 산업 실정이나 수준을 감안하지 않고 규제 일변도로 접근하고 있다. 

신 : 산업 수준과 정부 규제 간 격차가 큰 편인가.

김 : 당장 오는 2020년 CO2 배출량을 97g/km로 맞춰야 한다. 2016년 기준, 국내 평균 배출량은 약 140g/km이다. 연간 감축률은 2% 내외인데, 3~4년 만에 97g/km을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못 맞출 경우 대당 5만원의 과징금이 적용된다.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연간 50만대를 판매할 경우, 2500억원의 과징금이 떨어질 판이다.

여기에 정부가 추가로 도입하려는 전기차 의무 판매제나 친환경차 협력금, 인증 과징금 등도 어렵다. CO2 배출 기준을 맞추는 것만으로 벅찬 상황에서 이중, 삼중의 부담이 더해졌다.

신 : 국내 자동차 산업은 수출 비중이 높다. 글로벌 최고 수준을 맞출 경우, 자연스레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해외 수출도 쉬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 : 그런 말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개별 기업이 알아서 맞추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를 통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국내에서는 국내에 필요한 규제만 하면 된다. 국가별 기준이 다르다면, 수출하려는 기업에서 그 기준에 맞추면 된다. 어느 시장에 진출하고 현지 규제를 맞출지 고민하는 것은 오롯이 기업의 몫이다.

전기차 의무 판매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판매 미달시 대당 500만원의 과징금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시장 수요다. 과연 보조금 없이 몇 대나 판매될까. 전기차는 보조금 범위에서만 판매된다. 보조금을 지급할 정부도 부담이고, 보조금 부족으로 재고가 남을 경우 온전히 기업 부담으로 이어진다. 정확한 시장 수요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기차 판매를 강제하는 것은 중국과 같은 계획경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 CO2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전기차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전기차 의무 판매제 등을 도입하는 것은 이중 규제다.

신 : 전기차 보조금이 없다면, 아직은 판매가 어려울 것 같다.

김 : 실제로도 그렇다. 중국 상해에서도 테슬라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중단된 이후 판매가 없었다. 우리도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하면 구매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테슬라를 예로 들며, 1회 충전시 300km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근거리 도심형 이동 수단에 더 적합하다. 장거리용으로는 아직 충전소도 부족하고 충전시간도 불편하다. 완속 충전은 10시간이나 걸리고, 급속충전소는 전국 1700여개 뿐이다. 여름과 겨울, 외부 기온에 따른 배터리 성능 저하부터 에어컨 및 히터 등 사용시 배터리 효율 하락도 문제다. 배터리 잔량에 따른 운전자의 심리적 불안도 상당하다.

신 : 전기차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가.

김 : 세계 시장에서 순수전기차의 점유율은 아직 1%도 안된다. 그런데 마치 앞으로 모든 차가 전기차로 바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내연기관 비중은 70~80%로 전망된다.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가솔린, 디젤, LPG 등 다양한 기술에 대해 균형감 있는 정책과 지원이 이뤄져야만 한다.

신 : 그런데 올해를 끝으로 하이브리드카 지원금이 폐지된다.

김 : 하이브리드카도 내연기관보다 친환경적이다. 순수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등은 아직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 과도기에 대안이 될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에 대해 지원이 좀 더 필요하다. 보조금은 없어지지만, 세제 지원만큼은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사실 미세먼지와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노후경유차다. 최근 출시된 유로6 디젤차는 질소산화물 등 배출가스 관리가 잘 된다. 더욱이 유로6C가 적용됨에 따라 신차에 대한 관리·감독도 한층 엄격해졌다. 반면, 노후경유차의 경우 대기 오염 주범이다. 상용차와 특수차는 단속도 어렵다. 이 차들을 교체하는 것이 먼저다.

신 : 정부 친환경차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할까.

김 : 지금의 정책과 규제는 전기차만 바라보고 있다.

먼저, 정부가 기술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아래에서 CO2 배출 기준을 맞춰야 한다. 전기차만 가지고 당장 CO2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이브리드든, LPG든, 디젤이든, CO2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수소연료전지차가 좋지 않을까 본다. 그 과정에서 하이브리드카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가 중간 다리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도요타의 경우 대부분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했고, 이미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업체들도 48v 마일드하이브리드를 비롯해 전체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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