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 '넥쏘'냐 '넥쑈'냐 그것이 문제로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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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6 18:34
[기자수첩] 현대차 '넥쏘'냐 '넥쑈'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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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6일 넥쏘를 내놓고 기자 시승회를 개최했습니다. 시승 해본 결과는 감탄할 수준. 완성도가 매우 훌륭했습니다. 그저 콘셉트가 아니라 실제 양산 가능한 온전한 자동차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 합니다. 이전 탔던 현대차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는 물론 도요타의 세단형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보다 월등히 안정적이고 다루기에도 편안했습니다. 시장 상황에 맞게 SUV로 내놓은 점도 경쟁사에 비해 유리한 면입니다.

 

 쉽게 느낄 수 있는 외관은 물론 편안하고 인체공학적인 실내까지 매우 잘 가다듬어졌습니다. 버튼들의 위치나 디스플레이의 이용 방법도 꽤 적절합니다. 더구나 주행까지 해보면 현대차가 이젠 이렇게 잘 만들어진 차를 내놓다니 놀랄 정도입니다. 풍절음은 극도로 억제 됐는데,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띄고 있는데다 소음 대책도 다채롭습니다. 우선 전면 유리는 물론 측면 유리까지 차음 필름을 넣은 이중 접합 유리로 만들었고 강화된 웨더스트립, 줄어든 단차도 인상적입니다.

고속도로 최고속도로 달려도 별다른 소음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인데, 차가 너무 조용해서 외부의 다른 차 소리가 꽤 크게 들리긴 합니다. 속도를 더 높이면 노면 소음이 조금 올라오는데, 이 또한 엔진의 소음으로 인한 '사운드 마스킹(sound masking)' 효과가 없어서 실제보다 시끄럽다고 착각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반자율주행이라 일컫는 ADAS 기능도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이전에 비해 훨씬 안정감있게 앞차를 따라가고 스스로 운전대를 돌립니다. 시속 0km부터 시속 170km까지 이를 지원하기 때문에 막히는 길이나 고속도로에서 아주 유용합니다.

# 잘 만든 넥쏘, 예상 판매대수는 왜?

문제는 이 차의 예상 판매 대수입니다. 현대차는 2022년까지 수소전지차를 불과 1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판매한다면 1년 평균 2000대, 한달에 160대 남짓 판다는 것인데 이 정도라면 ‘판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왜 이런 판매 계획이 나왔을까요?

우선 수익성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2015년에는 1억5000만원에 달하던 투싼 수소전지차의 가격이 갑자기 8500만원으로 떨어졌고, 이번 넥쏘의 가격은 8000만원 이하로 책정 될거라는게 현대차 안팎의 이야기입니다. 당초 1억5000만원으로 책정한 가격이 폭리가 아니었다면 지금은 수익성이 극도로 낮다고 보는게 당연합니다. 항간에 '팔수록 손해난다'는게 맞는 얘기겠지요. 

수소연료전지차가 왜 그렇게까지 비싼가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수소탱크, 슈퍼캐퍼시터, 청정 필터와 가습기 등 전기차에 비해 전용 부품 수가 많고, 백금, 코발트 등 여러 희토류를 다량 이용해야 하는 탓에 제조 부품의 가격이 비싸집니다. 더구나 기존 가솔린 차는 물론 전기차와도 상당히 다른 구조여서 플랫폼 공유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점도 수익성 악화에 한 몫합니다. 

 

 ​반면 현대차는 '수소 충전소가 없기 때문에 차를 많이 팔 수 없다'고 항변합니다. 그러면 누가 우리나라에 수소충전소를 지을 수 있을까요?

수소충전소 설립비용은 한 곳당 50억원 정도로 전기차 충전소 1기(500만원)의 1000배 정도나 됩니다. 반면 판매되는 수소 차가 한해 2000대 수준이라면 어떤 곳도 수익을 맞출 수가 없겠지요. 완전 시장경제 논리로 본다면 영원히 세워지지 않을겁니다. 게다가 정부가 주도해 만든다면 특정 업체를 도와주는 꼴이 됩니다. 국내 양산 수소차 제조사는 현대차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제조사가 주도하지 않고서는 충전소를 지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수소연료전지로 앞서가는 일본은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자동차 제조사와 도쿄가스 등 다양한 회사들이 함께 출자해 수소연료전지 충전 스테이션을 만들고 있으며, 장차 2025년까지 전국 350개소를 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수소충전소 설립 계획이나 가격 공개도 없이 달랑 차만 내놓은 현대차. 정말 넥쏘를 차세대 친환경차로 보급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혹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기술력만을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한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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