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기아 엠블럼, 마음에 드십니까?
  • 독일 프랑크프루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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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5 11:19
[이완 칼럼] 기아 엠블럼, 마음에 드십니까?
  • 독일 프랑크프루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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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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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 한 지하철역에서 겪은 일입니다. 저녁 무렵이었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제 옆에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독일인 남성 두 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기아'라는 단어가 들리더군요. 힐끔 보니 스팅어 사진이 보였습니다.

괜히 반갑기도 하고, 무슨 대화인지 궁금해지더군요. 스팅어에 관심이 있던 남자는 친구에게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더니 답을 듣기도 전에 엠블럼이 밋밋해 보이지 않냐고 한 번 더 질문했습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보닛 위에 스팅어 전용 엠블럼이, 또 뒤쪽에는 'Stinger'라는 글자가 붙어 있지만 해외 판매용 스팅어는 앞뒤는 물론 휠과 운전대 중앙까지 모두 'KIA' 엠블럼이 새겨져 있습니다.

▲ 기아차 스팅어 엠블럼 국내용(좌)과 해외용(우) [사진=기아차]

지하철이 도착하는 바람에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없었지만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그 둘의 짧은 대화가 꽤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유튜브를 통해 스팅어 엠블럼 관련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오너로 보이는 한 미국인이 'KIA' 엠블럼을 떼어내고 앞과 뒤를 모두 한국식 엠블럼으로 바꾸는 과정이 담겨있었죠.

영상에서는 직접 인상평가를 하는 내용이 없었지만 엠블럼을 바꾼 것에 차주와 친구들은 만족해했습니다. 이처럼 스팅어 등장 후 관련 기사나 영상이 해외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분명 이런 분위기는 브랜드와 해당 모델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국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유럽에서 기아는 저렴하고 평범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독일과 영국 등, 자동차 전문 매체들의 스팅어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어서 '기아가 이런 차를...?'이라는 식의 반응도 어렵지 않게 그 안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간 특별할 것 없는 브랜드로 여겨졌지만 스팅어는 그런 사람들에게 색다른 관심을 갖게 하고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일정 부분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기아차 엠블럼 [사진=기아차]

그런데 이런 자동차가 나왔음에도 정작 엠블럼이 그 스타일을 받쳐주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엠블럼은 해당 모델의 이미지, 그리고 자동차 회사 이미지를 만드는 상징물입니다. 삼각별 하나가 달려 있으므로 벤츠에 대한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것처럼, 엠블럼은 직관적으로 자동차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고 가치를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KIA' 엠블럼은 회사 이름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인지도 차원의 역할이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단순하고 인식하기 좋으면 됐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엠블럼 대신 뭔가 새로운 상징성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아 기아차구나' 이상의 감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 메르세데스-벤츠 삼각별 [사진=다임러]

페터 슈라이어가 2006년 기아에 수석 디자이너로 취임했을 때 기아 로고에 만족한다고 답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기아자동차가 가야 할 방향과 전략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 고급화를 통한 높은 마진을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KIA' 로고는 회사 업무용으로 쓰고, 자동차용 엠블럼은 이와 차별된 디자인으로 갔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KIA' 로고가 못마땅하다는 독일인이, 새로운 엠블럼을 달려고 기존의 기아 로고를 떼어내는 미국인이 더는 나오지 않게끔, 이제라도 결단을 내려야겠습니다. 엠블럼 하나 바뀐다고 갑자기 고급 브랜드가 되는 건 아니겠죠. 기술과 디자인과 다양한 브랜드 전략이 동반돼야 합니다. 하지만 엠블럼 변화를 통해 기아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그게 어쩌면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시작점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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