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쿄에서 서울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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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03 10:18
[기자수첩] 도쿄에서 서울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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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도쿄모터쇼의 주제는 ‘비욘드 더 모터(Beyond the Motor)’였다. 단순히 자동차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환경규제부터 공유경제, 커넥티드, 자율주행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겠다는 의미가 내포됐다.  

 

이에 따라 행사는 친환경 전기차, 1~2인용 공유 마이크로카, 미래형 자율주행차 등이 주요 볼거리로 자리잡았다. 특히,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하나같이 차세대 이동수단을 앞세우며 미래를 준비하는 양상을 띠었다.

혼다는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얹은 두 대의 콘셉트카를 선보였고, 도요타는 주행거리가 1000km에 이르는 자율주행 수소차를 공개했다. 닛산은 차세대 지능형 전기차 라인업 구축을 위한 모델을 내놓았다.

이는 올 초 열린 2017 서울모터쇼와 사뭇 대비됐다. ‘미래를 그리다, 현재를 즐기다(Design the Future, Enjoy the Moment)’란 테마로 열렸던 행사는 분명 도쿄에 비해 메시지나 내용이 빈약했다. 

 

미래를 그리겠다고 했지만 현재를 즐기려는 움직임이 더 강했고, 이는 모터쇼에 그대로 반영됐다. 스팅어, G4 렉스턴 등 당장 탈 수 있는 모델이 무대 중앙에 들어섰으며, 사실상 차세대 이동성에 관한 내용은 없다시피 했다.

물론, 현대차와 네이버가 미래형 자율주행시스템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미미했다. 친환경 전기차는 현대차가 내놓은 수소전기차 콘셉트 FE가 거의 유일한 사례였고, 1~2인용 공유 마이크로카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자동차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내연기관 입지는 계속해서 줄고 있고,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주심으로 자율주행과 공유경제가 힘을 얻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다.

 

이번 도쿄모터쇼에서 접한 일본 완성차 업계는 그러한 추세를 파악했고, 자신들의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했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단합된 모습이며,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졌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달라져야 한다. 일본 자동차 산업이 전 세계 시장에 ‘미래’라는 명확한 메세지를 던졌듯, 이제는 패스트 팔로워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변화하는 시장에 발맞추지 못하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친환경 라인업을 구축하고 차세대 수소차를 내놓는 등 미래를 위해 계속 투자하고 있지만, 나머지 브랜드들의 향후 비전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당장 내년 열리는 부산모터쇼부터라도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은 지양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신차 공개 대수에 치우친 행사보다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집어낼 수 있는, 뚜렷한 메세지를 제시할 수 있는 그런 모터쇼가 펼쳐져야 한다.

그것이 세계의 주목을 이끌고 나아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심장부에서 한국의 미래를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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