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스토닉…SUV 맞아요? YES SUV!
  • 김한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7.07.26 09:12
[시승기] 기아차 스토닉…SUV 맞아요? YES SUV!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토닉은 미끈하고 깔끔해서 매력적이네요. 앞서 가는 브랜드의 여유가 느껴져요.”

매장이나 영업 조직 숫자를 보면 같은 집안 현대차가 모든 면에서 압도적일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SUV와 RV 쪽은 기아차가 더 나은 판매고를 올리는게 일반적이다. 

우선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는 단연 쏘렌토다.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요즘은 하루에 1000대 가까운 계약고를 올리는 효자 모델이 됐다. 기아차는 여기에 니로, 쏘울, 카렌스, 스포티지, 모하비, 카니발에 이어 이번 스토닉까지 더하면서 RV만 총 7종을 내놓고 있다. 어느덧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RV라면 기아차’라는 막연한 등식이 새겨지게 됐는지도 모른다. 좀 더 젊은 브랜드라는 점이 RV 구매층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선지 요즘은 스토닉의 인기가 현대차 코나보다 앞서는 ‘기현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기아차는 스토닉의 초반 인기에 스스로도 조금 놀란 눈치다. 하루 200대를 훌쩍 넘는 계약이 지속되자 당초 올해 말까지 8000대던 판매 목표를 좀 더 올려보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같은 인기 비결이 과연 무엇인지 살펴보는 심정으로 시승에 나섰다.

## 승용 기반 SUV의 시조, 기아차

기아차는 세계 최초 승용 기반 SUV라 할 수 있는 스포티지를 내놓고 세계 시장에 충격을 안겨준 회사다. ‘아, 소형차를 높여서 SUV라고 팔면 되는구나’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깜짝 놀랐고, 이후 혼다 CR-V나 도요타 RAV4를 비롯, 수많은 ‘승용형 SUV’들이 태동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SUV 기술이나 생산 시설이 없던 회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승용 유니바디(모노코크)를 개조한 SUV를 만들게 됐다. 

승용차의 SUV화에 가장 앞장섰던 기아차가 이 ‘핫’한 세그먼트인 B-SUV를 이제야 내놨다는 점에서 스토닉의 출시는 다소 늦은 감 마저 있다. 그러나 기아차는 이 분야에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을테고 실제로도 기아차가 제시하는 차세대 소형 SUV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도 주목하고 있다. 

 

## 동력, 주행 느낌...적당하되 넘치지 않았다 

굳이 출력을 조금 낮춘 '신 U2' 엔진은 시종일관 조용한 편이다. 공회전부터 높은 rpm까지 두루 사용해봐도 엔진은 카랑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고 고회전 영역에서 그저 소리가 좀 커지는 정도다. 우려했던 110마력도 이 가벼운 차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30kg-m이 넘는 토크 덕에 시내에선 그런대로 재미있기까지 한데, 이는 7단 DCT의 덕이 꽤 크다. 자동변속기에서의 동력이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데다, 이 차에 꼭 맞는 기어비를 선택한 점이 가속감을 훨씬 끌어 올렸다. 기어비를 범용으로 쓰는 일반 자동변속기와는 확실히 다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시내나 국도 구간에서의 얘기고, 고속도로에서 규정속도를 넘는 추월 가속을 하려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가벼운 방음으로 인해 노면소음과 풍절음 등이 여과 없이 들리는 점도 코나 같은 최신 모델에 비해 아쉬운 점이다. 소형(B) SUV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이다. 

핸들(스티어링휠)의 조향 느낌은 실로 무르익었다. 소위 센터필(Center Feel)이라고 얘기하는 느낌, 즉 핸들을 가운데 놓고 조작 할 때 꽤 묵직하고 매력적이다. 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의 조향장치는 서스펜션 구조만으로 직진으로 복원 시키는게 아니라 MDPS 프로그램 또한 핸들을 가운데로 돌려보내는 복원력이 생기도록 구성한다고 했다. 핸들을 꺾을때의 느낌도 장난감 같지 않고 꽤 큰 차를 몰고 있는 느낌을 만들어냈다.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게 중심도 꽤 낮고, 차의 기본 플랫폼이 매우 우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륜 서스펜션은 좌우가 따로 구성되는 독립 현가식은 아닌데, 토션빔이면서도 꽤 좋은 느낌을 만들어냈다. 토션빔 서스펜션이 딱딱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소비자들이 있는데, 서스펜션의 강도는 댐퍼의 강도와 스트로크에 연관 된 것이지 결코 구조 때문이 아니다. 독립현가식은 좌우 서스펜션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일거라는 믿음도 있는데, 그 또한 틀린 생각이다. 스테빌라이저바로 인해 양쪽 바퀴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여지지는 않는다. 만일 완전히 독립적이면 차의 롤링(기울어짐)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차는 꽤 부드러운 승차감을 가진 가운데 코너에서 롤링이 상당 부분 억제 돼 있다. 유럽차라고 하면 독일보다는 프랑스 쪽에 가까운 기분이다. 코너링이 탁월하다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전혀 부족하지 않다. 

 

## 오해의 여지 몇가지...헷갈리는 드라이브 와이즈, 코나와 같은 플랫폼?

상당수 소비자들은 이 차의 ‘드라이브 와이즈’가 스팅어의 것과 유사하다고 착각한다. 기아차의 이 안전 장치 브랜드는 이전까지 '긴급제동시스템'이라 불리거나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라고 불리던 여러가지 전자적 안전장치를 한데 통합해 부르는 이름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이전보다 더 혼란스러워졌다. 스팅어 같은 고급차에 장착되는 '드라이브 와이즈'는 앞차를 따라가고, 멈춰서고, 차선을 넘지 않도록 핸들까지 돌려주는 기능을 말하지만 스토닉에 장착된 드라이브 와이즈는 이름만 같을 뿐, 앞차를 따르거나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은 들어있지 않다. 가격은 80만원 정도라서 스팅어의 드라이브 와이즈의 절반 가격이지만 너무 기본적인 기능이라 그리 권할만하지 않다. 소비자들의 오해가 없도록 드라이브 와이즈의 등급을 나누는 등의 명확한 분류 기준이 필요하겠다. 

어찌보면 SUV고, 어찌보면 해치백 같은 차체다. 그러다보니 이 차가 코나에 더 가까운지 프라이드에 더 가까운지를 놓고 괜한 설전이 이어지기도 한다. 분명한건 양쪽 모두를 닮았다는 것이다. 시트포지션이 꽤 높아 프라이드와는 분명히 다르고, 4륜구동 계획이 전혀 없어 코나와도 전혀 다르다. 실은 코나와 동일한 플랫폼의 기아차는 SP2라는 코드명으로 내년 말쯤 선보일 계획이다. 어느 쪽이면 어떤가. SUV의 역할만 제대로 해줄 수 있다면 그만인데, 두 차 모두 소형 SUV로는 손색이 없다. 

 

## 스토닉의 인기 비결…성실한 모범생의 힘

한눈에도 탁월하고 시원한 디자인이다. 복잡한 꾸밈 없이 그저 굵은 선으로 몇번 긋는 식으로 디자인 됐다. 일부 경쟁 모델들은 매우 화려한 반면 꾸밈이 지나치다는 평을 받기도 하는데, 스토닉의 중립적 디자인은 보수적인 국내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소가 된다. 특히 뒷모양은 영락없는 스포티지처럼 꾸며, 이 차가 SUV인가를 놓고 벌이는 논란을 일소했다. 

또 기본기를 잘 갈고 닦은 차라는 점이 스토닉의 상품성을 높이는데 한몫 했다. 서스펜션 구조나 움직임 수준이 매우 우수하다. 주로 유럽 시장을 무대로 삼은 자동차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소형 해치백과 소형 SUV를 선호하는데, 이 분야에서 현대차보다 오히려 기아차의 브랜드 호감도가 높다. 때문에 기아차가 유럽 주력인 프라이드와 씨드급의 플랫폼에 기울이는 노력은 대단하다. 

유럽 젊은 층에서 기아의 소형차 인기는 날로 드높아지는데, 기아차는 이 지점을 놓치지 않고 스토닉을 내놨다. 어찌 보면 그저 소형차의 외모만 SUV 처럼 꾸민 차라 평가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공간이나 주행 성능을 놓고 보면 결코 만만히 볼 차는 아니다. 그리 짜릿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공간, 주행성능 등 모든 분야에서 모두 우수한 상품성을 갖고 있고 많은 소비자들이 두루 만족할만한, 분명 '좋은 자동차'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