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용타이어, 선택 아닌 필수…”소 잃기 전 외양간 고치기”
  • 김상영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4.01.08 16:42
겨울용타이어, 선택 아닌 필수…”소 잃기 전 외양간 고치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전히 겨울용타이어의 구입을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다. 멀쩡한 타이어를 놔두고 왜 새 타이어를 사야되냐는 의문이 앞서고, 몸 사리며 조심조심 운전하면 별 탓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조금 있으면 겨울이 끝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겨울은 어김없이 또 오고 그때마다 똑같은 고민을 반복해야 한다.

겨울용타이어를 구입하는 비용이 적지 않지만 일단 사두면 무조건 이득이다. 기존에 쓰던 타이어와 계절별로 교체하며 사용하기 때문에 그 수명을 더 늘릴 수 있고, 수입차의 경우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수리비가 어지간한 한달치 월급만큼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타이어 판매점이나 수입차 대리점에선 겨울용타이어 보관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편리하게 이용 할 만하다.

▲ 눈 위에서 다소 미끄러짐도 있지만 이내 자세를 잡고 방향전환이나 제동을 원하는대로 할 수 있다.

모터그래프는 겨울용타이어와 여름용타이어를 비교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겨울용타이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눈 쌓인 공터에서 가속성능과 제동성능, 방향 전환 등 주행성능을 비교하기로 마음먹었다.

실험을 위해 두대의 후륜구동차가 준비됐다. BMW 4시리즈에는 겨울용타이어가 장착됐고 BMW Z4에는 여름용타이어가 장착됐다.

◆ 여름용타이어 장착한 Z4, 언덕길 조차 못 올라가

실험장소인 공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언덕길을 올라야 했다. 길엔 눈이 생각보다 많이 쌓이지 않은 터라 Z4 운전자는 조금 욕심을 냈다. 그는 단한번도 눈길에서 제대로 운전을 해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거칠 것 없이 Z4로 언덕을 올랐다.

▲ 그다지 미끄러워보지도 않았는데 여름용타이어가 장착된 Z4는 언덕을 오르지 못했다.

처음엔 예상보다 잘 언덕을 오르나 싶었지만 막바지에서 바퀴가 헛돌며 차체가 조금 미끄러졌다. 여기서 운전자는 놀란 나머지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웠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탄력을 잃은 Z4는 아무리 가속페달을 밟아도 움직이질 않았다. 바퀴는 계속 헛돌았고 오히려 조금씩 들썩이며 낭떠러지로 미끄러졌다. Z4의 높은 출력은 상황을 더욱 안좋게 만들었다. 온라인에 떠도는 각종 눈길 안전운전 요령이 생각나 별의 별 방법을 다 시도했지만 모두 보기 좋게 실패했다. 

긴급상황을 대비해 준비했던 스프레이 체인을 네바퀴에 고루 뿌렸다. 한통을 다 썼다. 스프레이 체인 설명서에는 뿌린 후 5~10분 정도 시간이 지나야 제성능을 발휘한다고 나와있다. 스프레이 체인을 실제로 써본적이 없기 때문에 약간의 설렘을 안고 초초하게 기다렸다.

▲ 조금만 더 미끄러졌다면 Z4는 아찔한 상황에 처할 뻔 했다. 스프레이 체인도 결국 소용없다.

10분 후, 비장한 각오로 윗옷까지 벗어던지고 차를 밀었다. 확실히 처음보단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결국 차를 빼내진 못했다. 또 탄력을 주며 차를 밀었던 탓에 오히려 뒤로 밀려나 원래 있던 위치보다 더 아찔한 곳까지 이동했다.

모든걸 포기하고 견인차를 부르기 위해 전화를 꺼내 들려는 찰라 마침 행인들이 몰려 함께 차를 밀어줬다. 차를 몰고 온 기자는 "어찌나 고맙던지 눈물이 날 정도"라고 했다. 

성인 5명이 영차영차한 결과, Z4는 다시 길 위로 올려졌고 후진으로 언덕길을 다시 내려올 수 있었다. 결국 '비교' 실험은 진행조차 못했다.

◆ 겨울용타이어 장착한 4시리즈, “눈길이 두렵지 않다”

Z4를 안전한 곳에 주차시킨 후 4시리즈로 언덕을 올랐다. 지난해 눈이 많이 왔을 때도 겨울용타이어가 장착된 3시리즈를 타고 이 곳에 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걱정은 전혀 없었다. 역시, 겨울용타이어가 장착된 4시리즈는 아무런 문제없이 언덕을 통과했고 공터로 진입할 수 있었다.

▲ 당당히 테스트 장소에 입성한 4시리즈.

작년 3시리즈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4시리즈에는 콘티넨탈의 겨울용타이어가 장착됐다. 3시리즈에 장착됐던 한국타이어의 아이셉트 에보도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는 모델이지만 여름용타이어와 확연하게 구분될 정도로 소음이 있고 승차감도 부족했다. 런플랫(펑크가 나도 달릴 수 있도록 옆면이 보강됨) 타이어가 기본으로 설계 된 BMW에 일반 타이어를 끼우니 다소 둔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 4시리즈에 적용된 콘티넨탈 윈터 콘티 콘택트 TS 830P.

4시리즈에는 콘티넨탈 ‘콘티 윈터 콘택트 TS 830P(Conti Winter Contact)’가 장착됐다. 가격은 국산 겨울용타이어에 비해 다소 높지만 그만큼 성능과 안전성은 보장된다. 2009년에 출시된 TS 830P은 2009년 독일 자동차 전문 매거진 스포트 아우토(Sport Auto)에서 실시한 겨울용타이어 테스트 1위, 2011년 영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익스프레스(Auto Express) 및 에보(Evo)가 실시한 겨울용타이어 테스트 1위, 2012년 독일 아우토빌트(Auto Bild)가 실시한 겨울용타이어 테스트 1위 등 각종 유럽 자동차 전문 매체가 성능을 인정했다. '별(★)' 표시가 있는 BMW 호환 타이어기도 하다. 

▲ 독일 언론들은 겨울용타이어 장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겨울에도 주행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고 안전까지 보장되기 때문이다.

눈 쌓인 공터에서 거침없이 가속페달을 밟았다. 뒷바퀴에 순간적인 힘이 전달되면서 약간 헛바퀴가 돌지만 이내 전자장비가 개입하고 그립을 되찾았다. 무리한 방향전환에서 차제가 조금 미끄러지도 하지만 위화감이 들 정도는 아니다. 뒤가 밀려난다 싶다가도 금새 그립을 얻고 자세를 회복한다.

일반 주행에서는 더욱 세밀한 핸들링도 가능하다. 마른 노면을 달리는 듯하다. 더욱이 소음이나 둔한 느낌도 없다. 그러면서 노면을 읽어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 전자장비의 개입과 겨울용타이어의 성능이 만나면 웬만한 눈길은 우습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제동성능이다. 겨울용타이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웬만해선 ABS의 개입 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겨울용타이어는 내리막에서는 풋브레이크를 나눠서 자주 밟아야 한다, 엔진브레이크를 써야한다 등의 잘못된 속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저 평소처럼 운전해도 예측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독일 아우토 자이퉁(Auto Zeitung)은 2009년 진행한 겨울용타이어 테스트를 통해 “윈터 콘티 콘택트 TS 830P는 테스트 타이어 중 가장 짧은 제동거리를 기록했다”고 밝혔으며 아우토 빌트는 2011년 테스트를 통해 “젖은 노면에서 가장 짧은 제동거리를 기록했고 안전한 핸들링과 뛰어난 접지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 테스트를 마치고 Z4가 고생했던 언덕을 내려오는 길. 눈이 조금 녹았지만 Z4로 재도전할 생각은 없었다.

◆ 겨울용타이어, 선택 아닌 필수…“나와 가족을 위한 것”

후륜구동 스포츠카도 타이어만 바꾸면 겨울에 안전하고 짜릿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전륜,후륜,4륜의 구동방식 차이보다는 노면에 직접적으로 닿는 타이어 차이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사륜구동이라도 눈길에서는 미끄러지고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름용타이어는 추운 날씨에 고무가 딱딱하게 굳는 반면 겨울용타이어는 특수 재질의 고무로 제작돼 영하의 날씨에도 제성능을 발휘한다. 또 견고한 트레드와 자잘한 가로 홈(Sipe)이 제동성능과 배수 성능을 높인다. 

▲ 콘티넨탈이 설명하는 겨울용타이어와 여름용타이어의 제동성능 비교.

콘티넨탈은 노면 온도 영상 7도 이하에서는 겨울용타이어가 더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고 설명한다. 콘티넨탈에 따르면 눈길에서 시속 50km로 달리 때의 제동거리는 겨울용타이어가 31m, 여름용타이어는 62m에 달한다. 또 영상 5도 이하의 일반 노면에서 시속 100km 달릴 때는 겨울용타이어의 제동거리가 65m, 여름용타이어가 69m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 콘티넨탈 겨울용타이어의 트레드 디자인 변화.

콘티넨탈은 1952년 ‘M+S 14’를 시작으로 꾸준하게 겨울용타이어를 내놓았다. 신소재 사용과 트레드 디자인의 발전으로 겨울용타이어의 성능은 계속 향상되고 있다. 꼭 겨울철이 아니더라도 여름용타이어 못지 않은 성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벌써부터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 겨울은 꽤 많이 남았고, 또 다시 찾아온다. 아직 늦지 않았다. 매일 일기예보만 확인하며 벌벌 마음 졸이는 일은 그만하고, 당당히 도로로 나가자. 모두 나를 위한 일이고 가족을 위한 일이다. 겨울용 타이어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