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영광이다. BMW코리아는 지난달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했지만, 이는 수백 수천만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할인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BMW코리아 김효준 대표가 그간 꾸준히 강조해온 견적실명제도 사실상 무너졌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가격 정책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BMW는 지난 4월 한 달간 전년 대비 56.8% 증가한 6334대를 판매했다. 월 판매 실적은 올 들어 처음으로 메르세데스-벤츠를 앞질렀다. 차종별로는 3시리즈가 127.7% 늘어난 1580대를 달성했으며, 그란투리스모(이하 GT)와 1시리즈 등도 세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 BMW코리아 파격 할인, '9개월 만에 부활'

BMW코리아 판매 실적이 오른 주된 이유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있다. 3시리즈 주력 모델인 320d의 경우 지난달 1000만원 이상 할인을 진행했고, 덕분에 3시리즈는 수입 베스트셀링카 2위까지 뛰어올랐다. 1500만원 상당의 프로모션이 적용된 GT도 전년대비 193.8% 증가한 708대나 팔렸다. 1시리즈 역시 900만원에 가까운 할인에 힘입어 300%에 가까운 기록적인 성장세를 달성했다. 

이밖에 4·6·7시리즈와 SUV인 X 라인업 등도 차량 가격의 20%에 달하는 할인을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신차인 5시리즈를 제외한 대부분의 할인폭이 1분기에 비해 300~500만원 이상 늘어났다. 특히, 가격 할인 이외에 무이자 할부까지 추가되는 등 BMW코리아의 강력한 프로모션이 9개월여 만에 부활했다. 

 

# 김효준표 견적실명제, 취지는 좋았으나…

BMW코리아는 작년 7월 견적실명제를 도입했다. 견적실명제란 영업사원의 소속과 성명, 프로모션 정보 등을 견적서에 적어 책임감을 높이고, 허위 및 과다 견적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견적실명제와 더불어 공식 프로모션을 줄이고 딜러사 개별 프로모션까지 제한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당시 BMW코리아 김효준 대표는 “딜러사 간 출혈 경쟁 방지를 비롯해 영업사원 처우 개선과 브랜드 이미지 향상 등을 위해 견적실명제를 도입했다”라며 “일정 마진 확보를 통한 서비스 질적 성장과 소비자 만족도 보장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 견적실명제는 유명무실해졌다. 취지는 좋았으나, 소비자들이 외면한 것이다. 실제로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BMW코리아 실적은 들쑥날쑥했다. 구형 5시리즈를 중심으로 프로모션이 좋은 달은 월 5000대를 넘겼지만, 그렇지 않은 달은 월 2000~30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기대를 모았던 신형 5시리즈도 별다른 프로모션이 없는 탓인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에 한참 못 미쳤다.

 

업계에서는 성과급 중심의 급여 체계 아래에서 견적실명제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현 체계에서 판매대수는 영업사원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BMW코리아가 아무리 인센티브를 보전해준다 하더라도 판매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영업사원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기 마련"이라며 "견적실명제 도입 후 얼마 안돼 시장에서 비공식 견적서가 돌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조삼모사 가격 정책, 어차피 깎아줄 거 미리 올렸나?

BMW코리아의 '조삼모사'식 가격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식 가격을 높인 후 할인 폭을 늘리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싸게 샀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BMW코리아는 지난달 말 신형 5시리즈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량 가격을 인상했다. 때문에 최근 강화된 프로모션을 적용하더라도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구매 혜택은 이전 수준과 다를 바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관계자는 "편의 사양 등이 조정됨에 따라 5월 입항물량부터 최대 300여만원 내외의 가격 인상이 발생한 것"이라며 "단순한 프로모션 확대를 두고 견적실명제를 포기했다는 것도 지나친 억측"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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