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기아차 스팅어, 제네시스 G70과 무엇이 다른가?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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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16 11:07
[이완 칼럼] 기아차 스팅어, 제네시스 G70과 무엇이 다른가?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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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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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스팅어가 연일 화제입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만든 뒷바퀴 굴림 방식의 고급 스포츠 세단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이 쏠린 게 아닌가 싶네요.

 

해외 매체들, 그리고 네티즌들도 대체로 스팅어 스타일과 성능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현대차의 전략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데요. 같은 플랫폼을 통해 나오게 될 제네시스 G70과 스팅어는 어떠한 차이를 보여줄까요? 한 지붕 아래에서 자칫 서로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건 아닐까요? 지금까지 확인된 스팅어와 G70의 차이점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 스팅어는 4도어 쿠페형, G70은 콤팩트 세단형

▲ 모터쇼에서 주목을 받은 기아차 스팅어

우선, 기아차 스팅어와 제네시스 G70의 가장 큰 차이는 서로 목표로 하는 지향점이 다르다는 겁니다. 스팅어는 4도어 쿠페, 그중에서도 독일의 BMW 4시리즈 그란쿠페와 아우디 A5 스포츠백이 타겟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제네시스 브랜드로 나올 D세그먼트(중형) G70은 BMW 3시리즈, 아우디 A4와 메르세데스 C클래스 등이 비교 대상입니다.

실제로 스팅어와 G70은 각각 BMW의 3시리즈와 4시리즈 그란쿠페를 롤모델로 삼고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륜 D세그먼트 스포츠 세단 시장에서는 BMW가 가장 우수한 주행성능을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때문에 스팅어와 G70 역시 이런 차이를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 BMW 3시리즈

# 형태와 크기도 달라

스팅어는 콤팩트한 편입니다. 높이만 빼면 전장과 전고 등에서 K5보다 작죠. 하지만 휠베이스는 더 깁니다. 스팅어가 경쟁하고 싶어 하는 BMW 4시리즈 그란쿠페나 아우디 A5 스포츠백보다도 꽤 길죠.

▶ 기아차 스팅어

전장 4831mm / 전폭 1810mm / 전고 1400mm / 휠베이스 2906mm

▶ BMW 4시리즈 그란쿠페

전장 4638mm / 전폭 1825mm / 전고 1389mm / 휠베이스 2810mm

▶ 아우디 A5 스포츠백 (신형 기준)

전장 4733mm / 전폭 1843mm / 전고 1386mm / 휠베이스 2824mm

전장 및 휠베이스는 스팅어가 더 길죠. 대신 그란쿠페와 스포츠백은 폭이 더 넓고 높이가 더 낮습니다. 스팅어는 아무래도 편안한 실내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처럼 기아차 스팅어가 경쟁 모델보다 덩치가 큰 것과는 달리 스팅어와 같은 엔진을 쓸 제네시스 G70은 스팅어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3시리즈와 크기에서 차이를 많이 두지 않겠다는 뜻인데요.

▲ 스팅어가 경쟁하고자 하는 A5 스포츠백

G70이 더 콤팩트하게 나오는 이유는 스팅어가 주행성능과 편안함을 함께 고려한 모델이라면 G70은 편안함보다 주행성에 더 비중을 뒀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차체 크기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낫겠죠. 현대차 연구소는 3시리즈가 4시리즈 그란쿠페보다 움직임이 가볍고 훨씬 스포티하다고 분석했고, 결국 날렵한 주행감을 위해서는 크기를 스팅어보다 작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 기아차도 고급 브랜드 만드나?

스팅어가 나오자,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고급 브랜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하죠. 우선 제네시스 G70과 스팅어는 동일한 플랫폼에서 나온 후륜 스포츠 세단입니다. G70이 쏘나타와 다를 수밖에 없듯, 스팅어 역시 K5와 다른 길을 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대차 제네시스처럼 고급 브랜드를 공개하며 동시에 스팅어를 선보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국내 판매용 G80의 제네시스 로고
▲ 미국 판매용 G80의 현대 로고

한 가지 예로,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미국에서 판매할 때는 현대 로고를 붙입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제네시스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죠. 기아 스팅어 역시 이런 전략을 취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기아 측에서 밝힌 부분은 아니지만 조만간 확인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어려운 도전, 성공할 수 있을까?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남양연구소에서 G70과 스팅어를 내놓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쟁쟁한 독일 프리미엄 3사의 D세그먼트와 경쟁해야 하니까요. 생각해보면 이들의 상대라고 해봤자 재규어 XE, 렉서스 IS, 인피니티 Q50, 캐딜락 ATS 정도 외에는 없네요. 아무래도 가장 늦게 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니 보통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겠죠.

▲ 현대차 비전 G 쿠페 콘셉트카

특히 이런 고급 차 시장에서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성능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G70과 스팅어가 이를 제공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특히 독일 프리미엄 3사 브랜드에 더 민감한 유럽 시장과 아시아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해집니다.

# 스팅어에 대한 독일 매체의 긍정 평가

스팅어의 경우 지난 12월 기아차가 미국과 독일의 유력 자동차 매체 기자들을 초청해 미리 차를 시승시킨 바 있습니다. 대부분 성능과 디자인에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었죠.

특히, 아우토빌트의 경우 밸런스와 조향감 등, 전반적으로 성능에 좋은 점수를 줬습니다. 또, 가격 면에서도 스팅어가 A5와 비교해 저렴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운전 재미와 스타일을 원하는 고객에게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긍정 평가를 내렸습니다.

▲ 아우토빌트 스팅어 기사

물론 예상 가격이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고, 또 가격(과 보증기간)으로 여러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반응을 보면 현대기아차가 드디어 탈 만한 스포츠 후륜 세단을 내놓았다는 점은 인정해도 될 거 같습니다.

문제는 실제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낼 것이냐는 점인데요. 특히 유럽에서 거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제네시스는 G70을 통해 새로운 도약이 가능할 것인지도 지켜볼 부분입니다. 기아 역시 스팅어를 올 연말쯤 유럽에 판매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G70과의 이미지 중복을 어떻게 피할지,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어떻게 할지 등, 역시 여러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시장에 뛰어든 만큼, 많이 배우고 많이 얻어갔으면 합니다.

▲ 스팅어

끝으로 부탁을 하나 하자면, 스팅어와 G70 정도면 멋진 D컷 타입의 스티어링 휠을 적용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BMW가 운전대 타입을 세 가지로 나눠 차이를 두고 고급스러움을 높인 것처럼, 고급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모델에 이런 정도는 반영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은데 말이죠.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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