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장 적게 팔린 국산차 11종…'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 신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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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04 09:51
2016년 가장 적게 팔린 국산차 11종…'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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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없는 무덤은 없고, 이유 없는 결과도 없다. 베스트셀링카에 잘 되는 이유가 있듯, 워스트셀링카도 안 팔리는 원인과 나름의 변명이 있는 법이다.

 

2016년 한 해 판매량이 3000대 이하(구형 및 파생 모델 합산)에 머물렀던 국산차(수입 OEM 제외)를 살펴봤다.

#QM5·알페온…쓸쓸한 퇴장 'QM6·임팔라, 뒷일을 부탁해'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르노삼성 QM5와 한국GM 알페온은 후속 신차에 밀려 단종 수순을 밟았다.

QM5는 올해 총 1163대가 판매됐다. 해당 차종은 9월 QM6 출시에 앞서 7월부터 생산이 중단됐다. 한때 QM5는 국내 시장에서 정숙하고 부드러운 도심형 SUV로 인기를 끌었다. 또한 꼴레오스란 이름으로 수출 실적을 주도한 바 있다. 그러나 상품성을 높인 동급 신차들이 등장하며 경쟁력을 잃어왔다. 

 

알페온 역시 임팔라 투입과 함께 2015년 말 생산이 중단됐다. 지난해의 경우 쌓여있던 재고 물량으로 근근이 명맥만 이어왔다. 하반기는 사내 매각 등을 통해 처분된 일부 차량만이 판매실적으로 등록됐다. 한국GM 측에 따르면, 대대적인 가격 할인에도 일반 소비자의 개인 구매는 전무했다.

#체어맨W·캡티바…뼈도 안 남은 사골을 우렸으니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쌍용차 체어맨W와 쉐보레 캡티바는 아직까지 현역이다. 물론, 두 차종의 판매량은 매우 저조하다.

한때 '회장님의 차', '대한민국 CEO를 위한 차'로 불렸던 체어맨W의 위상은 이미 바닥을 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체어맨W 판매량은 957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업무용 차량으로 이용하는 등 여전히 남다른 취향과 충성도 높은 일부 고객층이 존재한다. 다만, 쌍용차는 후속 차량에 대한 개발 의지가 약하다. 만약 살아남게 된다면 체어맨 브랜드만 남아, 고급형 SUV 제품군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GM대우 윈스톰에서 시작한 캡티바는 지난 10년간 이름을 바꾸고 수차례 얼굴도 바꿨다. 최근에는 심장까지 수입산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판매량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은 2809대로, 전년대비 67.0%가 급감했다. 유로6 기준을 맞추기 위해 오펠 엔진과 아이신 변속기까지 선택했지만, 소비자들은 외면했다. 앞서 알페온처럼 수입 OEM 모델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유력한 후속 차종은 쉐보레 에퀴녹스다.

# K9·아슬란·아베오…차는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하기 어렵네

기아차 K9과 현대차 아슬란, 그리고 쉐보레 아베오 등은 기본적인 상품성은 뛰어나다. 다만, 회사 및 브랜드 전략에 따른 가격 및 제품 구성 등에 아쉬움이 있다.

초기 K9은 현대차 제네시스(DH)와 에쿠스 사이에 치여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후 가격을 낮추고 엔진 라인업도 확대했지만, 여전히 AWD 시스템 등 일부 사양 구성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제네시스 브랜드가 독립한 후 브랜드 밸류 및 인지도 등에서도 완전히 밀려난 모양새다. 결국 회사가 고급차 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아슬란은 고급 수입차와의 경쟁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하위 차종인 그랜저조차 넘지 못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만 비쌀 뿐, 차별화된 제품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결국 현대차는 지난해 말 한층 고급스러운 아슬란을 내놓았고, 보다 젊은 신형 그랜저를 출시했다. 물론, 그와 같은 결정이 유효할리 없다. 아슬란이 겨냥한 고객들은 이미 제네시스 G80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아베오는 가격대가 부담이다. 아베오 기본 모델 가격은 1560만원으로, 상위 모델인 크루즈와 19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A/T 기준). 몇몇 옵션을 더할 경우 준중형차를 선택하는 것이 더 용이하다.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해 고연비 디젤 모델의 부재도 아쉽다.  

# 벨로스터·i30·i40…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벨로스터·i30·i40 등 현대차 PYL 라인업은 지난해도 부진했다. 특히 i30는 풀 체인지 모델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크게 떨어졌다. 

현대차는 2011년부터 PYL 브랜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매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는 현대차 내부에서도 대표적인 마케팅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PYL 브랜드는 수입차로 이탈하는 20~30대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유니크하고 개성 강한 이미지를 적극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해치백과 왜건은 태생적으로 공간 활용성과 실용적인 구성이 강점이다. 여기에 i30와 i40의 외관은 간결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했다. 현대차는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제작하고도, 마케팅에서 전혀 다른 내용을 이야기한다. 즉, 제품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i30·i40는 제품 특성과 20~30대 타겟연령층 등을 고려해 가격 및 사양도 보다 합리적인 구성이 요구된다. 까다롭고 똑똑한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보다 대중적이고 모범적인 차량으로 거듭나야만 한다.

이와 달리 벨로스터의 경우 '운전의 즐거움'을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대대적인 상품성 개선이 요구된다. 단지 겉모양만 독특하다면, 전시용 콘셉트카에 불과하다.

#쏘울…첫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쏘울은 미국에서 싸이언xB와 닛산 큐브 등을 누르고 기아차 실적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귀엽고 깜찍한 '박스카'란 이미지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지난해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티볼리급 '초소형 SUV' 이미지 구축하려 했지만, 철저하게 실패했다.

 

똑같은 차를 이미지만 바꾸려 하지 말고, 차라리 피아트 500X나 쉐보레 스파크 액티브와 같은 SUV형태의 파생모델을 별도로 출시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다.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유효한 전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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