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임팔라·캡티바' 어쩌나…역대급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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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03 15:29
한국GM, '임팔라·캡티바' 어쩌나…역대급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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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작년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아 보인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인 임팔라와 캡티바 판매량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작년 국내 시장에서 전년 대비 13.8% 증가한 18만275대를 판매하며 2002년 회사 출범 이후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전체적인 실적은 스파크와 말리부가 이끌었다. 스파크는 모닝을 제치고 9년 만에 '경차 1위' 자리를 되찾았으며, 말리부는 올해 가장 치열했던 중형 세단 시장에서 '가솔린 모델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올해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스파크와 말리부가 제 역할을 해주는 가운데, 준중형 세단인 신형 크루즈가 추가되면 판매량을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소형 SUV 시장에서 만년 꼴찌를 차지하던 트랙스도 페이스리프트 이후 판매량이 2배나 증가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문제는 임팔라와 캡티바다. 국산 준대형 세단 및 중형 SUV 시장은 전체 세그먼트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곳인데, 여기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페온이 안 팔린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모델인 임팔라를 내놔도, 캡티바가 사골이라고 해서 페이스리프트를 해도 도무지 효과가 없다.

임팔라의 경우 좋은 기회가 있었다. 임팔라가 출시된 2015년 8월은 준대형의 왕자인 현대차 그랜저가 노후화돼 점점 힘을 잃고 있었고, 기아차 K7도 풀체인지를 5개월 남기고 끝물이라 평가받던 상황이었다. 신차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던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였던 것이다. 

당시 한국GM 측도 "같은 사양이 갖춰졌을 경우 그랜저보다 가격 경쟁력이 더 높다"면서 "비단 그랜저뿐 아니라 동급 경쟁모델 모두와 비교해도 가격대비 상품성이 뛰어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임팔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전작인 알페온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2015년 12월 2699대까지 늘었으나, 지난달에는 507대까지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출시 초기의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신차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평가했지만, 물량 공급이 충분한 현재까지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임팔라의 작년 총 판매량은 1만1341대로, 월평균 950대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반면, 임팔라보다 5개월 늦게 나온 기아차 신형 K7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작년 1월 출시 이후 총 5만6060대로, 구형(2만805대) 대비 2.7배나 더 많이 팔렸다. 월 판매량도 4672대로 임팔라보다 5배가량 높았다. 

올해 상황은 더 안 좋다. 왕의 귀환을 알리듯 신형 그랜저가 무려 1만4000대가량 팔리면서 화려하게 복귀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SM7도 LPG 모델에 집중하며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가장 안 팔리는 차'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캡티바도 심각하다. 올해 4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상품성 개선 모델이 나왔는데, 월 1000대가 넘었던 판매량이 200~3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캡티바가 속한 국산 중형 SUV 세그먼트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 등이 각각 월 7000~8000대를 판매할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데다가, 최근 나온 르노삼성 QM6까지 4000대 수준이 팔리고 있다. 도저히 캡티바가 낄 자리가 없는 것이다. 

 

캡티바의 경우, 2006년 이후 10년 동안 3번이나 페이스리프트된 일명 '사골 모델'이다. 이미 싼타페·쏘렌토·QM6와 캡티바 사이에는 현격한 상품성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SUV가 인기인 시대에, 그것도 볼륨이 가장 큰 중형 SUV 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은 한국GM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다.

업계에 따르면 GM은 최근 캡티바를 단종시키고 에퀴녹스로 통합하기로 했는데, 국내에 언제 들어올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때까지 캡티바가 살아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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