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GLE350d...9단 변속기의 놀라운 완성도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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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10 13:39
[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GLE350d...9단 변속기의 놀라운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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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장점이 가득 담긴 SUV다. 디자인만 E클래스를 따른 것이 아니다. 부드러움, 안락함, 고급스러움 등 흔히 사람들이 메르세데스-벤츠에게 바라는 점들이 빠짐없이 담겼다. 여기에 큰 차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용성과 오프로드 성능까지 SUV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도 충실하다.

새 이름 때문에 신차 느낌이 들긴 하지만 사실상 ML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물론 그럼에도 풀체인지에 버금가는 변화가 분명 있었다.

# 완벽에 가까운 9단 자동변속기

가장 큰 변화는 9단 자동변속기다. 변속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의외로 드물고, 9단 변속기를 자체적으로 만드는 회사는 더 적다. 후륜구동 9단 자동변속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회사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유일하다. 혼다도 독자적인 9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오직 NSX만을 위해 만들고 있다. 

 

GLE를 통해 접한 메르세데스-벤츠의 9G-트로닉은 다단화 변속기가 주는 효율성과 부드러운 느낌이 생생하고, 이젠 역동적인 감각까지 갖췄다. 놀랍도록 완성도가 높다.

그동안의 메르세데스-벤츠의 변속기는 승차감이란 그들의 거대한 특징만을 내세웠다. 그래서 다른 감각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들이 내놓은 듀얼클러치마저 일반적인 토크컨버터 변속기보다 반응이 느긋했다. 

 

하지만 9G-트로닉은 완전히 다르다. 주행성능이 강조된 여느 듀얼클러치 변속기보다 반응이 신속하다. 메르세데스-벤츠나 이 차의 성격을 생각해봐도 기대 이상으로, 또 필요 이상이라 느껴질 정도로 반응이 빠르다.

소프트웨어도 상당히 똑똑하다. 크라이슬러에 장착되는 ZF라이센스 9단 자동변속기는 그 혜택을 얻기 위해선 상당한 운전 실력이 필요했다. 실주행에서 9단으로 변속되는 일이 거의 없었고, 운좋게 9단으로 변속됐다고 해도 그걸 유지하는데 전문 드라이버 수준의 페달 조절 기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GLE는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9단에 도달할 수 있다. 이를 유지하는 것도 쉽다.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면 더 쉽게 9단으로 변속할 수 있고, 시속 80km 정도에서는 1100rpm 수준을 유지한다. 이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순식간에 기어는 5단까지 떨어진다. 이런 영민한 변속기는 그리 많지 않다. 

# 파워트레인의 훌륭한 궁합

엔진의 큰 변화는 없다. 3.0리터 V6 디젤 엔진은 ML350 블루텍과 비교하면 최대토크가 조금 상승했을 뿐 거의 모든 부분이 동일하다. 하지만 변속기가 똑똑하니 엔진도 뭔가 커다란 변화를 겪은 것처럼 느껴진다. 다단화 변속기와 강력한 토크를 지닌 디젤 엔진의 궁합은 예상보다 더 좋다.

 

63.2kg.m의 막강한 최대토크는 2톤이 훌쩍 넘는 거대한 차체를 매우 가볍게 주무른다.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힘이 좋다. 제한된 최고속도를 충분히 넘어설 것 같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신속한 변속기 때문에 긴박함도 느껴진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UV로 역동성을 느끼는 것은 드문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두터운 토크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을 과시하고 싶어서 안달난 것처럼 엔진은 민감하다. 발끝으로 전달되는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살짝만 오른발에 무게를 실어도, 당장 튀어나갈 준비한다. 진중함보단 강력함이 더 부각됐다. 변속기가 바뀌면서 엔진의 성격도 크게 변한 셈이다.

# 메르세데스-벤츠의 SUV

편안함은 GLE를 따라올 SUV가 그리 많지 않다. 아무리 BMW와 아우디가 성장해도 분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거대한 디젤 엔진의 목소리는 유독 작다. 작은 떨림 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엔진룸을 슬쩍 살펴보기만 해도 메르세데스-벤츠가 엔진의 진동과 소음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실내에서 들리는 엔진 소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엔진회전수를 높였을때도 잘 다듬어진 소리만 유입될 뿐, 불쾌한 음역대는 전부 걸러진다. 

 

정속 주행에서는 편안함이 더욱 극대화된다. 에어 서스펜션은 상당히 부드럽다. 주행 모드 변경에도 변화는 크지 않다. BMW, 아우디와 비교하면 서스펜션이 무르지만 이것이 또 메르세데스-벤츠의 매력이다. 부드럽긴 해도 요철이나 방지턱을 지날때도 결코 허둥대지 않는다. 다만 크기로 인해 급한 핸들 조작에 하중 이동이 큰 편이다. 그래도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문제삼을 수준은 아니다.

 

이런 성격은 장거리 주행에서 더 빛을 발한다. 더욱이 메르세데스-벤츠가 자랑하는 주행 보조 시스템은 GLE의 편안함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S클래스를 통해 선보인 첨단 안전 및 편의장비가 그대로 적용됐다. 스스로 차선에 따라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조향 어시스트와 정지와 재출발까지 가능한 디스트로닉 플러스가 핵심이다.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매우 유용한 기술이고,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한 첫걸음에 해당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첨단 기술과 최신 디자인이 대거 적용됐지만, 아직 미진한 부분도 있다. 여전히 실내 디자인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또 사륜구동 시스템도 경쟁 모델에 비하면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 이런 몇가지 사소한 불만은 세대 교체를 통해서 해소될 것으로 생각된다. 

 

GLE는 여러 방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브랜드의 성격이 잘 표현되는 점도 특징이다. 결국 높은 상품성은 실적과 직결된다. GLE는 출시되자마자 경쟁 차종을 압도하고 있다. 풀체인지 모델인 BMW X5보다 두배 넘게 판매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승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그 정도로 GLE를 비롯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SUV는 상품성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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