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시승기] BMW M4 (2) 2015 BMW M 트랙데이를 가다
  • 김상영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5.09.04 11:02
[롱텀시승기] BMW M4 (2) 2015 BMW M 트랙데이를 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루 종일 서킷에서 BMW M을 탔다. 아무런 부담없이 가속페달을 마구 밟았고, 드드득하고 ABS가 작동할때까지 브레이크를 밟았다. 손가락이 아릴 정도로 스티어링휠을 돌렸고, 일부러 오버스티어를 내며 엉덩이를 돌리기까지 했다.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던 지난달 14일, 모두가 꿀잠에 빠져있는 이른 아침 모터그래프의 M4를 몰고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로 향했다. 나는 노는 것처럼 일했고, 일하는 것처럼 놀았다.

 

# BMW 드라이빙 센터로 출발

일주일 넘게 꼬박 M4를 타니, 생소했던 것들이 꽤 적응됐다. 유독 두꺼웠던 스티어링휠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손에 익었다. 많은 버튼도 굳이 보지 않고 조작할 수 있고 스티어링 감각이나 가속 페달, 브레이크 페달 등의 반응도 익숙해졌다. 

서울에서 영종도로 향하는 인천공항고속도로는 속도를 높이기 무척 좋다. 비싼 통행료를 지불하는만큼 언제나 한적하다. 또 차선도 넓고, 쭉쭉 뻗어있다. 고속주행 안정감이나 소음 등을 테스트하기엔 더 없이 좋은 장소다. 여러 여건이 좋기 때문에 1차선에서 정속주행하는 차가 더 답답하고, 위험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 직접을 부품을 사서 카본 기어노브로 교체했다. 밑판도 교체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빠진 것은 아쉽다.

작정하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M4의 반응은 사뭇 달라진다. 두어단은 기어를 내리고, 엔진회전수를 적극적으로 높인다. 변속 시 크게 ‘팡’ 차체를 튕겨주기도 한다. 그리곤 마치 팝콘 알갱이처럼 튀어나간다. 노면의 거의 모든 정보가 스티어링휠로 전달된다. 요철, 약간의 기울기, 파인 곳 등의 상황이 손과 엉덩이로 섬세하게 전달된다. 속도는 쉼없이 빨라지는데, 불규칙한 도로에서도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최신 BMW는 여러모로 편안하고, 부드러워지고 있다. M도 마찬가지다. 격렬하게 반응하긴 하지만, 서스펜션은 기존 M에 비해 나긋나긋하다. 가끔 푹신하다고 여겨질 때도 있다. M4 또한 뛰어난 그란 투리스모(GT)로 손색이 없다. 인천공항고속도로에서 M4는 세단처럼 편안했고, 슈퍼카만큼 빨랐다.

# BMW를 보며 자라는 아이들

나라님께서 갑작스럽게 만들어주신 황금연휴 덕분인지, 아침부터 BMW 드라이빙 센터는 북적거렸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무척 많아서 놀랐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이, 그것도 값비싼 BMW를 아무 거리낌없이 타고 만질 수 있는 곳은 BMW 드라이빙 센터가 유일하다. 지난해 8월 개장한 이곳에는 지금까지 약 14만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 가족단위 방문객이 무척 많다. 역시 컨버터블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에서 M 트랙데이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됐다. 스티어링휠을 잡는 법, 시트포지션을 설정하는 법 등 기초적인 교육도 진행됐고, 서킷을 효과적으로 달리는 법에 대한 교육도 이어졌다. M을 타고 있지만, 서킷 주행이 처음인 참가자들도 의외로 많았다. 

독일 본사 인스트럭터들이 이번 행사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그들은 M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최신 모델인 M4에 대한 자세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신기하게도 이 인스트럭터들은 전부 본업이 있다고 했다. 평일엔 변리사로, 주말엔 M 인스트럭터로 활동한다는 얘기가 무척 부러웠다.

▲ 이세타가 달리는 모습은 여간 신기한게 아니다.

50여명의 참가자들은 다섯개 조로 나뉘어 다섯개의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프로그램 구성은 현재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어드밴스드(Advanced) 프로그램과 유사했다. 짐카나, 원선회, 핸들링, 긴급 상황 대처 등의 테크닉에 대한 중점적인 학습으로 구성됐다.

# 핸들링 그리고 또 핸들링

가로 83m, 세로 132m의 아스팔트 위에 촘촘하게 라바콘이 놓였다. 또 기록 계측 장비까지 설치됐다. BMW는 매우 체계적인 짐카나 코스를 설계했다. 인스트럭터는 무엇보다 급제동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브레이크 시스템을 백퍼센트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 짐카나에서는 M3가 사용됐다. 황금색은 정말 탐난다.

M3는 움직임이 M4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더스티어가 조금 더 발생하는 것 같았지만, 아주 미미했고 어설픈 조작에선 DSC가 적극적으로 보조했다. 짐카나에서의 핵심은 유연한 조작이었다. 가속페달이나 스티어링휠 조작을 급히 한다고 빠른 기록이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적정 속도를 유지하며, 리듬감을 갖고 방향을 전환해야 했다. 코너에서는 미세한 가속페달 조절로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는 것도 유리했다. 그 와중에서도 브레이크 만큼은 신속하고 강력하게 전개해야 했다. 

▲ 짐카나의 핵심은 리듬이다. 타이어가 비명을 지른다고 빠른게 아니다. 원선회에서는 오히려 절제를 해야한다.

인스트럭터는 핸들링은 단순히 스티어링휠 조작이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속도, 무게 중심 이동, 운전자의 반응 그리고 차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균형을 이뤄야한다고 했다. M3를 자유자재로 조작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어설펐지만 우리조에선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 욕심을 버려야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 

핸들링에 대한 복합적인 균형은 BMW 드라이빙 센터를 달리며 체감할 수 있었다. BMW 드라이빙 센터의 서킷은 작은 코너의 연속이다. 최고속도보단 핸들링에 더 중점을 뒀다. 후륜구동 , 핸들링을 강조하는 BMW의 홈그라운드답다.

▲ M6 그란 쿠페는 아무리타도 서킷에서 적응되지 않았다. M4가 그리웠다.

M6 그란 쿠페에 올라 서킷을 돌았다. M6 그란 쿠페는 최고출력 560마력의 강력한 힘을 갖곤 있지만 오밀조밀한 서킷에선 그리 유리하지 못했다. 큰 차체는 거추장스러웠고, 몹시 무거웠다. 아무리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이 달렸다고 해도, M4를 따라가긴 힘들었다. 또 연속된 코너에서는 중심 이동을 최소화하는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M 중에서 눈이나 손끝으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은 단연 최고라고 느껴졌다.

# 오버스티어를 정복하라

직경 90m의 원형 아스팔트에는 스프링쿨러가 설치돼, 항상 젖은 노면을 유지한다. 또 약간의 기울기도 있다. 이곳에서는 후륜구동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오버스티어 대처법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다.

인스트럭터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DSC를 완전히 끈 상태에서 기어는 2단을 유지했다. 차체가 돌아갈때 신속하게 스티어링을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스티어링 모드는 오히려 컴포트로 설정했다. 인스트럭터는 매우 평온했다. 천천히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다가 순간적으로 엔진회전수를 올렸다. 56.1kg.m에 달하는 강력한 최대토크가 뒷바퀴에 실리면서 차 뒷부분이 돌기 시작할 찰나, 신속하게 오른쪽 방향으로 두바퀴 정도 스티어링휠을 돌렸다. 그리고 가속페달을 톡톡 건드리면서 드리프트로 원선회를 하기 시작했다.

▲ 시간을 내서 M 드리프트를 교육받기로 마음 먹었다.

이론적으론 완벽히 이해했지만 실제로 쉽지 않았다. 인스트럭터가 무전으로 계속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스티어링과 가속페달 조작이 원활하지 못했다. 또 차 뒷부분이 돌기 시작하는 찰나의 순간을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했다. 몇번의 시도 끝에 드리프트 자세를 취하고 조금 원선회를 했지만, 내심 불만족스러웠다.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과는 전혀 달랐다.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는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제어하는 M 드리프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무려 4시간 동안 드리프트를 배우게 된다. 그래서 아쉽지만 훗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 서킷을 원없이 달리다

운전자의 순발력과 급차선 변경, 긴급상황 대처 능력을 위한 교육도 진행됐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후, 각 프로그램에서 우수했던 참가자를 선정해 시상했다. 특별히 잘 한것도 없었는데 부끄럽게 M 여행용 캐리어까지 받았다. BMW코리아는 참가자 전원에게 엔진 오일과 드라이빙 슈즈, 손목시계, 수료증 등을 선물로 줬다. 그렇게 공식적인 행사는 끝났다. 

▲ M 트랙데이가 아니라도,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언제든 M을 탈 수 있다.

하지만 진짜 M 트랙데이는 공식 행사가 끝난 후부터 시작됐다. BMW코리아는 사전 신청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서킷을 오픈하는 ‘프리랩’을 진행했다. BMW가 아니라도 서킷을 돌 수 있었다. 물론 대부분 BMW M이었지만 포르쉐 박스터도 있고, 도요타 86도 있었다. BMW가 아닌 차로 이곳을 달리는 것도 꽤 이색적일 것 같았다.

역시 M4는 난이도 높은 코너가 집중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M6 그란 쿠페의 움직임과는 전혀 달랐다. 매 코너에서 경쾌함을 잃지 않았고, 무게 중심 이동도 크지 않았다. 여기에 짧은 직선주로에서도 시속 200km를 넘기는 힘까지 갖췄다.

▲ 모터그래프 목포가 BMW 드라이빙 센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프리랩은 무려 30분 동안 진행됐다. 서킷에서의 30분은 꽤 길다. 운전자도 힘들지만 차가 받는 스트레스는 더 크다. 엔진, 변속기, 브레이크 등의 성능을 최대한 사용하게 된다. 대부분 브레이크가 가장 먼저 지치게 된다. 하지만 30분을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M4의 제동 시점이나 주행 라인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서킷이 익숙해지면서 속도를 더 끌어올렸고, 여러 감각은 더 섬세해졌다.

▲ BMW 드라이빙 센터는 잠시도 한눈 팔 틈이 없다. 작은 코너의 연속이다.

작고 가벼운 자체는 코너를 대응하기 수월하다. 연속된 코너와 헤어핀을 통과하는게 전혀 어렵지 않았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급제동 순간에서도 다시 달려나갈 것을 짐작이라도 한듯 엔진회전수를 유지시켰다. 굳이 수동모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변속은 매우 적절했다.

자유롭게 서킷을 달리니 M4와 한층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또 며칠 후에 있을 인제스피디움 주행을 대비해 전투력 끌어올리기에도 좋은 시간이었다. 우리 ‘목포(Mog4)’가 렉서스 RC F에게 무너지는 일은 있을 수 없지 아니한가.

▲ 인제스피디움에서 M4와 RC F를 번갈아탔다. 둘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