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차 그사람] 아주자동차대 박정룡 교수…"우리 슈퍼카를 소개합니다"
  • 전승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5.04.25 10:24
[그차 그사람] 아주자동차대 박정룡 교수…"우리 슈퍼카를 소개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이~ 이게 무슨 슈퍼카야"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겠다. 멀리서 얼핏 보면 제법 슈퍼카 형상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보면 금방이라도 문짝이 떨어져 나갈 듯 불안하다. 실내 역시 제대로 작동할까 의심될 정도로 엉성하다. 각종 조작 버튼들은 철저히 기능적으로 한 곳에 몰아넣었고, 에어컨이 없어 긴 호스로 바깥 공기를 빨아들이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도 손잡이가 없어 줄을 당겨야만 했다.

 

실망하긴 이르다. 대학생들이 몇 년 동안 밤을 지새우며 자체 제작한 모델로, 파워트레인과 일부 부품을 제외한 모든 것을 직접 만든 것이다. 더구나 국내 최초의 세로배치형 미드십 스포츠카에 과감히 도전해 보란 듯 성공했다. 질책보다는 '위대한 첫걸음'에 대한 응원을 해줘야겠다. 이렇게 하나둘 만들다 보면 언젠가 페라리 뺨치는 슈퍼카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아주자동차대학교 박정룡 교수를 만나 학생들이 만든 슈퍼카와 국내 유일의 자동차 특성화 대학에 대해 물어봤다.  

◆ 대학생이 만든 미드십 슈퍼카, 얼마나 잘 달리나

 

Q. 슈퍼카를 만든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국가 지원을 받아 학생들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 학교 특성상 직접 자동차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고민을 하던 중 이왕이면 가장 멋진 슈퍼카를 만들어보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 학교에는 7개의 학과가 있다. 디자인과는 실내외 모습을, 차의 설계는 개발과, 제작은 모터스포츠과가 참여하는 등 7개 학과가 합쳐지니 자동차가 완성됐다. 

Q. 엔진과 변속기의 베이스는 어디 것을 이용했나

엔진은 현대차의 3.8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했다. 그러나 슈퍼카 콘셉트에 맞게 미드십으로 얹었는데, 국내 미드십 엔진 중 최초로 세로배치를 시도했다. 그러다 보니 변속기가 문제였다. 국내에는 세로배치 미드십 엔진에 사용할만한 변속기가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하나 있던게 쌍용차 이스타나의 4단 변속기여서 그것을 개조해 사용했다. 수입품은 너무 비싸 장착하기 어려웠다.

서스펜션은 직접 만들었지만, 쇽업소버는 외부 업체 제품을 구입해 썼다. 또, 디스크와 캘리퍼 등 브레이크 부품은 기존에 있던 제품을 사용했다. 나머지는 직접 만들었다.

 

Q. 성능이 중요한데, 잘 달리나

아직 성능을 끝까지 평가해보지는 못했다. 다만, 작년에 레이싱 대회에 참가해 서킷에서 달려봤다. 완주하면 주행 성능을 어느 정도 인정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주행 중 엔진이 멈춰 아쉽게 완주는 못했지만, 곧바로 문제를 바로잡아 개선했다. 올해도 이 차를 가지고 여러 대회에 참가해 완성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Q. 실내가 좀 허술해 보인다 

이 차의 최종 목적은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는 것 까지다. 레이싱카로 개발됐기 때문에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것들로 채웠다. 사실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들이 너무도 많다. 비용과 시설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실제 차를 처음 만들다보니 경험이 부족했다. 각 학과에서 제작한 것들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도 어려웠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문도 손잡이 없이 여닫을 수 있을 정도만 만들었다. 실내 인테리어 등도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구동계는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외관도 디자인과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슈퍼카에 걸맞은 뛰어난 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Q. 만드는데 들어간 시간과 비용이 궁금하다

비용이 많이 들어갔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2011년 교육부가 진행한 교육역량 강화를 위한 대학대표브랜드사업에 선정됐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 2014년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2년제 학교여서 학생들이 만들다말고 졸업하니 연속성이 없는 점도 힘들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 만들었다. 돈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Q. 아쉬움이 있다면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었지만 얻은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우선 슈퍼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필요한 설비를 하나둘씩 추가했는데 결과적으로 학교 시설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됐다. 현재 그곳에서 학생들의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또 학생들이 차를 만드는 전 과정에 참여했다는 것도 큰 성과다. 1호차에 아쉬웠던 점을 2호차, 3호차에서 보완할 수 있는 경험을 얻었다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 슈퍼카 프로젝트는 계속된다…더 강력한 엔진으로 업그레이드

 

Q. 2호차와 3호차도 나오나

현재 2호차 디자인은 완성된 상황이다. 이번 서울모터쇼에서도 외형을 전시했다. 3호차는 1, 2호차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만들 계획인데, 현재 스케치 단계다.

Q. 1호차와 무엇이 달라지나

더 강력한 엔진으로 동력 성능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구형 에쿠스에 들어가던 4.5리터급 엔진이나 3.8 가솔린 엔진에 터보를 달아 출력을 높일까 고민 중이다. 또, 1호차보다 더 날렵한 디자인에 지상고도 낮췄다.

Q. 3.8 터보라면 좋겠다. 현대차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터보가 시대적인 대세이긴 하다. 고성능차에 무조건 고배기량 엔진을 달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배기량을 낮추면서 과급기를 통해 출력을 올리는 터보가 효과적이다. 단, 터보를 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미드십 배치를 하기 때문에 열을 식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를 확보한 다음에야 터보를 달 수 있을 것 같다.

 

Q. 비용이 많이 들어갈 텐데

1호차와 다른 미드십 변속기를 장착하려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만큼 비용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다행히 4대 국고 사업을 다 받는 우수 학교로 지정돼 슈퍼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Q. 언제쯤 볼 수 있나

3년 정도 예상하고 있지만,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빠르면 2년 안에도 가능할 것 같다. 다음번 서울모터쇼에는 완성형 모델을 전시하고 싶다. 문제는 사람이 바뀌기 때문에 하다가 졸업하면 새로운 사람을 가르쳐야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여러 해를 거치면서 많은 학생들이 차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배울 수 있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Q. 슈퍼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들이 이런 슈퍼카를 만들 기회는 국내에서 우리 학교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 학생들에게 차 전체를 직접 만드는 기회, 마음껏 공부할 기회를 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차를 만든 학생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1호차가 레이싱 경기장에 달릴 때 눈물을 보이는 학생도 있었다. 슈퍼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던 졸업생들도 완성품이 실제로 달리는 모습에 가슴 벅차했다. 이것이 진짜 교육인 듯하다.

 

◆ 아주자동차대학이 궁금하다. 뭐하는 곳인가

Q. 아주자동차대학이 있는 줄 몰랐다

1995년 대우그룹에서 서해안 중심에 위치한 보령에 산업단지 공단을 기획하면서 통신, 전기, 자동차, 중공업 등에 공급되는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천대학교를 만들었다. 2004년에 자동차로 통합하고 아주자동차대학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아주대학과 같은 재단이다. 

현재 개발, 디자인, 제어 및 진단, 튠업제어, 모터스포츠, 디지털 튜닝,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등 7개 학과를 갖췄다.

Q. 개교하고 3년 뒤 IMF가 터져 모기업이 어려워졌는데

90년대 말은 가뜩이나 학생수가 줄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IMF가 터졌다. 대우그룹이 어려워졌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학교는 대우그룹이 아니라 학교 재단인 대우학원의 지원을 받고 있어 재정상 큰 문제는 없었다.

Q. 국내에 아주자동차대학같은 곳이 또 있나, 학교 규모는

자동차 특성화 대학은 우리가 유일하다. 간호대학이나 승강기대학과 비슷한 것이다. 한 학년 정원은 500명으로 1, 2학년을 합하면 1000명 정도다. 교수진은 전임 30명, 외부 30명 수준이다. 학생들은 정비과가 가장 많은데, 최근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정비 인력이 부족해 취업율이 높아졌다. 전체 취업률은 70% 수준이다.

 

Q. 서울에서 너무 멀지 않나

수도권 출신이 60% 이상이다. 아무래도 자동차가 수도권에 집중돼 어려서부터 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듯하다. 600명 정원의 기숙사가 있어 1학년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한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오히려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 솔직히 공부 말고는 할게 없다. 방학 때는 60~70여명에게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근로 장학금을 지원해 슈퍼카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Q. 등록금은 얼마인가? 

등록금은 한 학기에 300만원 수준이다. 다른 학교에 비하면 절반 정도다. 학교가 WCC(월드 클래스 컬리지)에 선정돼 정부 지원을 많이 받는다. 등록금을 포함해 학생들에게 들어가는 돈의 60~70%는 정부 지원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Q. 3년제로 바꿀 생각은 없나

2년 열심히 배우고 회사에서 실무를 익히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는 2년이란 시간 동안 4년제만큼 가르친다. 열심히 하는 학생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졸업할 수 있다. 보통 일주일에 24시간 수업을 듣는다. 하지만 공부가 더 필요한 전공도 있다. 앞으로 성적이 우수하고 잠재력이 높은 30~40여명을 대상으로 3~4학년치에 해당하는 전공심화 교육 과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Q. 대학교가 서울모터쇼에 참가한다니 

학생들 작품으로 모터쇼 참가하는 것은 무척 영광이다. 작은 모터쇼에는 초청을 받은 경험이 있지만, 서울모터쇼는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었다. 2013년에는 서울모터쇼 조직위가 대학생 자작차는 안 받는다고 해 우리가 만든 슈퍼카 사진과 달리는 영상을 찍어서 보내 겨우 참가할 수 있었다. 올해 모터쇼에는 먼저 연락이왔다.

모터쇼 참가는 홍보도 홍보지만, 학교의 위상을 높이고 학생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는데 좋다. 보령에서 일산까지 입장권, 버스, 식비 등을 전액 지원하면서까지 학생들을 견학시키는 이유다. 아직 '아주자동차대'가 아니라 '아주대 자동차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모터쇼가 우리 학교를 알리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Q. 앞으로의 목표는?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은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자동차 산업을 위한 인재 개발에는 인색하다. 아직 기계를 만지는 직업을 깔보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 전문 기술인에 대한 정당한 처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을 통해 고급 인력을 배출해 자동차 관련 직업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싶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