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7천만원대 포르쉐 마칸…역시 ‘포르쉐의 맛’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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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1.24 17:38
[시승기]7천만원대 포르쉐 마칸…역시 ‘포르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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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지지 않고 평행으로 이동하는 느낌. 그리 차체가 가볍다거나 높이를 크게 낮춘 것도 아닌데 이렇다니 좀 비현실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마칸 터보, 마칸S, 마칸 디젤S에 이어 지난 8월에는 소리소문 없이 2.0 가솔린엔진을 장착한 ‘마칸’이 나왔다. 기본 가격은 포르쉐 엠블럼에도 불구하고 7560만원. 어찌보면 아우디보다 더 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이른바 ‘깡통차’의 가격이고 비슷한 옵션을 붙이면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시승차는 옵션이 6000만원 넘게 장착돼 1억3천만원이 넘는 차로 거듭나 있었다. 옵션이나 차값이나 비슷한 수준.

포르쉐 마칸의 외관/사진=김상영기자 sy.kim@motorgraph.com

그래선지 실내외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하다. 물경 1억원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저렴한 포르쉐’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자동차. 이름에 아무것도 덧붙지 않아 가장 순수한 ‘마칸’을 시승했다.

◆ 우려했던 가속성능…”나쁘지 않네”

가장 걱정했던 점은 역시 가속 성능이었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빨라지는 풍경과 함께 이같은 우려도 뒷전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물론 포르쉐 브랜드에 걸맞는 짜릿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결코 답답하지는 않다. 포르쉐 듀얼클러치(PDK)까지 장착돼 패들시프트를 조금만 조작하니 치고 나가는 느낌도 꽤 있다. 이 정도라면 도심에선 차고 넘치는 정도. 다만 엔진 배기음이 다양한 포르쉐 음색을 내지는 못하고 있어서 빠르게 가속되더라도 실제보다 속도감이 밋밋하게 느껴진다. 

포르쉐 마칸의 외관/사진=김상영기자 sy.kim@motorgraph.com

‘마칸’은 윗모델과 구분하기 위해 터보라는 단어를 붙이지는 않았지만 여기도 터보차저는 장착돼 있어 237마력이라는 적잖은 출력을 낸다. 공차중량도 1800kg 이내로 소형 SUV지만 비교적 가벼운 편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렇게 효율적인 차체를 만들어낸것은 놀랍다. 외관은 다른 차와 공유되는 부분이 없지만 섀시와 서스펜션은 모두 아우디 Q5와 공유되면서 개발속도를 높이고 성능 완성도까지 높아졌다. 폭스바겐 그룹의 MLB라 불리는 아키텍처는 이처럼 두루 활용할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플랫폼이 되고 있다. 더구나 독일 라이프찌히 공장은 마칸의 생산을 위해 이전 카이엔에 비해 훨씬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갑작스레 늘어난 수요에도 비교적 원활하게 대응하고 있기도 하다. 

포르쉐 마칸의 외관/사진=김상영기자 sy.kim@motorgraph.com

◆ 실내 공간, 주행감각은…”역시 포르쉐”

시승차는 빨간색 가죽으로 실내를 꾸몄다. 얼핏봐도 사이드 서포트가 빵빵하게 올라와 있는게 인상적이다. 올라 앉으면 과연 ‘포르쉐에 앉았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다만 이 시트는 가격이 780만원이나 하는 고가 옵션. 새빨간 뒷좌석도 머리공간이 좀 부족한 느낌인데, 이렇게 좀 불편하게 만들어져야 스포츠카라는 느낌도 드나보다. 

포르쉐 마칸의 실내/사진=김상영기자 sy.kim@motorgraph.com

처음에는 코너링 감각이 좀 밋밋하다 싶었는데 전자자세제어장치(PSM)를 끄고 코너에 들어가니 후륜이 미끄러지는 느낌이 확연해 꽤 스포티하다. 생각보다 좀 더 꺾고, 가속페달을 좀 더 밟는 정도로 꽤 쉽게 슬라이드에 진입할 수 있었다. 

아우디 Q5에 채택된 토센(Torsen) 4륜구동 대신 평상시 뒷바퀴에 힘의 대부분을 전달하는 PTM 4륜구동이 장착돼 있어서 스포츠카를 모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전자제어식으로 토크를 배분하는 만큼, 전후 토크가 배분되는 모습이 계기반에 그래픽을 통해 표시되는 모양도 재미있다. 포르쉐 토크벡터링플러스(PTV Plus)까지 선택 가능해 극단적인 가속을 즐길 수도 있게 만들어졌다. 물론 PSM을 켜고 주행하는 평상시에는 전자제어가 개입돼 스포티한 느낌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게 세팅 돼 있다. 

포르쉐 마칸의 계기반/사진=김상영기자 sy.kim@motorgraph.com

동급에서 유일하게 에어서스펜션을 더해 필요에 따라 차체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서스펜션을 낮추고, 감쇄력도 단단하게 세팅하고 ‘스포트’버튼을 누르니 주행성능이 꽤 괜찮다. 타이어는 21인치 911 터보휠이 끼워져 있어 존재감이 대단하다. 물론 이건 610만원이 넘는 옵션이다. 휠과 시트만 업그레이드 했는데 이미 현대 아반떼 한대가 사라져버렸다. 

물론 이 차는 스포츠카로 세팅할 수도 있지만 오프로드용으로 세팅할 수도 있다. 오프로드  버튼이 달려있는데 타이어도 머드용으로, 차체 높이도 높이고 나면 우수한 견인력으로 인해 어지간한 오프로드를 공략하는데도 별 문제가 없을걸로 보인다. 

포르쉐 마칸의 외관/사진=김상영기자 sy.kim@motorgraph.com

처음엔 그저 아우디 Q5의 디자인만 변경한 차가 아닐까 생각했던것도 사실이지만, 마칸 터보에 이어 마칸 기본형까지 시승해보니 분명 포르쉐만의 공통적인 DNA를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보다 다양한 계층에서 포르쉐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자동차. 그게 바로 마칸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 장점

- 저렴한(?) 가격

- 비교적 스포티한 SUV

- 실용적인 실내

◆ 단점

- 약간 부족한 포르쉐의 DNA

- SUV치고는 좁은 뒷좌석 머리공간

- 부족한 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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