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동차 마니아들 설레는 세계의 모터쇼, 직접 가봐야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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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17 14:21
[기자수첩] 자동차 마니아들 설레는 세계의 모터쇼, 직접 가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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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반짝반짝거리는 수천대 새 차들과 예쁜 미녀들. 슈퍼카와 최첨단 자동차들이 어울어지는 광경. 만약 자동차 마니아용 천국이 따로 있다면 바로 이런 형태 아닐까 생각 될 정도입니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 마니아들 뿐 아니라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세계의 모터쇼를 살펴봅니다. 

▲ 2013 서울모터쇼

◆ 대체 ‘모터쇼’가 뭘까

모터쇼라면 야한 옷 입은 레이싱모델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도 있겠지요. 그러나 세계 유수 모터쇼를 살펴보면 서울모터쇼처럼 모델이 많은 쇼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서울모터쇼는 앞으로 더 많은 모델을 투입해서 모터쇼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계획까지 내놓고 있으니 참 답답합니다. 이유는 아마도 모터쇼가 무엇인지에 대해 동상이몽을 하고 있어서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미 관람객 숫자로는 세계 수준에 올라선 서울모터쇼도 아직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모터쇼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은 모터쇼란 관람객 숫자만 많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업체와 관람객 모두 인정해야만 제대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델의 수만 늘려 관람객을 몇배로 더 받는다고 해도 그런 허수에 관심을 가질 제조사가 많지 않고, 예쁜 모델이 있다고 해외에서 한국으로 취재를 오는 기자가 있을리도 없지요. 따라서 제조사들은 주요 신차를 서울모터쇼에 거의 등장 시키지 않게 됩니다. 뉴스의 중심에서 벗어나 자꾸만 자동차 외의 것들을 부각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 2014 부산모터쇼

오늘날 대부분 모터쇼는 제조사가 내놓을 신차들을 소개하고, 앞으로 내놓을 차들의 방향도 콘셉트카를 통해 알리는 자리입니다. 현대적인 모터쇼는 각 제조사의 수장들은 물론, 산업분야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해 자동차의 미래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우수한 부품업체들과 바이어가 교류하는 장임은 물론이지요. 

◆ 세계 최초의 모터쇼? 프랑크푸르트모터쇼 vs 파리모터쇼 

독일인 칼벤츠가 만든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는 1886년에 만들어졌지만, 이를 만든 본인조차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고틀립다임러도 앞다퉈 자동차를 만들었지만 이 물건들은 독일서 수년간 판로를 찾지 못했습니다. 정작 최초로 이 차를 팔기 시작한 곳은 독일이 아닌 프랑스였지요.

독일에서는 자동차를 '볼품없고 쓸모없는 물건'이라고 폄훼했던 반면, 프랑스에서는 남들과 색다른 것이 용인되거나 오히려 동경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당시 마차가 가득했던 파리의 도로에는 말똥과 오줌이 가득했고 말이 산의 풀을 먹어치우는 원흉으로 생각됐는데, 프랑스인들은 배설물 없고 먹지도 않는 자동차의 '친환경성'에 매료됐다고 합니다. 요즘은 그 자동차가 환경을 해치는 원흉처럼 묘사되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네요. 

1900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앞에서 펼친 파리오토살롱이 최초의 모터쇼라고 하는건 당연합니다. 이 행사는 세계 최초 자동차 동호회라 할 수 있는 프랑스자동차클럽이 주최했으니 역시 자연스럽습니다. 

▲ 1910년 파리모터쇼 포스터

그런데 언제부턴가 독일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최초의 모터쇼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독일 최초의 모터쇼는 1907년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니 파리모터쇼보다 조금 뒤졌지요. 그런데, 독일인 측은 '기록을 찾아보면 1897년에 베를린의 브리스톨 호텔에서 자동차를 모아 놓고 쇼가 펼쳐졌으며, 이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의 전신'이라고 주장합니다.

프랑스에서도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선지 1898년 프랑스 파리 튈러리 공원에서 차를 늘어놓고 전시한 것이 최초의 자동차 모터쇼라며 시작년도를 조금 앞당겼습니다. 이처럼 세계 최초 모터쇼의 자리를 놓고도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죠. 

규모면에서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와 파리모터쇼는 각기 자신의 모터쇼가 세계 최대 규모라 주장하고 있으며 이같은 자존심 싸움에 각 자동차 제조사들이 합세해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양쪽 모두 규모도 상당해 전시장 안에서 셔틀을 타지 않고는 취재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일반 개장때는 하루에 전부 돌아보는건 아마 불가능해 보입니다. 

▲ 2007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

다행히 프랑크푸르트와 파리모터쇼는 서로 엇갈려 격년으로 개최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간섭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 유럽의 가장 치열한 쇼...제네바모터쇼

모터쇼는 각국의 문화를 그대로 담고 있어 더 재미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와 파리모터쇼가 제각기 자국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을 걸고 싸운다면 제네바모터쇼는 스위스의 중립적인 이미지를 십분 활용해 최고 모터쇼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변변한 완성차 업체가 없는 나라에서 치뤄지는 모터쇼로는 세계 최대 규모. 청정 지역에서 개최되는 만큼 친환경 자동차를 소개하는데 최적의 장소로 손꼽힙니다. 실제로 친환경 자동차 전용 전시 공간을 만들고 시승장소까지 제공하는 등 친환경차 소개에 가장 적극적입니다.

매년초에 개최되며 유럽대륙에서는 가장 먼저 열리기 때문에 한해의 유럽 자동차 시장 동향을 미리 점검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시계의 나라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만큼 각 프레스컨퍼런스의 시간이 좀체 밀리지 않고 정확히 시작되는 것도 특징. 

파리모터쇼나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비해 규모는 좀 작지만 이동이 쉽고 아기자기하며 동선까지 고려한 그나마 '친절한' 모터쇼로 손꼽힙니다.

▲ 2014년 제네바오토쇼가 펼쳐지는 광경. 서울모터쇼와 비슷한 공간이지만, 공개되는 차들은 비교가 안된다.

◆ 무너진 디트로이트, 도쿄모터쇼

아시다시피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생산국은 미국입니다. 미국은 태생부터 인구에 비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드넓은 땅을 관리해야 했고, 자연스레 교통수단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포드가 디트로이트에 터를 잡으면서 GM, 크라이슬러 등 빅3가 이곳에서 자동차의 메카를 일궜으니 여기서 세계 최대 모터쇼가 치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디트로이트는 예전과 전혀 다릅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줄도산하면서 200만이던 디트로이트시의 인구가 70만으로 줄었고, 세입도 부족해 치안도 이뤄지지 못하는 도시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최근들어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어떻게든 회생했지만, 해외 생산이나 다른 도시 생산을 늘렸지 디트로이트에서의 생산을 늘린건 아닙니다. 따라서 디트로이트시는 우리돈 20조원 넘는 막대한 빚을 지고 파산하는 등 좀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디트로이트모터쇼는 그래도 여전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대표하는 모터쇼라서 되살아날 시기를 노리고 있다면 , 정말 답이 안나오는건 도쿄모터쇼입니다.

도쿄모터쇼는 일본 자체의 경제 침체와 자동차 무관심으로 인해 가라 앉은 것이어서 사태가 더 심각합니다.

▲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리던 도쿄모터쇼가 금융위기 이후로 크게 축소돼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다

특히 운도 매우 나빠 2009년에는 개최 직전 갑자기 세계금융위기가 터져 해외 자동차 회사들이 일제히 불참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다음 번인 2011년에는 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문제가 터져나와 역시 관람객들로부터 외면 받았습니다. 

다시 개최되는 도쿄모터쇼 또한 규모가 축소된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개최되는데, 내수시장 축소로 인해 일본 메이커들의 안방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디트로이트와 도쿄모터쇼가 축소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주요모터쇼로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 세계 모터쇼, 직접 가보자

흔히 세계 5대 모터쇼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우리의 줄세우기 버릇이 만들어 낸 표현으로 보이고, 사실 정해진 주요모터쇼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에선 한해 200여개의 모터쇼가 열리지만 OICA(국제 모터쇼 조직위원회)는 세계 16개 모터쇼만을 공식적인 모터쇼로 등록해 놓았습니다. 

이 중 전통적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모터쇼는 프랑크푸르트, 디트로이트, 파리, 도쿄 모터쇼, 제네바 모터쇼 등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중국 자동차 판매와 생산이 큰 폭으로 늘면서 실로 거대한 상하이모터쇼와 북경모터쇼가 더 관심을 받기도 합니다. 인도, 러시아, 브라질도 시장이 발전함에 따라 관심이 높아지고 있구요. 꼭 주요 모터쇼만 있는건 아니고, 당장 11월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튜닝차 전시회인 SEMA쇼와 LA모터쇼, 유럽최대 튜닝쇼인 독일 에센모터쇼가 이어서 개최됩니다. 

무엇보다 직접 가보는게 중요합니다. 문턱도 생각보다 낮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 모터쇼건 외국인을 환영하고 있지요. 모든 자동차 회사가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니까요.  홈페이지에서 찾아보고 일정에 맞춰서 1~3만원 정도 하는 표만 구입하면 됩니다.

서울모터쇼도 있는데, 해외 모터쇼를 꼭 가볼 필요가 있겠냐구요? 네 당연히 꼭 가보셔야 합니다. 우리 모터쇼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터쇼가 말 그대로 ‘쇼’라면 해외 모터쇼는 말하자면 ‘모터 전쟁터’입니다. 그동안 계속된 이들 모터쇼의 결과에 따라 어떤 회사는 문을 닫았고, 어떤 회사는 갈채를 받았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같은 전통 독일 자동차 회사와 코로스(Qoros)나 BYD 같은 신흥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같은 전시장에서 말 그대로 진검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죽고 사는 사생결단의 현장이지요. 스스로 자동차 마니아라 생각한다면 큰 맘먹고 이 역사적 현장에 한번 쯤 다녀와보는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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