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R8 V10 Plus…민아∙손흥민 차 '성지순례'하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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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30 20:25
[시승기] 아우디 R8 V10 Plus…민아∙손흥민 차 '성지순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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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연예인 걸스데이 민아와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 손흥민의 교제라니, 기자이기 전에 한명의 팬으로서 축하하는 마음이다. 어쩌면 한류에 빠진 일본 아줌마들이 한국 드라마 촬영지를 찾는 기분으로, 성지순례하듯 그들이 타고 데이트를 즐겼다는 아우디 R8 V10 Plus를 탔다.

걸스데이와 기자가 사는 아파트. 걸스데이 민아씨가 실수로 이 차에 타길 기대하면 무리일까.  

사실 걸스데이는 수년전부터 기자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사실 바로 옆 동인데도 아직 한번도 마주친 적은 없다. 그렇지만 흰색 아우디 R8은 몇번 봤다. 지나고 보니 그게 어쩌면 손흥민의 차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만 그런게 아닌가보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잠시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데 누군가 뛰어오더니 "에이"하고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나. 연예 뉴스의 파장이 크긴 크다.

R8은 멀리서봐도, 가까이서 봐도, 실내에 들어가봐도 찌릿찌릿하다.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도 꽤 느끼게 된다. 언젠간 꼭 사고 싶은 자동차였다. 이렇게 시승하게 되니 무척 기뻐야 할텐데 왜 한편으로 속이 쓰린지 모르겠다. 손흥민의 곁에는 민아가 있었지만 내 곁에는 시꺼먼 후배가 있어서일까. 뒤로 거의 젖혀지지 않는데다 실내는 좁고 아늑해 두 기자들은 말없이 운전에만 집중했다. 역시 '슈퍼카의 완성은 조수석 튜닝'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씁쓸하고 복잡다단한 기분으로 R8 V10 플러스(Plus)를 시승했다.

◆ 스포츠카는 달리라고 있는것

R8은 기존에도 여러번 탔지만 이번에 탄 R8 V10 플러스(Plus)는 손흥민과 민아가 손잡은 것보다 더 큰 사건이다. 550마력의 '손세이셔널'한 엔진에 '착착' 감기는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까지 결합 됐으니 엄청나게 잘 나갈 수 밖에. 

운전석 뒤에 위치한 V10 엔진

시동을 걸자마자 최고 RPM을 6000에서 제한한다는 문구가 계기반에 뜬다. 냉간에서 지나친 고RPM을 이용하다가 자칫 파워트레인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다. 이런데까지 신경 써주다니 신뢰감이 높아지고 흐뭇한 기분마저 든다. 그러다 3초후 흠짓 놀랐다. 대체 몇 RPM까지 오르기에 6000RPM이 제한이라는건가. 살펴보니 이 차의 레드존은 8700RPM부터. 말할 필요 없이 명확한 고회전형 엔진이다. 

차를 출발 시키는데 꽤 울컥대는 느낌이 든다. 이 차의 7단 S트로닉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는 비록 듀얼클러치로 구성돼 있지만 일반 폭스바겐의 DSG 변속기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훨씬 더 슈퍼카적이어서 괴팍한 느낌마저 든다. 이전 싱글클러치였던 6단 R-트로닉은 세미오토의 느낌이어서 중간중간 동력이 끊기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엔 가차없이 밀어붙인다.

 

페라리 458이나 캘리포니아에도 같은 7단 듀얼클러치가 장착됐지만 이쪽이 더 괴팍하다. 여기 후륜에 곧장 연결된 미드십 엔진 덕분에 맹수가 사냥감을 쫓을 때처럼 순간적으로 "쾅" 소리를 내면서 튀어나가는 느낌이 이 차에 심어졌다. 듀얼클러치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이 시프트 다운을 할 때 레브매치(Rev Match=기어가 변속되는 동안 엔진 RPM을 높여 엔진축과 구동축의 회전 속도를 맞춤) 기능이 들어있어 감속 할 때면 "뿌앙-뿌앙-"하는 굉장한 소리를 내면서 감속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 가속에 걸리는 3.4초에 불과하다. 굉장한 가속력이다. 배기 사운드야 각기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친듯이 뿜어내는 타입은 아니다. 슈퍼카임을 감추려 했지만 어쩔수 없이 드러나는군 하는 식이다. 과장되지 않고 정직한 느낌의 사운드는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음의 높낮이를 달리한다. 

◆ 너 슈퍼카 맞구나 

브레이크 로터는 카본-세라믹이다. 포르쉐 브랜드에서라면 3천만원짜리 옵션인데 여기는 기본이다. 레이스때 열이 잘 오르지 않도록 하는게 주 목적인데, 평상시에는 브레이크에서 쇳소리가 좀 나는게 단점이다. 간혹 이 소리가 불만이라는 소비자도 있는데, 이 소리가 싫다면 슈퍼카는 못타는거다. 이 브레이크 덕분인지 믿어지지 않는 정도로  잘선다.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때론 유연하게도, 때론 날카롭게도 선다. 

가속할때도 한동안 운전자와 동승자의 몸이 시트에 딱 달라붙어있게 만들 수 있고, 감속을 할때도 꾸준히만 밟아준다면 '울컥' 서는게 아니라 꾸준한 감속을 한다. 몸이 안전벨트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게 만드니 제동 감각이 좀 황당할 정도다. 

스포츠버튼을 누르면 RPM을 극단적으로 높여버린다. 또 가속 페달이 너무 민감해져서 다루기 힘든 차가 아닐까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조금만 밟아도 확 튀어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코너에서 가속을 할 때는 4륜 구동 때문에 약간 불안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잘 돌아줬다. '콰트로'라고는 하지만 평상시는 15:85로, 최대 30:70으로 후륜에 대부분 출력이 전달되는 슈퍼카적인 구성이다. 

몇차례 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이 꺾이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페달을 떼면 전륜구동 차의 '턱인' 느낌도 있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후륜구동의 오버스티어도 일어나니 이래저래 일반적인 오버스티어와는 좀 달랐다. 처음엔 좀 어색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드리프트에 쉽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길다랗게 뻗어 핸들로 부터 한뼘밖에 떨어지지 않은 사이드 브레이크 손잡이도 드리프트를 위한 것일거다. 이래저래 스포츠카로서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세팅이 돼 있다. 

◆ 스포츠카는 멋지라고 있는것

살짝 눈꼬리가 쳐진 후방 깜박이가 가장 자리로 스르륵 움직이며 깜박이는 것을 보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걸스데이 민아가 눈을 깜박이는 것만 같아 정신이 혼미해진다. 

라이트 구성은 아우디가 세계 최고라는 생각이다. 2006년, 아우디가 처음 내놓은 미드 쉽 레이아웃의 슈퍼카 'R8'은 세상을 놀라게했다. 당시 람보르기니와 페라리가 독점 해 온 '슈퍼카' 시장에 도전한 것인데, 그 해만 세계 시장에 4000대를 판매했을 뿐 아니라 아우디의 이미지를 견인하는 등 결과는 대성공이라 할 만하다.

 

사실 당시 아우디 R8은 전후 사방에 LED가 가득 박혀 있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비난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브랜드가 아우디를 따라서 LED로 램프를 가득 채운다. 지금와서 보니 오히려 R8의 디자인은 극도로 단정하고 고유 이미지를 제대로 구성한 차로 느껴진다. 지나친 화려함이나 손이 베일듯한 날카로움 대신 강력한 성능을 감추는 듯 유연하고 부드러운 선을 사용한 것이 이 차 디자인의 특징이다.

아우디 R8 V10 Plus의 헤드램프(좌측), 테일램프

아우디 R8은 훨씬 값비싼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에 비해 내구성이라든지 편의 사양이라든지, 잘 짜여진 실내에서도 모두 앞선다. 한가지 앞서지 못한 부분은 슈퍼카적인 느낌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인데, 아우디는 그런 부분 대신 성능으로 얘기 하겠다는 듯 하다. 가야르도가 540마력에 그칠때 이 R8 V10 Plus 모델은 550마력, 더구나 듀얼클러치 변속기까지 장착함으로써 최고속도 317km/h를 냈다. 그렇다고는 해도 물론 같은 팀에서 서로 죽이는 '팀킬'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람보르기니는 최종 가야르도를 570마력까지 올렸을 뿐 아니라 우라칸으로 버전업하면서 무려 610마력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같은 그룹의 두 브랜드가 겪는 고민들이 눈에 선하다.

◆ 놀랄만한 만능 스포츠카

스포츠버튼을 누르면 하체가 딱딱하게 굳어지는게 느껴진다. 날카롭게 핸들을 조작해도 충분히 버텨준다. 철가루를 서스펜션 댐퍼 오일에 포함시키고 전자석을 이용해 필요한 만큼 고착시키는 '마그네틱 라이드'가 이전에 비해 훨씬 향상된 덕분이다. 고속이나 급코너에선 단단하게, 저속에선 부드럽게 움직여지는 세팅이 놀라운 수준이다. 아우디의 댐핑 시스템은 어느새 감동적인 수준까지 진화돼 왔다.

 

슈퍼카의 영역에 들어있지만 조작이 너무 쉽다는점 때문에 오히려 실망하는 경우도 있겠다. 과격하고 괴팍한 슈퍼카를 기대한다면 R8은 기대에 못미칠게 분명하다. R8은 분명 페라리 같은 야생마와는 전혀 다르다. 어디까지나 성실하고 주인이 원하는 바를 그대로 해내는 잘 조련된 준마 같은 자동차. 짜릿하게 달리고 싶으면 빠르게 달리는 차로, 여자친구를 분위기 있고 우아하게 바래다주고 싶으면 안락한 차로. 폼나는 데이트를 위한다면 또 그런 용도의 차로. 그게 아우디 R8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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