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지 주변. 터무니 없이 막히고 주차할 곳도 없어 빙빙 도는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간신히 주차를 했어도 목적지까지 너무 멀어 걷기도 힘들고 셔틀버스로 갈아타자니 지친다. 만약 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은 탈것으로 갈아 타고 왔다면 어땠을까. 물론 유원지 안에서도 탈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세계 모든 도시가 겪는 교통 정체는 날로 심각해지기만 한다. 그래서 세계는 지금 차세대 '탈 것'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건 차세대 자동차 기술을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탈 것'이 무언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변화되는 시점이다.

◆ 왜 개인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의 시대가 오는가

최근 부각되는 '개인이동장치'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고안됐다. 노약자들의 이동수단까지 제시한다는 등의 인본주의적인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은 자동차 판매량이 극히 줄어든 것에 대한 고육책이기도 하다.

일본은 세계에서 초고령화 사회에 가장 먼저 진입한 나라인데다 젊은이들은 차를 살 여유도 없고 관심도 줄어 면허조차 따지 않는다. 이래저래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인구가 급속도로 줄고 있어 자동차 제조사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 일찌감치 개발된 도요타의 i-Real. 전동 휠체어 처럼 생겼지만 자동기울어짐(Auto Lean) 기능이 있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주행 가능하다.
 

초기엔 노인들을 대상으로 개발을 하다보니 느릿한 제품위주로 개발됐다. 개인이동장치라고 이름은 붙었지만 실은 그럴싸한 전동 휠체어에 가까워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동차로 꽉 막힌 도로에 불만이 많은 운전자들까지 대상으로 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기존 자동차보다 빠르고 재미있는 형태의 다양한 물건이 만들어졌다. 

▲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가는 혼다 모토콤포. 1982년에 상용화 된 제품이다. 

한적한 공용 주차장까지만 차로 이동하고 그로부터 목적지까지는 작은 오토바이를 이용한다는 아이디어가 상용화 되기도 했다. 개인 이동장치의 선조격인 혼다의 모토콤포(Motocompo)는 자동차 트렁크에 작은 1인승 접이식 오토바이를 싣고 다니는 방식이다.

지금봐도 혁신적인데 이미 80년대에 시판됐다. 너무 시대를 앞서간 탓인지 인기가 시들해 금세 단종됐다. 하지만 2000년 들어 한 만화에 등장하면서 갑자기 인기가 치솟더니 요즘은 당시 판매가격의 3배를 주고도 못사는 물건이 됐다. 때늦은 인기에 놀란 혼다는 차세대 모토콤포 콘셉트 모델을 내놓기도 했다. 기존 모토콤포는 무겁고 시끄럽다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는데, 새로운 모토콤포 콘셉트는 전기모터를 이용함으로서 이 문제를 해소했다. 

자동차는 도로에서 도로까지의 이동을 목표로 하지만 '개인 이동수단'의 상당수는 집안에서 목적지 안까지의 이동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따라서 초소형 구동장치를 갖춰야 하고 소음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대부분 전기 모터를 이용해 주행한다. 

기존 자동차에 비해 단거리를 주행하도록 만들어진 것도 특징이다. 최근 고안되는 '스마트 도시'도 생활권을 좁혀 단거리차량만으로도 일상적인 일을 모두 해낼 수 있게 되는걸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 필요한만큼만 차를 이용하고 아무데나 반납할 수 있는 카쉐어링까지 도입되면 자동차에 대한 개념은 한층 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 세그웨이 스타일 - 개인 이동수단(Personal Transporter)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1인승 차라 할 수 있는 세그웨이(Segway PT)는 인간이 걷는 방식에 최대한 가까운 방식을 택했다. 올라선채 몸을 기울이는 쪽으로 바퀴가 굴러간다.

▲ 공항 경찰이 흔히 이용하는 '1인승 탈것'의 대명사 '세그웨이'

자전거라 해도 오르 내려야하고 안장에 앉아 몸을 굽히고, 페달을 밟아야 하는 과정이 있지만, 세그웨이는 그저 발판에 오르면 출발하고 내리면 멈춰서니 상상 이상으로 편리하다.

이동하면서 한손을 이용할 수도 있고 아무데서나 발판에서 내려 일을 볼 수 있으니 수시로 타고 내려야 하는 경우 탁월한 효과를 낸다. 맘먹고 달리면 최고 속도 시속 20km까지 주행할 수 있어 어지간한 사람이 뛰는 것보다 빠르고 힘이 들지 않는건 물론이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해외에선 경찰이 이용하거나, 관광객에게 대여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워낙 편리한 개념이다보니 세그웨이 스타일의 유사품도 여럿 등장했다. 위에 바이크 안장을 얹어 스포티하게 만들거나 1인승 승객실을 만들어 프라이버시를 강조한 시도도 있다.

▲ 세그웨이와 유사한 탈것, 현대자동차 E4U

서울모터쇼에 등장한 E4U 같은 전기자동차 콘셉트카도 깜찍한 외관이 시선을 끌며 흡사 장난감 같았지만 세그웨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제품이었다. 

◆ 르노 트위지 - 자동차의 편의성에 오토바이의 기동성을 더하면

2011 제네바모터쇼에 왔던 기자들은 르노 부스에서 할 말을 잃었다. 양산을 앞두고 있다는 르노 트위지를 뭐라 불러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2인승인데다 앞뒤로 승객이 앉을 수 있어 오토바이와 비슷했다. 하지만, 바퀴를 4개 갖고 있고 핸들도 갖춰 영락없는 자동차의 형상이었다.  

▲ 오토바이를 닮은 2인승 자동차 르노 트위지. 르노삼성이 2013 서울모터쇼에 전시한적이 있다. 

주행해 보니 고민은 더 커졌다. 4바퀴를 가져 안정감이 있지만 폭이 엄청나게 좁아 오토바이처럼 차 사이로 달릴 수 있었고, 주차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았다. 천장과 앞유리가 있어 비와 바람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 헬멧을 쓰지 않아도 오토바이보다 훨씬 안전했다. 물론 오토바이처럼 빠릿하게 움직이지는 않았고, 일반 4륜 자동차만큼 아늑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토바이와 자동차에서 포기할 수 없는 장점만을 뽑아만든 차 같았다. 

워낙 신기한 이 차는 말할 것도 없이 관람객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등장하자마자 유럽 전기차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고 지금까지 1만2천대 넘는 물량이 팔려나가고 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통해 일본에서는 닛산 뱃지를 붙여서 카쉐어링에도 활용되고 있다. 

◆ 도요타 i-Road - 더 날씬하게, 더 안락하게

도요타는 르노 트위지와 비슷하면서도 세바퀴 자동차 아이로드(i-Road)를 양산차로 만들어 시판한다는 계획이다. 

▲ 3바퀴, 후륜 조향, 자유롭게 기울어지는 앞바퀴, 양산계획... 놀라움이 끊이지 않는 도요타 아이로드(i-Road)

일본에서 타본 이 차는 언뜻 봐선 세바퀴 오토바이를 떠올리게 하지만, 작동방식은 전혀 달랐다. 전륜 두바퀴는 멈춰있거나 저속으로 이동할 때는 차가 좌우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든든히 잡아주고 항상 수평을 유지한다. 측면으로 기울어진 길을 달려도 i-Road는 완전한 수직을 유지한다. 반면 고속으로 주행할 때는 핸들을 돌리는데 맞춰 차를 좌우로 기울여준다. 마치 모터바이크 선수가 경기를 할때처럼 큰 폭으로 기울여지지만 전혀 불안하지는 않다. 핸들을 마구 돌려가며 좌우로 험하게 주행해도 결코 넘어지지 않는다. 조향할때는 앞바퀴가 아니라 뒷바퀴를 꺾기 때문에 더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회전할 수 있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있고, 핸들을 좌우로 돌려가며 운전하니 자동차와 비슷한 느낌이다. 오토바이와 달리 후진도 할 수 있어 주차도 매우 편하고 일상적으로 이용하는데도 문제가 없다. 르노와 달리 사방이 유리로 막혀있고 히터도 마련돼 춥지 않고 비나 눈이 오는 날에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편한 시트를 갖춰 먼거리를 달려도 그리 불편함이 없는 것도 매력이다. 비교적 충돌안전성도 높고 에어백 기능도 장착할 수 있으니 오토바이에 비해 안전 수준도 월등하다. 

◆ 누구나 언젠간 필요로 하게 될 물건 

과거는 한 집에 1대의 자동차를 소유하는게 일반적이었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각 식구가 차를 한대씩 소유하는 것 또한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다. 굳이 4명씩 타는 차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엔진도 필요없고 배기를 내뿜지 않는다면 기존 자동차 형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어쩌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올 필요 없이 사무실 안 책상까지 몰고 들어가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비록 아직은 개념을 도입하는 단계여서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인간은 언젠간 늙거나 병들게 되고 이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 상황에 비춰보면 1인승 이동수단은 앞으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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