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링컨 MKC…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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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04 14:44
[시승기] 링컨 MKC…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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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아름다운 것이 많다. 공장에서 일정하게 찍어내린 철판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볼록 솟은 주름은 곧바로 오목한 골짜기를 만든다. 건장한 남성의 핏줄처럼 튀어나온 굵은 줄기는 근육 속으로 파고 들었다가 다시 솟아오르기도 한다. 반짝이는 크롬은 철판의 능동자재함을 질투하듯,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애쓴다.

전통적인 고급차의 이미지를 이어가기 위한 작업과 SUV의 건장함을 동시에 담는 것은 모두에게 어려운 도전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를 피할 수도 없다.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트로이로 향하는 아킬레우스의 담대함과 고독함이 필요하다고 할까. 다른 무언가와 비슷하다는 비판을 받을 때도 있고, 진취적인 시도는 그동안의 것과 너무 달라서 욕을 먹기도 한다.

링컨은 고민이 많았다. 개성은 뚜렷했다. 누가봐도 링컨인 것은 아는데, 그것을 선호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래서 결국 수년간 고수했던 시그니처마저 버렸다. 완벽한 새로운 시작이 필요했다. 링컨의 상징과도 같은 컨티넨탈을 부활시키면서, 링컨은 스플릿윙 그릴을 떼어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링컨들은 새로운 얼굴을 갖게 됐다.

MKC도 얼굴을 바꿨다. MKC는 링컨에서는 새롭게 도전하는 세그먼트였고, 그의 역사도 짧았기 때문에 전혀 어색함이 없다. 링컨 세단들의 친형제 같다. 포드와 독립된 디자인 센터를 서둘러 차린 링컨의 의도가 잘 반영된 결과다.

MKC의 핵심은 링컨 형제들과 동질감을 높이면서도, 알고보면 더 가까운 포드 이스케이프 혹은 쿠가와 차별점을 만드는 것. 그래야 포드보다 높은 가격표를 이해시킬 수 있다. 화려한 겉모습보다 ‘고급스럽다’, ‘비싼 차다’라는 인식을 누구에게나 단번에 심어주는 것은 인테리어다.

링컨이 쓰는 가죽은 유별나게 부드럽다. 가죽의 이름도 ‘딥소프트(Deepsoft)’다. 반짝반짝 윤이 나고, 계속 손이 갈 만큼 촉감도 좋다. 쿠션도 푹신한 편이라 보들보들한 가죽이 몸을 포옥 감싼다. 스티어링휠이나 센터콘솔 박스의 가죽도 마찬가지다. 겉옷을 다 벗고 맨살을 부비고 싶어진다. 뒷좌석도 그 느낌이 그대로 있다. 의외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 쓴 것을 보면, 링컨이란 브랜드가 고급차에 대한 인식은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물론, 이스케이프나 쿠가의 흔적이 완벽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죽이나 바느질은 뛰어나지만, 플라스틱 성형이나 마감은 발전할 여지가 많다. 링컨은 과감하게 기어 노브 대신, 센터 모니터 왼편으로 각 기어의 알파벳이 새겨진 버튼을 나열했다. 링컨은 ‘푸시 버튼 시프트(Push Button Shift)’라고 부른다. 익숙치 않아서 불편한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어 노브가 사라져서 좋은 점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못한다.

오래전 링컨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MKC의 움직임에 놀라게 된다. 독일의 SUV를 경험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예상보다 MKC의 몸놀림은 ‘미국차’보다 ‘유럽차’와 더 흡사하다. 포드는 가장 오랫동안 전세계에 뿌린 내린 회사고, 그에 따른 데이터가 많다. 미국에서는 미국 스타일로, 유럽에서는 유럽 스타일로 꾸미는게 가능하단 소리다.

달리기 시작하면 보이지 않는 것이 느껴진다. 2.0리터 터보 엔진은 기대보다 힘이 세다. 같은 배기량의 디젤 엔진만큼 수준의 토크를 느낄 수 있다. 어떤 시점에서도 박차고 나갈 수 있고, 디젤 엔진에 비해서도 훨씬 부드럽다. 6단 변속기는 최고와 최선은 아니지만, 부족하지는 않다. 이제는 클래식한 느낌도 들긴 하지만 제역할은 충분히 해낸다.

균형감은 동급에서도 손 꼽을 정도다. 토크 벡터링, 사륜구동 시스템 등 주행성능을 이롭게 하는 기술도 잘 무르익었다. 빠른 속도로 이리저리 몸을 틀어도 잘 버틴다. 스티어링휠로 전달되는 일체감도 좋은 편이다. MKC가 잘 달린단 얘기는 그만큼, 이스케이프나 쿠가의 기본기가 훌륭하단 말이기도 하다.

MKC는 여전히 링컨에게는 생소한 세그먼트지만, 수준은 꽤 높은 편이다. 야무지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도 좋을 부분이 몇가지 눈에 띄지만, 그건 오래전 전세계를 대표했던 럭셔리카 브랜드의 자존심이라 치고 넘어가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노력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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