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S400d…”플래그십의 무게”
  •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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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1 17:12
[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S400d…”플래그십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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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프리미엄’이란 카테고리로 편의상 여러 독일 브랜드와 한데 묶여있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BMW, 아우디 등이 자동차를 만들기 전부터 혹은 작은 차를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다양한 고급차를 선보였다. 오랜 역사에서 비롯된, 고급차 만들기 노하우와 구매층에 대한 분석력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가장 큰 자산이자, S클래스를 독보적으로 만드는 무기가 됐다.

그래서 S클래스의 변화를 경쟁 브랜드들은 숨죽이며 살펴본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핵심적인 변화는 직렬 6기통 엔진의 부활이다. 알고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직렬 6기통을 즐겨썼다. S클래스의 전신인 W180이나 W111에도 주력으로 사용됐고, 1세대 S클래스로 불리는 W116에도 직렬 6기통이 쓰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직렬 6기통 엔진도 부드러운 엔진 질감과 정숙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직렬 6기통은 메르세데스-벤츠를 대표하는 엔진으로 오랫동안 사용됐지만 1990년대 말부터 V6로 대체됐다. 그 당시엔 엔진 블록이 짧은 V6 엔진이 차량 설계에 있어서 유리한 점이 많았다. 특히 크럼블 존(Crumble Zone)을 확보하기 수월했고, V8 및 V12 엔진 개발과 직접적인 연관도 있었다.

수십년만에 직렬 6기통 엔진을 되살린 이유는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환경 규제의 영향이 크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연구소가 아닌, 실제 도로에서 실시되는 배기가스 테스트를 만족시키기 위해 엔진 뿐만 아니라 배치까지 고려했다. 직렬 6기통이 자유도가 더 높았다. 직렬 6기통 엔진은 정중앙이 아닌, 오른쪽에 세로로 놓였고, 그 왼쪽으로 엔진 만큼 거대해진 배기가스 처리 장치와 터보 차저가 자리를 잡았다. 엔진과 부속 시스템을 밀착시켜 놓으니, 그 효과는 극대화됐다. 결국 직렬 6기통 엔진을 다시 꺼내들면서 ‘RDE(Real Driving Emission)’도 만족시켰고, 그동안 지적받았던 디젤 엔진의 성능까지 끌어올렸다.

‘S400d 4MATIC Long’은 더 조용해졌다. V6 디젤 엔진도 겨우 숨소리만 들렸는데, 이젠 공회전 상태에서 기척도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됐다. 더 큰 변화는 무던했던 반응이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마치 가솔린 엔진처럼 엔진회전수를 거침없이 높였다. 엔진회전수의 한계 영역도 크게 높아졌다. 이젠 5000rpm 넘게 엔진을 회전시킬 수 있다. 그동안 메르세데스-벤츠는 디젤 엔진에 있어서 유독 보수적이었기 때문에, 약 1000rpm 정도 높아진 레드존이 몹시 반갑게 느껴졌다.

피스톤을 더 빨리 움직이게 하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가 즐겨쓰고 있는 ‘나노슬라이드 코팅’이 적용됐다. 실린더 라이너 대신 내부를 금속코팅하는 것인데, 내부 마찰도 감소하고, 무게도 줄어든다. 또 많은 열을 발생하는 디젤 엔진이지만, 실린더 헤드와 엔진 블록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가변 밸브리프트’ 기술도 적용됐다. 여기에 9단 자동변속기가 새롭게 조합됐다. 파워트레인만 놓고보면 S400d 4MATIC Long는 풀체인지에 가까울 정도의 변화를 겪은 셈이다.

3.0리터 직렬 6기통 OM656 엔진은 메르세데스-벤츠 디젤 엔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출력은 340마력, 최대토크는 71.4kg.m에 달한다. 힘의 풍족함은 S350d와 비교가 안될 정도고, 힘을 쥐어짜며 달릴 땐 더없이 호쾌했다. 육중한 롱휠베이스 S클래스가 마치 C클래스처럼 날랬다. 가속에 대한 갈증이 크게 사라졌다. 1200rpm에서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만큼 몸으로 느껴지는 힘은 더 강력했다. 그럼에도 온화했다. 9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을 다독여, 큰 힘을 폭력적으로 쓰지 않았다. 엔진회전수를 바닥까지 끌어내리며 도심을 달렸다.

부분변경된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조금 더 현대적이고, 활동적으로 변했다. 새롭게 변한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도전적인 느낌도 감돌고, 고풍스러웠던 스티어링휠은 스포티한 3-스포크 디자인이 적용됐다. 운전대를 돌리는 느낌도 한층 산뜻해졌다. 휠베이스가 3165mm에 달하는 거대한 차지만, 뒷바퀴가 경로를 쉽게 벗어나지 않았다. 에어매틱 서스펜션의 성격 변화는 뚜렷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단단하게 차체를 지지했다.

서스펜션 대부분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됐고, 비단 서스펜션 뿐만 아니라, 뼈대 및 외부 패널 등에도 알루미늄이 많이 사용됐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이런 가볍고, 유연한 발목과 무릎에서 비롯됐다. 요철이나 방지턱을 넘을 때도 불쾌한 느낌을 주지 않았다. 최대한 그 과정을 숨기려 애썼다. 중형 세단에 비해 ‘롤’은 크게 느껴졌지만 ‘리바운스’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에어매틱 서스펜션의 큰 성격 변화 덕분에 보수적인 소비자나, 스포티한 감각을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 모두를 충분히 만족시킬 것 같았다.

구매층에 대한 분석력은 디자인에서도 엿볼 수 있다. 모두가 옆면에 굵은 선을 잡고, 반듯하게 면을 처리할 때, 메르세데스-벤츠는 면을 둥글게 만들었다. 마치 수제작 클래식카처럼 손으로 두들겨 볼록하게 만든 것처럼 볼륨감을 줬다. 그래서 웅장하고, 품위있게 보인다. 84개의 LED로 구성된 헤드라이트와 테일램프는 S클래스의 존재감을 더욱 높이고, 최첨단 자동차란 인식까지 심어준다. ‘울트라 레인지 하이빔’은 최대 650m 앞까지 빛을 비춘다.

더욱 화려해진 12.3인치 디지털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그래픽도 무척 현대적인 느낌을 전달해준다. 자유도가 훨씬 높아져서 다양한 정보를 원하는대로 띄어놓을 수 있다. 앰비언트 라이트도 여러 색상의 조합을 통해 총 64가지 컬러가 지원된다. 인테리어 역시 볼륨감이 강조됐고, 클래식한 느낌도 담겨있다. 소재나 마감은 흠잡을 곳이 없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다양한 고급차를 만들지만 S클래스는 분명히 다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 손이 닿지 않는 곳도 철저한 디자인을 통해 완성됐다.

이미 등장할때부터 남다른 완성도를 과시했던 S클래스의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 발전을 거뒀다. 기존엔 가뜩이나 복잡했던 스티어링 칼럼에 레버가 붙었는데, 신형 모델은 스티어링휠 좌측 버튼으로 모든 메뉴가 통합됐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의 연동도 더 강력해졌다. 이젠 스마트폰으로 S클래스를 무선 주차할 수도 있다.

S클래스가 지금까지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것은, 단 한번도 여지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S클래스의 무게는 하루만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겹겹이 쌓여 단단하게 굳었다. 그 단단함은 S클래스를 보좌하는 다른 모델에게도 번져, 메르세데스-벤츠 전체를 더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S클래스는 플래그십 모델의 역할과 그 역할이 갖는 무게를 누구보다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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