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자동차 절도 막는 재규어랜드로버의 '똑똑한 스마트키'
  • 독일 프랑크프루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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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6 10:52
[이완 칼럼] 자동차 절도 막는 재규어랜드로버의 '똑똑한 스마트키'
  • 독일 프랑크프루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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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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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첨단 기술에 관한 소식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죠. 증강현실 기술을 품질 관리에 이용한다든지, 커넥티드카 시대에 맞춰 원하는 정보 무엇이라도 편하고 빠르게 얻어낼 수 있다든지 하는 것 등을 보면 얼마나 앞으로 자동차가 좋아지고 더 많은 일을 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 다양한 스마트키 사진=adac

그런데 말이죠. 이런 최첨단 시대를 지향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거의 손 놓고 있던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키의 보안 문제인데요. 원격으로 시동을 걸 수도 있고, 주머니나 가방 안에 넣어만 둬도 차의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키레스고 기능) 것은 물론, 스마트키를 통해 자동차의 기본적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또 원격 주차도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편리한 키가 의외의 간단한 방법으로 차량 도난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 100유로 이하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증폭기

스마트키로 차 문을 여닫는 자동차들은 최근 증폭기라는 장비를 이용한 절도에  당하고 있습니다. 절도범들은 대개 2인 1조로 움직이는데, 열쇠와 자동차가 주고받는 신호를 증폭시켜 차를 훔쳐 달아나죠. 집 안 깊이 스마트키를 보관한다고 해도 짧게는 7~8미터, 길게는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신호를 잡아내는 통에 해외의 많은 운전자가 알루미늄 포일로 감싸거나 깡통 속에 보관하는 등, 웃지 못할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 자동차 절도범들은 운전자 옆에 1명, 차량 옆에 1명 등 보통 2인이 한 조로 움직임 / 그림=adac

이 증폭기가 초창기 때만 하더라도 수천만 원에 범죄자들 사이에 거래됐지만 요즘은 누구나 쉽게 직접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도난당하는 차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된 통계를 내기도 쉽지 않은 정도라고 합니다.

# 180대 자동차 테스트에서 한 대도 통과 못 해

증폭기를 이용한 차량 도난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이슈가 안 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 자주 다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은 2~3년 전부터 부쩍 이 스마트키 보안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언론과 자동차 클럽 같은 곳에서는 대응책은 물론 제조사들이 왜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지 등에 대해 자주 비판하고 있습니다.

▲ E-페이스 스마트키 / 사진=재규어

개인적으로도 증폭기 이용한 차량 도난 소식을 접한 게 6~7년 전부터이니 제법 오래된 문제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제조사들은 적극적 대응을 그동안 하지 않았습니다. 독일 최대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 같은 곳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가장 꾸준히, 그리고 영향력 있게 다룬 곳 중 하나인데요.

지금까지 180개 자동차의 스마트키 보안 문제를 테스트했지만 완벽하게 대응한 모델은 단 한 대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나마 BMW i3의 경우 시동은 걸렸으나 문이 열리지 않았고, 인피니티 Q30은 반대로 문은 열렸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고 하네요.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의 완벽 대응

아데아체는 다른 자동차들과 마찬가지로 랜드로버의 2018년형 디스커버리 모델에 대한 스마트키 보안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증폭기가 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제대로 대응한 첫 번째 사례라고 아데아체는 밝히기도 했는데요. 랜드로버 측도 스마트키와 자동차 사이에 거리와 신호의 크기를 매우 정밀하게 파악하는 컴퓨터 칩을 심어 놓았다고 아데아체에 알려왔습니다.

▲ 디스커버리 / 사진=랜드로버

증폭기를 이용해서 원래 수준의 주파수에 변화를 주면 자동차는 이상 신호로 간주, 스마트키의 기능을 강제로 OFF 하게 된다는 게 기본 원리라고 하는데요. 디스커버리만이 아니라 상위 모델인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2018년 최신 모델만 해당)도 같은 방식의 보안 대책을 마련했으며, 재규어의 경우 이제 판매가 본격 시작될 콤팩트 SUV E-페이스에 보안이 강화된 스마트키 시스템이 적용된다고 아데아체는 전했습니다.

# 소비자 비판이 제조사 태도 바꿀 수 있어

사실 이런 문제는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차를 사기 위해 상담을 할 때 딜러나 제조사 측에 "스마트키에 이러 이러한 보안 문제가 있다는데, 해결했습니까?"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고객의 합리적 비판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동차 회사들은 해법을 내놓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 E-페이스 / 사진=재규어

일단 재규어와 랜드로버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은 스마트키 보안 문제에 대해 내가 구입하려는 모델이 이런 스마트키 보안에 대응이 된 것인지 잘 확인할 필요가 있겠고, 영업 현장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잘 확인해서 고객들에게 알릴 수 있어야겠습니다.

최근에는 열쇠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거는 자동차가 등장하기도 했죠.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자동차가 열쇠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키의 활약은 새로운 방식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별 것 아니라고 여기지 말고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또 제조사들은 재규어랜드로버처럼 빨리 약점을 보완해 고객들의 불안감을 씻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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