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너] 헤네시 퍼포먼스, 괴물을 만들어내는 회사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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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1.21 18:58
[튜너] 헤네시 퍼포먼스, 괴물을 만들어내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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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네시 퍼포먼스 엔지니어링(Hennessey Performance Engineering, 이하 헤네시)은 가장 미국적인 색채가 강한 튜닝 업체다. 천마력이 넘는 엔진은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드래그레이스(Drag Race)에 특화됐고 배기음은 거칠다 못해 고막이 찢어질 듯한 괴성을 지른다. 그들의 본사 옆에는 드래그 레이싱이 가능한 경기장이 위치했고 튜닝 활성화를 위한 ‘튜닝 스쿨(Tuning School)’도 운영 중이다.

▲ 헤네시 베놈 GT.

◆ 존헤네시, 스피드광이 사업가가 되기까지

헤네시의 창업자 존헤네시(John Hennessey)는 열정적인 스피드광이었다. 해발 4301m의 미국 로키산맥 파이크스 피크에 오르는 ‘파이크스 피크 힐 크라임(Pikes Peak Hill Climb)’에 참가하기 위해 미쓰비시 3000GT를 구입하고 터보차저, 배기시스템 등을 튜닝했다.

경기를 무사히 마친 그는 이후 미국 유타주 보네빌 소금 사막(Bonneville Salt Flats)에서 열린 ‘실버 스테이트 챌린지(Silver State Challenge)’까지 출전한다. 실버 스테이트 챌린지는 평탄한 소금 사막에서 차의 최고속도를 겨루는 경기로 존헤네시는 시속 284.8km를 기록하며 클래스 우승을 차지하기도 한다. 

▲ 닷지 챌린저 SRT를 기반으로 제작한 헤네시 SRT.

브레이크가 없을 것 같던 그의 열정도 사랑 앞에선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존헤네시는 1991년 결혼과 동시에 공식적인 모터스포츠 활동을 접고 ‘헤네시 퍼포먼스 엔지니어링’를 만들고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다.

헤네시 설립 초기에는 미쓰비시 3000GT, 도요타 수프라, 마즈다 RX7 등 주로 일본 브랜드의 스포츠카를 주로 다뤘다. 존헤네시가 파이크스 피크 힐 크라임 출전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적용됐다. 터보차저와 흡배기 튜닝이 핵심이었다.

▲ 1000마력으로 출력을 상승시킨 헤네시 CTS-V.

◆ 닷지 바이퍼 베놈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다

헤네시가 단번에 유명세를 탄 것은 닷지 바이퍼를 튜닝하면서다. 1993년 바이퍼 베놈 500을 내놓았고 ‘실버 스테이트 챌린지’에 참가해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한다. 미국의 유력 매체 카앤드라이버, 모터트렌드, 핫로드 앤 카크래프트 등이 신예 튜너 헤네시를 주목하면서 입지를 더욱 굳혀 나갔다.

헤네시는 이듬해 최고출력을 550마력으로 올린 바이퍼 베놈 550을 내놓았다. 바이퍼 베놈 550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5초를 기록하며 모터트렌드가 뽑는 ‘3초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헤네시는 바이퍼 베놈 550에 적용된 배기 시스템과 레이싱 파츠를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참가하는 벨기에 팀에 공급하기도 했다.

▲ 바이퍼 베놈 1000 ACR.

헤네시는 닷지 바이퍼를 지속적으로 튜닝하며 발전시켰다. 2000년에 등장한 바이퍼 베놈 1000은 이름처럼 100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2.9초였다. 2006년 미국의 자동차 매거진 ‘로드&트랙’이 실시한 드래그 레이스 ‘스피드 킹스(Speed Kings)‘에서는 헤네시가 튜닝한 바이퍼 베놈 1000이 부가티 베이론,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메르세데스-벤츠 SLR 맥라렌 등의 쟁쟁한 슈퍼카를 압도하는 파란을 일으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32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측정한 스피드 킹스 테스트에서 바이퍼 베놈 1000은 20.3초를 기록했다. W16기통 엔진이 장착돼 1001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부가티 베이론은 24.2초로 2위를 기록했다. 

▲ 왼쪽의 건물이 헤네시 본사다. 오른쪽은 론스타 모터스포츠 서킷. 해마다 드래그 레이스가 열리는 곳이며 헤네시가 자체적인 테스트를 진행하는 장소다.

바이퍼 베놈 1000의 폭발적인 성능은 큰 주목을 받았지만, 전반적인 성능 향상보다는 오로지 드래그 레이스를 위해서 튜닝했다는 비난도 받게 된다. 헤네시는 비난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드래그 머신이 아닌 일상 도로에서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를 내놓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무지막지하게 출력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적당한 출력과 가벼운 차체를 조합하기로 한 것이다. 이윽고 헤네시는 로터스 엘리스의 차체를 구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모든 면에서 완벽한 차를 내놓기로 결심한다. 

◆ 1244마력의 '괴물', 헤네시 베놈 GT의 탄생

2006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튜닝카 개발은 2010년에서야 모습이 공개된다. 헤네시 베놈 GT의 양산형 모델은 로터스 엘리스가 아닌 엑시지(하드탑 모델)의 차체를 기반으로 제작됐고 바이퍼 베놈의 V10 엔진 대신 V8 엔진이 장착됐다. 전반적인 주행성능 끌어올리기 위해 엔진을 교체했지만 출력은 타협하지 않았다.

▲ 1244마력의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헤네시 베놈 GT의 엔진.

2013년형 헤네시 베놈 GT의 경우 7.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은 1244마력, 최대토크는 155.9kg.m에 달한다. 알루미늄 엔진 블록을 사용하며 시퀀셜 멀티-포트 인젝션이 적용됐다. 강력한 출력이 전부가 아니다. 베놈 GT의 무게는 1244kg으로 최고출력과 동일하다. 베놈 GT의 1마력이 감당해야되는 무게가 1kg에 불과하다. 페라리 458 이탈리아의 1마력이 감당해야되는 무게는 2.71kg,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의 1마력이 감당해야하는 무게는 2.6kg이다.

▲ 헤네시 베놈 GT.

영국 리카르도의 6단 수동변속기가 장착되며 브렘보 6피스톤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된다. 도어 패널과 루프는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됐다. 타이어는 미쉐린 파일럿 슈퍼스포트가 장착된다.

▲ 헤네시 베놈 GT.

베놈 GT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2.7초, 시속 160km는 5.6초, 시속 3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13.63초에 불과하다. 특히 정지 상태에서 시속 300km까지 도달한 기록은 기네스북에 등록돼있다. 헤네시 측이 발표한 최고속도는 시속 447km지만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상태는 아니다.

▲ 정지 상태에서 시속 300km까지 13.63초에 도달한 헤네시 베놈 GT. 이 기록은 기네스북에 공식 등재됐다. 그전까지는 코닉세그 아제라R이 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헤네시 베놈 GT의 판매가격은 120만달러(약 12억8천만원)로 알려지며 제작 기간은 6개월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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