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지금] 아우토반에서 오른쪽으로 추월하면 큰일 난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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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6 17:56
[독일은 지금] 아우토반에서 오른쪽으로 추월하면 큰일 난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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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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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입니다. 고속도로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시기죠. 이곳 독일도 지난주부터 많은 학교가 방학을 하며 아우토반을 자동차들이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운전자들을 위한 다양한 정보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정보 중 지난주 독일 유력 언론 중 한 곳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미아네 차이퉁(이하 FAZ)에 오른 기사 하나 독일 운전자들의 관심을 듬뿍(?) 받았습니다.

 

# 가운데 차로를 점령한 굼벵이 운전자들 

FAZ는 독일 아우토반이나 슈넬스트라쎄(고속도로 비슷한 곳) 등에서 가운데 차로를 점령한 채 운전하는 이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소개하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아우토반은 편도 3차로와 2차로가 가장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이 편도 3차로 아우토반에서 비어 있는 오른쪽 차로를 놔두고 가운데 차로를 점령한 채 느리게 운전하는 이들은 늘 다른 운전자들에겐 골칫거리입니다.

▲ 독일 A8 아우토반 전경 / 사진=위키피디아, Joe-MiGo

아우토반 이용 규칙은 간단합니다. 편도 3차로를 예로 들어 보죠. 맨 우측의 3차로는 느린 주행을 위한 차로이자 화물차 등이 이용하는 차로입니다. 3차로에 자동차가 왜 들어오냐는 분들이 가끔 계신데, 승용차는 전 차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2차로, 그러니까 중앙 차로는 오른쪽 차로를 달리다 앞 차량을 추월해야겠다 싶을 때 이용하는 차로입니다.

그리고 이 중앙 차로에서조차 추월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땐 맨 좌측, 그러니까 잘 알고 계시는 추월차로인 1차로를 이용하면 됩니다. 물론 화물차 등은 1차로를 이용할 수 없겠죠. 1차로를 이용해 추월을 끝낸 운전자는 1차로를 그대로 점유하는 게 아니라 다시 2차로로 들어와야 합니다. 설령 제한속도가 있는 곳이라 할지라도 1차로는 비워두는 게 맞습니다. 그런 후 다시 맨 오른쪽 차로가 비어 있다면 2차로 역시 비우고 다시 3차로로 들어가면, 완벽한 운전이 됩니다. 

▲ A7 아우토반 전경. 좌측 차로는 추월 시에만 이용 /사진=스케치북

이 기본적인 차로 이용법이 독일에서는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데요. 따라서 1차로에서 다른 차량이 추월할 수 없게 정속주행을 하는 자동차도 거의 없으며, 또 오른쪽 차로에서 왼쪽 차로의 차보다 앞질러 달려가는 경우도 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계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독일의 아우토반이라 할지라도 규칙에 벗어난 운전자들이 없는 건 아니죠.

독일 운전자들이 아우토반에서 가장 만나는 싫은 운전자 유형 중 하나가 바로 2차로에서 저속운전하는 이들입니다. 보통 편도 3차로 아우토반(속도 무제한 구간 기준)의 경우, 중앙 2차로에서는 보통 시속 120~160km 정도로 달립니다. 그런데 100km/h를 겨우 넘긴 운전자가 2차로를 점유한 채 계속 달리면 오른쪽 차로에서 주행하는 차가 2차로 차를 앞질러 달려갈 수도 없을뿐더러 2차로에서 달리던 차들은 그 차 하나로 인해 모두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흐름을 중요하게 여기는 아우토반에서는 끔찍한 상황이 아닐 수 없겠죠.

물론 1차로를 통해 추월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180km/h 이상으로 달려야 하는 1차로에 진입을 꺼리는 운전자도 매우 많기 때문에 결국은 2차로와 3차로 모두 느린 속도로 달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경우 독일 도로교통법은 이 운전자에게 벌금 15유로를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3차로가 비어 있음에도 2차로를 고집하며 다른 차량의 운행을 분명하게 방해했을 시에는 80유로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습니다. 10만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독일의 경우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여전히 경찰서 등에 제출해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유튜브 등에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올리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죠.

그러므로 보통은 이런 경우 차량 번호를 적고, 운전자의 인상착의를 기억해 경찰에게 알리게 되는데요. 물론 고발 조치된 운전자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고 심한 경우 신고자와 피신고자가 판사 앞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법정에서 만나기도 합니다. 만약 고발하기 싫은 경우라면 라이트를 깜빡여 추월 의사를 앞차에 보여주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 A66 아우토반. 고속도로에서는 흐름이 매우 중요 / 사진=위키피디아, S.Kasten

# 오른쪽으로 앞지르기했다간 큰일나는 아우토반

이런 저런 방법을 썼는데도 2차로에서 꿈쩍도 안 하고 저속 주행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장은 방법이 없습니다. 그 차가 3차로로 빠지길 기다리거나 1차로를 이용해 추월을 해야겠죠. 가끔은 암행단속하는 경찰에 의해 해결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화가 난 나머지 위협 운전을 하는 경우도 일부 볼 수 있습니다. 경적을 계속해서 울린다거나, 앞차에 바짝 다가가는 경우인데요. 이런 운전자들도 모두 단속 대상입니다.

특히 우측 차로를 이용해 앞차를 추월한 뒤 다시 2차로로 급하게 진입을 시도하는 경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칫 접촉 사고 위험이 발생했다면, 최대 4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벌금과 최대 30개월의 면허정지, 그리고 벌점 6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간단히 벌금 부분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른쪽 차로 놔두고 1,2 차로에서 정속주행 시: 벌금 15유로
▶ 1·2 차로에서 다른 차량 주행 방해가 명백할 때: 벌금 80유로
▶ 오른쪽 차로를 이용해 추월 시: 벌금 100유로 및 벌점 1점
▶ 오른쪽 차로를 이용해 추월하려다 위협이 발생했을 시: 벌금 최대 2달 치 월급 및 13~15개월 면허 정지 및 벌점 3점
▶ 오른쪽 차로로 추월 후 다시 왼쪽 차로로 급하게 끼어들며 위협했을 시: 벌금 최대 2달 치 월급 및 13~15개월 면허 정지 및 벌점 3점

여기에 '너도 한 번 당해봐라.' 라는 심정으로 저속주행 차량 추월 후 앞 진로를 막고 급제동을 할 경우 이 역시 위협으로 간주해 최고 면허취소까지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해놓고 있습니다. 사실 아우토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닙니다. 하지만 독일에 살다 보면 누구나 한번 이상은 겪는 일이기도 합니다. 

▲ A5 아우토반 / 사진=스케치북

# 독일 네티즌들 갑론을박 시끌시끌

해당 기사에 많은 댓글이 달렸고 반응 또한 뜨거웠는데요. 뻥 뚫린 아우토반에서 2차로를 점령한 채 천천히 달리던 운전자가 막상 속도를 줄여야 하는 공사구간에서는 속도를 올리며 빨리 달리는 경우가 있지 않냐고 한 네티즌의 댓글에 추천이 많았고, 오히려 운전을 많이 하는 이들은 위협운전이든 저속주행이든 거의 하지 않는다며 아우토반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운전자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거 같다는 의견에도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했습니다.

더 나아가 제한속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문제는 무제한 고속도로에서 속도 제한이 아니라 어떻게 흐름을 유지할 것인가가 아니냐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고속도로 1차로 이용법조차 제대로 교육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은 이런 독일의 차로 논쟁이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우리와 결코 무관한 내용이 아닙니다. 

차로 이용법을 제대로 숙지하는 것, 그리고 그 차로 이용법을 제대로 가르치고 알리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 등은 당장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많은 사고 예방은 물론 정체로 인한 비용 낭비 등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추천한 댓글을 소개하겠습니다. 

"면허학원은 아우토반 오른쪽 차로 이용에 대한 교육을 왜 더 구체적으로 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언론도 마찬가지고 정부도 이 문제를 더 지적하고 알려야 하는 게 아닐까? 2차로를 점령한 채 달리는 운전자의 생각 없는 행동이 교통 시스템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또 이로 인해 차량 정체가 발생하게 되고 사고 확률도 높아진다. 아우토반은 딴생각을 하며 운전하는 곳이 아니다. 집중하고 약속한 대로 운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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