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닛산 무라노…하이브리드를 바라보는 닛산의 시각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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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7 11:05
[시승기] 닛산 무라노…하이브리드를 바라보는 닛산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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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성능은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한다. 하지만 디자인은 꼭 그렇지 않다. 시대를 앞서가기도 하고, 종종 퇴보하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 디자인에도 분명 유행은 있지만, 변덕스런 소비자들을 사로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일본 브랜드는 유독 급진적인 디자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무난했던 디자인을 벗어던지니, 가려졌던 브랜드의 성격이 드러나고 있다. 도요타와 렉서스가 날카롭게 선을 그었다면, 닛산과 인피니티는 화려하고 유려하게 선을 그렸다. 

 

무라노를 옆에서 보고 있으면, 밀려오는 파도가 생각난다. 잔잔하게 밀려오다 불쑥 솟아오르고 가라앉는다. 예전 무라노에서 볼 수 없었던 조형미가 담겼다. 볼륨 브랜드, 패밀리 SUV 등의 수식을 생각하면 무라노의 디자인은 파격에 가깝다. 인피니티에 비해 더 실험적이고, 독창적이다. 

 

거대한 ‘브이 모션’ 그릴과 부메랑을 형상화한 헤드램프 등은 최근 닛산의 디자인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C필러의 ‘플로팅 루프’와 리어 스포일러를 통해 역동적인 느낌도 강조됐다. 테일램프의 디자인도 범상치 않다. 쥬크의 것과 비슷한데, 결국 370Z의 여러 디자인 특징이 조금씩 변형돼 닛산 SUV에 반영되고 있다. 

 

바람도 아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공기저항계수는 0.31Cd를 기록했다. 테슬라가 초기 제작한 ‘로드스터’와 동일한 공기저항계수며, 일반적인 세단과 비슷한 수치다. 

세부적인 디자인의 완성도나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한 면모를 발휘하는데, 막상 전체적인 조화는 고개를 기웃하게 만든다. 아직 닛산의 디자인 변화는 눈에 익지 않았다. 신선함보다는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모습은 크게 달라졌지만, 결국 전세대 무라노의 전철을 밟는 것 같다.

 

이전 세대 무라노의 실내 디자인은 인피니티와 많이 닮았었다.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세부적인 부품, 버튼 배열 등이 인피니티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신형 무라노는 닛산이 강조됐다. 인피니티 특유의 ‘랩 어라운드’ 스타일은 여전히 남았지만, 구성이나 세부적인 모습은 영락없는 알티마다. 

 

겉모습과 다르게 멋을 부린 흔적은 거의 없다. 직관적인 구성을 최우선으로 했다. ‘스탠다드’한 구성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차의 기능을 다룰 수 있다. 내비게이션과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공조장치 등이 명확하게 나뉘어 배치됐다.

무라노는 7인승으로 구성해도 무난한 크기다. 현대차 맥스크루즈와 크기가 비슷하다. 닛산에겐 7인승 SUV ‘패스파인더’가 있기 때문에 굳이 무리하지 않았다. 덕분에 실내 공간은 한결 여유롭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해서 더 편안한 실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더욱이 닛산의 시트는 투박한 생김새와 다르게 월등한 안락함을 제공한다. 그동안 닛산은 NASA의 연구를 참고해 개발한 ‘저중력 시트’를 1열 시트에 적용했는데, 무라노는 최초로 전좌석이 저중력 시트로 구성됐다. 덕분에 2열 시트의 거주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파노라마 선루프와 뒷좌석 USB 포트 등이 마련돼 편의성도 강조됐다.

 

트렁크 공간도 무척 넓다. 트렁크 벽면에 마련된 레버로 손쉽게 2열 시트를 접을 수 있는 점도 좋다. 시트는 60:40으로 접히며, 완벽하게 평평한 바닥을 만들어낸다. 

 

무라노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독특한 구석이 많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슈퍼차저 엔진과 수동모드가 지원되는 CVT 변속기, 한개의 전기모터와 두개의 클러치가 적용됐다. 성능과 연비를 모두 만족시킨다는 하이브리드의 기본 목표에 충실하려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결과적으론 둘다 어정쩡해졌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도요타와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비중이 꽤 높다.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힘으로만 꽤 오랫동안 도로를 달릴 수 있고, 엔진과 함께 적극적으로 바퀴를 돌린다. 또 엔진은 비교적 배기량은 높지만, 효율에 중점을 뒀다.

닛산은 이와 완전히 반대다. 엔진의 비중이 훨씬 크다. 또 효율보단 성능에 초점이 맞춰진 슈퍼차저 엔진이 장착됐다. 2.5리터 4기통 슈퍼차저 엔진은 최고출력 233마력, 최대토크 33.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전기모터의 역할은 아주 미미하다. 출력도 그리 높지 않다. 최고출력은 20마력, 최대토크는 16.3kg.m다.

 

전기모터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위치했다. 스스로 무언가를 주도할 입장은 아니다. 철저하게 엔진을 보조하는데 그친다. 하이브리드의 특권과도 같은 ‘EV 모드’는 거의 사용할 수 없다. 시동을 걸면 거의 곧바로 엔진이 동작한다. 에너지흐름도를 유심히 살피고, 발끝을 미세하게 움직여도 전기모터만으로 달리는 것은 어렵다. 또 일단 엔진의 회전수가 높아지기 시작하면, 전기모터의 토크도 느끼기 힘들다. 한편으론 엔진과 전기모터가 제각기 작동할때 생기는 이질감이 거의 없다는 장점도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워낙 소극적이기 때문에 효율에도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뒷창문에 붙은 연비 라벨을 위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된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흔히 바라는 하이브리드의 장점은 크지 않지만, 막상 속도를 높여 달린 땐 여느 하이브리드보다 힘차다. 슈퍼 차저 엔진의 힘만으로 무라노를 이끌기 충분하다. 슈퍼 차저는 출발과 동시에 엔진 힘을 극대화시킨다. 여기에 전기모터가 조금 힘을 보태고, CVT 변속기는 지능적으로 동작하며 주행 질감을 높인다. 또 사륜구동 시스템은 안정적인 고속주행 환경을 만들고, 저중력 시트는 세단에서 느낄 수 있는 안락함을 전달한다. 도심형 크로스오버가 갖춰야 할 미덕은 빠짐없다.

 

‘SUV=디젤’이란 소비자들의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때마침 ‘디젤게이트’, ‘미세먼지’ 등 여러 가지 환경과 법규 등에 대한 문제도 불거졌다. 어쩌면 그동안 소외받던 하이브리드 SUV에겐 더할 나위없는 기회다. 무라노의 출시 시기는 매우 적절해 보인다. 또 무라노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선호할 큰 차체, 뛰어난 승차감과 정숙성, 다양한 편의 장비 등을 갖췄다. 단, 한단계 등급이 높다고 평가받는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 심지어 패스파인더 등 보다 가격이 비싼 점은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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