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그래프는 2016년 5월 국내 출시된 신차를 평가했다. 같은 매체의 소속 기자지만 차를 보는 관점은 분명 다르다. 각자 나름의 시선으로 차를 평가했다.

부산모터쇼에서 신차를 공개하기 위한 브랜드의 움직임 때문에 5월엔 주목할 신차 출시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1차 후보를 선정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일단 국산차 브랜드가 신차 출시에 무척 소극적이었다. 현대차가 쏠라티 캠핑카와 그랜저 30주년 모델을 내놓은게 전부였다. 

수입차 브랜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9세대로 진화한 아우디 신형 A4를 가장 돋보이는 신차였다. 또 아우디는 A6 아반트까지 선보이며 국내에 다양한 세그먼트의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S65, S65 쿠페, G65 에디션 463, A45 코리아 패키지 등 AMG 라인업을 강화했다. BMW는 7시리즈의 주력 모델인 740d와 740Ld xDrive를 출시했다. 롤스로이스는 가장 호화로운 컨버터블 던을 선보였고, 포르쉐는 마칸 GTS를 통해 마칸 라인업을 한층 다양하게 꾸몄다.

이밖에 폭스바겐 골프 2.0 TDI R라인, 푸조 308 악티브 어반, BMW 3시리즈 M 스포츠 에디션, 람보르기니 우라칸 LP610-4 스파이더 등이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공교롭게도 모터그래프 기자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와 가장 아쉬운 평가를 받은 신차는 모두 아우디였다. A4는 이달의 차로 선정된 반면, A6 아반트는 상품성과 전망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 아우디 A4

전승용 : 풀체인지 되면서 꽤 좋아졌다. 실내외 디자인을 비롯해 실내 공간과 안전·편의 사양, 주행 능력 등은 기존 모델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발전했다. 그러나 뭔가 확 잡아당기는 매력은 줄어든 듯하다. A4만의 독특한 이미지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나, 실제로 이 차급을 구입하는 소비층에 비해 A4는 너무 어려보인다. BMW 3시리즈나 벤츠 C클래스에 비해 판매량이 점점 떨어지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신승영 : 버츄얼 콕핏이 적용된 계기판을 비롯해 다양한 최신 사양과 실내 공간 등이 만족스럽다. 디자인은 사진보다 실물이 더 매력적이다. 깔끔하고 뚜렷한 라인으로 한층 역동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갖췄다. 동급 경쟁 모델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동력 성능을 지원한다. 경쟁 모델과의 비교 시승이 기대된다. 다만, 8년 만에 풀 체인지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정체된 느낌이다. 디젤 모델의 부재 또한 아쉽다.

 

김민범 : 풀체인지 되기까지 8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기다림이 아깝지 않다. 남성적인 인상으로 다듬어진 외관을 비롯해 가벼워진 차체와 개선된 엔진 성능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모두 갖췄다. 특히 2.0리터 TFSI는 동급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여러 방면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김상영 : 비교적 긴 시간이 걸렸다. 아우디는 여전히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긴 시간을 투자했다. 그래선지 신형 A4는 모든 방면에서 큰 변화를 겪었고, 완성도는 부쩍 높아졌다. 3시리즈나 C클래스에선 볼 수 없는 A4만의 매력요소가 많이 생겼다. 장족의 발전을 거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엔진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다. 서둘러 라인업을 넓힐 필요가 있다.

# 아우디 A6 아반트

전승용 : 마치 '못생긴 왜건은 절대 안 산다'는 국내 소비자들과 '실용성 높은 왜건을 언제까지 안 사나 두고 보자'는 수입차 업체들의 자존심 대결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의 일방적인 승리가 계속되고 있는데, 아우디 A6 아반트라고 크게 다른 결과는 낼 것 같지는 않다. 일반 세단 모델보다 330~470만원이나 비싼 고급 왜건이 과연 통할 것이라 기대하는건 너무 큰 욕심이다. 고급과 실용성은 아직 어색한 사이다.

신승영 : 다양한 모델의 등장은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는 측면에서 우선 환영하고 볼 일이다. 35 TDI 콰트로 모델 기준, A6 아반트 가격은 A6 세단보다 평균 250만원 가량 더 비싸다. 추가되는 공간 등을 고려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가격차다. 더욱이 왜건은 넉넉한 적재 공간과 더불어 세단급 승차감을 갖추고 있다. 최근 인기가 높은 도심형 SUV가 아무리 승차감을 강조해도, 구조적으로 무게 중심이 낮은 왜건의 승차감이 더 뛰어나다. 다만, 판매 실적은 미지수다. 볼보 V60(CC 포함)의 경우 기대 이상 선전을 펼치고 있지만, 메르세데스-벤츠 CLS 슈팅브레이크는 판매 중단의 길을 걸었다. 

 

김민범 : 왜건임에도 불구하고 ‘짐차’ 이미지보단 세련된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왜건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우디의 노력이 엿보인다. S라인 패키지로 외관을  스포티하게 꾸몄고, 역동적인 디자인의 대구경 휠까지 더해 상품성을 높였다. 꽤 멋진 모습에 넓은 트렁크 공간까지 생겼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세단보다 많게는 500만원 가량 비싸기 때문에 선뜻 왜건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또, 왜건을 기반으로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A6 올로드 콰트로가 하반기 출시될 예정인데 이왕 왜건을 살 바엔 올로드 콰트로로 넘어가는 소비자도 적지 않을 듯하다.

김상영 : 알고보면 이미 많은 유럽 브랜드가 우리나라에서 왜건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자랑할만한 성적은 거두지 못하고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도 쓴맛을 봤다. 왜건에 대한 고정된 인식보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자동차 구매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시기는 분명 찾아올텐데, 그전까지 A6 아반트도 숟가락만 빨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롤스로이스 던

전승용 : 롤스로이스까지 뚜껑이 열린다는 점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지만, 뚜껑 열린 롤스로이스는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일반 롤스로이스는 특유의 설계 때문에 밖에서 안을 보는게 어렵지만, 던은 지붕을 과감히 열어젖히고 최고의 럭셔리함을 맘껏 뽐낸다. 게다가 그렇게 보수적인 롤스로이스가 짙은 오랜지색 인테리어를 사용해 극단적인 화려함까지 과시했다. 사람들이 왜 오픈카를 타고 다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듯한 모습니다.

신승영 : 앞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실망스럽다. '실버 던 드롭헤드'에서 얻은 영감(inspiration)은 어디에도 없다. 섹시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 굳이 이런 모습으로 내놨어야만 했을까. 신사나 귀족이 아닌 졸부를 위해 만들어진 느낌이다. 롤스로이스 던을 타고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거나 개성을 어필할 수 있을까. 아니면 햇살과 바람, 그리고 경치를 즐기며 여유를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美)에 대한 욕망과 절제가 공존했던 '움직이는 예술 작품'은 온데간데 없다.

 

김민범 : 롤스로이스 던의 유래는 이해됐지만, 이 차의 명확한 '타겟층'과 개발 의도는 의문이다. 팬텀 드롭헤드 쿠페 때문에 가장 고급스럽거나, 가장 비싼 컨터버블이라고 설명하지 못하는 롤스로이스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엄청 비싼 모델이지만 포지션이 애매하다. 

김상영 : 99%의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드림일 뿐이다. 생김새나 꾸밈, 가격 등 일반적인 구석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1%의 사람들에겐 최고의 상품이다. 롤스로이스 던처럼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차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차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그리 큰 의미는 없다. 

# 현대차 쏠라티 캠핑카

전승용 : 우리나라에도 이런 캠핑카 한 대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드디어 현대차가 만들어냈다. '움직이는 집'이라 할 정도로 침대와 싱크대, 화장실, 샤워실 등을 모두 갖췄다. 부산모터쇼에서 직접 살펴보니 실내를 꾸민 각종 소재의 재질과 배치 등이 매우 뛰어났으며, 실내 조명을 비롯해 곳곳의 디테일 등 세부적인 꾸밈도 만족스럽다. 1억이 넘는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여유만 있다면 한 번쯤 타보고 싶은 그런 캠핑카다.

신승영 : 샤워부스가 포함된 화장실, 2층형 침대, 싱크대, 에어컨, 와인보관함, 태양광 충전판, 무시동히터 기능 등을 고려하면 1억원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기존 특장 업체들이 내놓은 쏠라티 캠핑카보다 경쟁력이 더 뛰어나다. 실내 소재 및 마감도 충분한 품질을 제공하며, A/S 등 사후 관리도 개별 업체보다 용이하다. 자동변속기 부재를 제외하면 제품력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다만, 현대차가 중소기업의 밥그릇까지 노리는 것 같아 보기에 좋지 않다. 한정 수량 판매로, 캠핑카의 기준을 제시하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김민범 : 현대차가 쏠라티를 개발한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모델이다. 캠핑카 외에 엠뷸런스와 냉동차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버전이 출시됐는데 그 중 가장 ‘핫’한 모델은 단연 캠핑카다. 레저와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출시 시기 또한 적절했다. 다양한 구성과 시도가 엿보인다. 다만 1억원이 넘는 가격은 부담스럽다. 

김상영 : 가장 큰 매력은 일반 면허로도 주행이 가능하단 점이다. 물론 수동변속기를 조작할 줄 알아야 한다. 4인승 모델이기 때문에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다. 캠핑카의 세부적인 구성은 알차다. 당장 구입하긴 부담스런 가격이긴 하지만, 대여를 통해 한번쯤 이용해 볼만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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