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르쉐 718 박스터, 인제에서 타보니…성큼 발전한 신모델의 '힘'
  • 강원도 인제=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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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16 10:02
[시승기] 포르쉐 718 박스터, 인제에서 타보니…성큼 발전한 신모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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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개월전 제네바에서 신형 박스터를 만났다. 이전에 비해 좀 귀여워진 인상이 마음에 안들었다. 아니, 사실은 외관보다는 새 4기통 터보 엔진이 불만이었다. 6기통이 아닌 포르쉐 스포츠카는 용납이 안된다는 기자들도 많았다. 

 

그런데도 포르쉐는 모터쇼 전시 내내 4기통 임을 유별나게 설명했다. 과거 영광스러웠던 미드십 레이스카 ‘포르쉐 718’부터 이어온 포르쉐 고유의 4기통 박서 엔진을 강조했다.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던 기자들도 반세기를 이어온 전통과 고유한 의미에 차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이 차가 우리나라엔 언제 들어오나 싶었는데, 의외로 불과 3개월만에 포르쉐 월드로드쇼(PWRS) 행사를 통해 만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행사 내내 가장 중요한 차종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 새 박스터의 위용…6기통 박스터를 마음속에서 지워내는 과정

“콰라라라락!”

적당한 의성어를 생각하기 힘들 정도. 새 엔진의 사운드는 여러모로 달랐다. 가지런하게 느껴졌던 이전 엔진 사운드와 달리 뭔가 거친 야생마나 슈퍼바이크 같은 소리를 내도록 고안 돼 있는 듯 했다. 엔진이 작아진 탓에 소리도 작지 않을까 우려를 했는데 차 한대가 슬라롬을 하는 동안 인제 스피디움 전체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거대한 소리가 났다. 

 

가속력은 머리가 등받이에 착 달라붙는 정도였다. 코너링에선 가속, 감속이 이어지는데 그럼에도 터보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자연흡기 6기통 박서 엔진에서 4기통 직분사 터보엔진으로 바뀌었다는건 팬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작은 차체에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거침없는 6기통 엔진과 폭포수가 쏟아지는 듯한 우렁찬 사운드를 떠나 보내야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가슴 아팠다. 

그럼에도 신형 4기통이 기존에 비해  더 강력한 토크와 가속 성능을 내놓는걸 목격하니 기분이 묘했다. 이전 엔진이 워낙 우수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새 엔진을 내놓는 포르쉐의 입장은 결코 녹녹치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엔진을 내놓은건 다 이유가 있을터였다. 

 

애초부터 미드십이던 박스터는 매번 신모델이 나올때마다 팬들을 놀라게 할만한 주행감각을 보여줬다. 이전보다 아주 조금 가벼워졌을 뿐일텐데 주행 느낌은 완전한 경량 스포츠카를 타는 것처럼 월등히 가볍게 느껴졌다. 훨씬 나은 토크와 출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박스터가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하는 팬들에게 포르쉐는 일격을 가했다. 이젠 역사속 모델이 돼 버린 포르쉐 박스터 GTS를 가져와서 반짝이는 최신형 포르쉐 718 박스터와 나란히 드래그 레이스를 펼친 것이다. 그 결과는? 예상하는 대로 일말의 기대감마저 꺾어 버렸다. GTS는 스포츠모드, 스포츠플러스모드에 론치콘트롤까지 이용해도 절대로 718 박스터를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으로 슬프고 한편으론 기뻤다. 

 

# 터보의 채용, 비등장 배기의 채용

새 박스터는 2.0리터급 4기통 터보를 장착하고, 박스터S는 2.5리터급 4기통 터보가 탑재된다. 포르쉐에 따르면 3.0리터와 3.8리터 엔진에서 2개 실린더씩 빼고 나머지 4개 실린더만으로 소형화했다고 한다. 

덕분에 터보차저의 장착 위치도 매우 절묘하게 만들어졌다. 엔진이 짧아진 덕에 앞쪽에 빈 공간이 생겼고, 여기 터보차저를 장착하면서 좌우측 배기관의 길이가 꽤 달라지게 됐다. 흔히 ‘부등 배기 시스템’이라고 하는 개성있는 소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카락카락”하는 식의 사운드가 나는데, 이 덕분에 멀리서도 이 차가 박스터라는걸 알 수 있게 됐다. 

이 차는 비록 싱글터보를 이용하고 있지만 시승차 박스터S의 경우 911 터보에서나 쓰던 가변터빈지오메트리(VTG)를 이용하므로 터보의 존재를 느끼기 매우 어렵다. 배기온도가 지나치게 높은 가솔린 터보에 VTG를 쓰는건 세계에서 포르쉐 단 한곳 뿐이다. 포르쉐 기술자들이 대체 어떤 방법을 이용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가 없다. 포르쉐는 스포츠카에 터보를 장착한 가장 최초의 회사이자 지금까지도 터보 기술이 가장 앞서 있는 메이커인 만큼 이런 일이 가능하겠거니 추정만 할 뿐이다.

 

# 다운 사이징 아닌 라이트사이징(Right sizing)

2.0L 터보는 다운 사이징이 아닌 라이트 사이징(Right Sizing)이라고 표현한다. 최고 출력은 300마력, 최대 토크 380Nm이라는 숫자는 2.0리터의 최고봉이라 할만한 메르세데스 벤츠 AMG A45(381마력/475Nm)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하지만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4.7초로 결코 느리지 않다. (A45는 4.6초)

 

2.5L 터보를 장착한 박스터 S는 VTG도 채용한데다 최고출력은 350마력, 최대토크는 420Nm을 낸다.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4.2초로, 이전 포르쉐 카레라와 같은 수치다.  뉘르부르크링 기록은 7분 42초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낸다. 케이맨 GT4보다 단 2초 느릴 뿐이다. 

연비는 놀랍다. 아직 국내 연비는 나오지 않았지만 유럽 기준으로 박스터S가 13.7km/l를 낸다. 이것이야 말로 ‘라이트 사이징’이라는걸 보여주는 셈이다. 

이전 모델이 가졌던 느낌, 이를테면 가속하고 또 가속해도 자꾸만 불끈불끈 힘이 솟는 형태의 재미가 줄어든건 아쉬운 부분이다. 반면 초반부터 강한 토크를 맛보면서 강력하게 밀어 붙이는 힘을 즐기는게 새 포르쉐들의 특징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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