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벤츠 E클래스 쿠페, 과감한 선택의 끝은?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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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11 12:21
[시승기] 벤츠 E클래스 쿠페, 과감한 선택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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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브랜드를 통해 차종이 풍성해지고, 국산차 브랜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쿠페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문짝이 두개 뿐이고 세단에 비해 가격도 비싼 쿠페를 사치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존재한다. 비단 국내 소비자들만의 고민은 아니겠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쿠페에 인색하다.

이런 쿠페의 불모지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 등 모든 주력 세단 라인업에서 파생된 쿠페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E350 쿠페를 시승했다. 306마력을 발휘하는 3.5리터 V6 엔진이 장착돼 세단과 차별화된 주행 감각을 발휘하며 외관 디자인도 AMG 모델에서나 볼법한 화려함이 스며들었다. 판매가격은 7930만원이다.

◆ 같은 플랫폼, 다른 느낌

E클래스 쿠페는 한등급 아래 차인 C클래스 쿠페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한다. 휠베이스는 동일하지만 크기를 조금 키웠다. 대신 이름처럼 E클래스 특유의 감성은 잘 담아냈다. 엔진도 다르고 하체나 서스펜션 세팅도 예사롭지 않다. 이제는 C클래스 쿠페 혹은 CLK클래스의 꼬리표를 떼고 엄연한 E클래스로 받아들일 때가 됐다.

 

헤드램프의 LED 주간주행등이나 확 바뀐 테일램프의 LED에는 상당히 기교를 부렸다. 가까이서 살펴보면 그 섬세함과 화려함에 잠시 넋을 잃을 정도. E클래스와도 세부적인 디자인이 다르다. 범퍼 하단의 크롬 장식도 이전 모델이나 C클래스 쿠페와는 크게 차별화됐다.

 

실내 디자인은 E클래스와 별반 차이가 없다. 버튼 시동 대신 키를 꽂고 돌리는 방식이 적용된 것을 제외하면 거진 똑같다. 칼럼식 기어노브는 둘째치더라도 스티어링휠이나 패들시프트 등 쿠페나 고성능 모델에는 더 그럴싸한 장식이 더해지면 좋겠다.

 

시트는 몸을 잘 지탱해주면서 편안함도 잃지 않았다. 시트만 놓고 본다면 디자인이나 편안함은 최상급 모델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또 히팅 및 통풍기능도 지원된다. 뒷좌석 시트도 편안하긴 매한가지다.

카브리올레 모델도 염두에 둔 탓인지 B필러가 없는 구조다. 덕분에 더욱 늘씬해 보인고 뒷좌석까지 창문을 개별적으로 열 수 있고, 창문을 모두 열면 카브리올레 못지않은 개방감도 느낄 수 있다. 또 면적이 넓은 선루프가 장착됐고 머리공간도 여유로워 뒷좌석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꼭 무리는 아닐거라 생각된다.

 

뒷좌석에 탑승하기 위해서 앞좌석 등받이의 손잡이를 잡아 당기면 저절로 앞좌석이 앞으로 이동하고 등받이도 함께 앞으로 눕는다. 다시 손잡이를 당기면 시트는 원상복구 된다. 뒷좌석 시트를 접을 때도 앞좌석은 자동으로 앞으로 밀려 시트가 서로 부딪히는 것을 막는다. 친절한 배려가 곳곳에 숨어있다.

 

◆ 우아한 움직임, 스포티한 성격도 두루 갖춰

성능에서도 차별화를 주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C클래스 쿠페(C63 AMG 제외)는 디젤 모델만 판매하고 E클래스 쿠페는 가솔린 모델만 내놓았다. 또 E클래스 세단에도 동일한 엔진이 장착되지만 후륜구동 모델은 아니기 때문에 E350 쿠페는 나름 회소성도 있다.

 

배기음부터 예사롭지 않다. AMG가 아닌 이상, 배기량이 크다고 한들 부드럽고 조용할 줄 았는데 예상밖으로 나즈막한 저음의 배기음이 귓가를 자극한다. 덕분에 무엇이든 응당 메르세데스-벤츠 세단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부푼다.

 

출발. 칼럼시프트는 언제나 이색적이면서도 꽤 편하다. 드륵드륵하는 조작감은 중독성이 강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기겁할 정도로 달려나간다. 기대치가 높아졌다 해도 이 정도의 가속감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살짝 놀랐다. 배기량이 높으니 잘 나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민한 반응이나 잘 다듬은 엔진음은 가속페달을 더 밟도록 자극한다.

 

금세 속도는 고속도로 제한속도까지 오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쾌하고 여유롭다. 가속페달은 반도 밟지 않았다. 고속에서도 조작이 안정적이고 실내도 유입되는 소음도 극히 적다. E클래스 세단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차체가 작고 시트포지션이 낮음에도 실내 소음 유입을 잘 틀어막았다.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안락함까지 더해져 상쾌함이 온 몸을 감싼다. 머리가 맑아지는 수준. 이쯤되면 “차는 역시 벤츠”를 저절로 연발하게 된다.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에 비해 핸들링은 조금 아쉽다. 완만한 고속 코너나 연속되는 코너에서 조작성이 뛰어난 수준도 아니고, 서스펜션도 BMW나 아우디의 스포츠카보다 부드러워 노면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덜하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생긴 것은 나름 우락부락하지만 우아하고 부드럽게 타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

 

◆ 19세기부터 쿠페를 만들던 벤츠는 다르다

세단 일색이던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러 수입차 브랜드를 통해서 다양한 차종이 선보이고 있으며 국산차 브랜드도 그 뒤를 쫓고 있다. 쿠페에 문외한 이던 현대차도 어설프게나마 쿠페에 가까운 차를 내놓고 있다. 이미 세단 시장은 포화됐다는 것.

 

메르세데스-벤츠는 마차에 엔진을 달던 시절부터 쿠페를 만들어왔다. 또 그 어떤 브랜드보다 그 멋과 낭만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쿠페를 만든다. E클래스 쿠페가 세단에만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의외로 불편함이 없고, 오히려 더 매력이 넘친다는 것은 일단 타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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