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디젤차 미세먼지 10문10답…진짜 문제는 대기오염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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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07 09:55
[스케치북] 디젤차 미세먼지 10문10답…진짜 문제는 대기오염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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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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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폭풍우가 몰아치듯 미세먼지 관련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정부는 급기야 종합대책을 내놓기까지 했죠. 이렇게 급격하게 미세먼지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은 우리나라 대기 상태가 나빠진 게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디젤 자동차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정부 및 많은 언론을 통해 얘기되고 있는 '미세먼지 주범=디젤차 배기가스'라는 등식에는 다소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경유차로 인해 다뤄야 하는 진짜 문제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더군요. 그래서 문답형식으로 디젤 승용차 배기가스 문제, 그 중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질소산화물(NOx)에 대해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Q1. 자동차가 연료를 태우게 되면 오염물질이 나온다고 하는데?

자동차는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죠. 그리고 특히 디젤 자동차는 인체에 해로운 대기오염 물질을 여럿 내뿜고 있습니다. 입자 성분으로는 미립자상 물질(PM)이 있고, 가스 형태로 배출되는 건 일산화탄소나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이 있습니다.

#Q2 디젤 배출가스 이야기에 '트레이드 오프(절충)'란 표현이 자주 보이는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앞서 소개한 PM이란 것 있죠? 주로 배기구에서 검은 연기 형태로 나오는데 흔히 매연 혹은 검댕, 또는 미립자상 물질이나 분진 등으로 부릅니다. 그리고 요즘 한창 이슈인 질소산화물(NOx)이 또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묘한 것이, 현재 기술로는 둘의 배출량을 동시에 줄일 수가 없습니다.

 

분진을 줄이기 위해서는 연소온도를 높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질소산화물은 늘어나고,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연소온도를 낮추면 분진(PM)이 늘어나게 돼 있습니다. 이걸 트레이드 오프(trade off)라고 하죠. 요즘 디젤 자동차들은 눈에 보이는 미세먼지 1차 발생원인인 PM을 줄이기 위해 고온연소를 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질소산화물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이 중요한데 EGR이니 LNT니 SCR이나 하는 어려운 용어들은 모두 질소산화물을 처리하기 위한 장치에 대한 것입니다. 작년에 터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도 바로 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고, 얼마 전 환경부가 실시한 디젤 자동차들이 실제 도로에서 얼마나 배출가스를 배출하는지 측정한 것도 바로 질소산화물이 기준치를 얼마나 넘었나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Q3. 분진 배출을 막는 게 중요한데 경유차는 어떤 방법을 쓰고 있나

흔히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라는 장치를 이용해 최대한 억제하고 있습니다. 디젤 매연 저감장치라고 부르는데, 이 필터가 없다면 엄청나게 많은 시꺼먼 매연이 나오게 됩니다. 다만 입자가 가는 PM 2.5 수준의 미세먼지(매연)를 DPF가 제대로 거르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좀 더 정확한 자료를 통해 공개되어야겠습니다. 또 필터는 관리 역시 중요한데 이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Q4. 가솔린 자동차는 이런 매연에서 자유롭나

휘발유 차량은 보통 디젤 자동차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고 나머지 오염물질의 경우 디젤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고, 현재 늘어나고 있는 가솔린 직분사 엔진 (GDI)이 디젤보다 PM을 더 내뿜는다는 독일의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물론 가솔린 직분사와 디젤 매연의 독성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발생 자체는 분명 문제 수준이라 봐야 합니다. 그래서 DPF처럼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도 필터(GPF)를 달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죠.

또 오래된 가솔린 차량의 경우도 매연을 디젤 자동차 못지않게 내뿜는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가솔린 자동차 역시 매연(미세먼지)의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해야겠습니다. 적어도 매연 저감 장치를 제대로 달고 관리한 디젤 자동차와 가솔린의 PM 배출량에선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될 겁니다.

#Q5. 그렇다면 왜 디젤 자동차가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이라 불리나

최근의 이유만 놓고 보면 질소산화물(NOx) 때문에 그런 듯합니다. 보통 미세먼지 1차 발생원 중 하나로 자동차 배기 물질인 PM을 말하는데요.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 그리고 황산화물은 대기 중에 있는 오존이나 암모니아 등과 화학적 반응을 해 2차 미세먼지 발생원 중 하나가 된다는 게 환경부의 얘기입니다. 독일 환경부 홈페이지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환경부 발행한 '미세먼지, 도대체 뭘까?'라는 소책자에 보면, 우리나라 수도권은 이 2차 미세먼지 비중이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의 2/3를 차지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결국 이 얘기대로라면 질소산화물이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봐야겠죠.

 

#Q6.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이 결국 맞는다는 건데

사실 이 부분이 문제입니다. 경유차가 쏟아내는 PM은 필터를 통해 어느 정도 제어가 됩니다. 질소산화물은 최근에 확인된 것처럼 실제로는 기준치를 크게 넘어서고 있죠. 그러니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하지만 질소산화물이 대기 물질과 화학반응을 보여 미세먼지가 된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죠. 독일 환경부 자료를 봐도, 또 그 외 해외자료를 봐도 미세먼지에 질소산화물이 영향을 주긴 하지만 주범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하는 곳은 없습니다. 질소산화물 총량으로만 보면 미국이 독일보다 10배 가까이 많이 내뿜습니다. 미국은 픽업트럭까지도 가솔린이 주종을 이루는 가솔린의 천국과 같은 곳이죠. 만약 디젤차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 주범이라고 한다면 미국은 디젤차가 많아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젤차의 배기가스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한다면 중국엔 디젤 자동차가 가득해야 하는데 거기도 트럭 등을 제외하면 가솔린 선호가 절대적입니다. 반대로 디젤 자동차 비율이 높은 프랑스나 스페인, 그리고 가솔린과 디젤 비율이 절반 수준인 독일 등은 미세먼지가 가득해야 하는데 서울 등과 비교하면 미세먼지 수준이 낮습니다.

무조건 디젤차=미세먼지 주범으로 보려면 이런 상황을 이해시킬 명확한 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환경부 자료에 보면 2012년 기준 PM2.5(문제가 되는 미세먼지는 보통 PM10~PM2.5까지를 말함)의 총배출량은 76,287톤으로, 이 중 제조업이 52%, 비도로 오염원이 17%, 도로이동 오염원이 16%, 생산공정이 8%, 에너지산업이 5%, 비산업 부문이 2%를 차지하고 있다고 돼 있는데요.

 

이 데이터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해도, 도로이동 오염원(교통)은 16% 수준으로 주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닙니다. 거기다 확인되지 않은 가솔린이 내뿜은 PM은 포함도 안돼 있고, 최근 독일과 영국이 함께 테스트했을 때 나왔듯, 가솔린 차량도 도심 정체 구간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질소산화물을 내뿜고 있다는 점도 고려가 안된 내용입니다.

특히 도로에서 배출되는 PM2.5의 69%는 화물차, 22%는 RV, 승합차(5%), 버스(3%), 승용차 (0.3%) 순으로 차지하고 있다는 환경부의 자료대로라면 더더군다나 디젤 승용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계에 나온 배출량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감안해도 적어도 디젤 승용차를 주범으로 몰아가는 건 과해 보입니다.

#Q7. 지금까지 내용을 잠시 정리해 본다면

질소산화물을 경유차가 많이 배출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기엔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특히 타이어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브레이크 장치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거기에 아스팔트 사이에 박혀 있는 미세먼지 등도 고려가 돼야 할 겁니다.

#Q8. 그렇다면 디젤 승용차의 경우 대기오염과 무관하다?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미세먼지에만 국한해 디젤 자동차 문제를 보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스모그와 떼래야 뗄 수 없습니다. 스모그는 아시다시피 하늘이 뿌옇게 보이게 만들 뿐 아니라 그 뿌연 대기 속에 갖가지 오염 물질들을 품고 있는 굉장히 유해한 대기오염의 한 축이죠.

 

흔히 런던형 스모그, LA형 스모그 등으로 분류가 되고 있는데요. 런던형 스모그는 공장이나 빌딩의 연소시설, 그리고 유럽 특유의 난방문화인 벽난로나 그밖에 난방 방식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10여 차례에 걸쳐 과거 런던에서 이 스모그로 많은 이들이 죽었고 고통을 당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주로 겨울과 밤에 나타난다고 해서 독일 등에선 겨울스모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LA형 스모그는 LA에서 발생한 새로운 형태의 스모그에 붙여진 이름으로 흔히 광화학 스모그, 또는 여름 스모그라고 불립니다. 런던 스모그와 달리 자동차 배기가스가 중요한 원인입니다. 런던 스모그가 하얀색 안개처럼 대기를 덮고 있다면 LA형은 적갈색으로 뿌옇게 도심을 뒤덮고 있습니다.

#Q9. 질소산화물=디젤차=스모그, 이렇게 봐도 되나

질소산화물이 스모그나 나쁜 오존을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모든 질소산화물이 디젤 자동차에서만 나오는 건 아닙니다.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중국이나 미국 등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높은 곳인데 경유차 점유율은 보잘것없는 수준입니다. 디젤 자동차 이외에도 질소산화물 배출 요인들이 다양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참고로, 프랑스가 파리를 시작점으로 점진적으로 경유차를 줄여가겠다 했죠. 이는 우리 정부나 지자체가 디젤 자동차를 미세먼지와 연결시켜 보는 것과 달리, 스모그 억제에 좀 더 초점을 두고 디젤 자동차 문제를 본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실제로 프랑스의 미세먼지 총량은 디젤차 퇴출 문제와 상관없이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문제는 스모그 등, 포괄적 대기오염인 것입니다.

#Q10. 최근 독일에서 의미 있는 실험이 있었다던데

얼마 전입니다. 독일 유력 자동차 매체인 아우토빌트가 하이델베르크 연구팀과 함께 주행 중 차량 안으로 들어오는 이산화질소량을 확인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산화질소는 질소산화물의 핵심이죠. 이 이산화질소가 우리 건강에 매우 나쁜 영향을 끼치는데요. 결론은, 이산화질소가 도심에서만 많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도로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에 디젤 승합차가 달릴 때, 트럭이 달릴 때, 또 차량이 많은 아우토반을 달릴 때, 그리고 터널 안 등에서 굉장히 많은 양의 이산화질소가 뒤 차량 안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질소산화물이 도심에서 더 많이 배출된다는 그 동안의 주장과는 다른 내용인데요. 디젤 자동차의 문제는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그보다는 스모그나 오존 등, 좀 더 큰 틀의 대기오염원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관점이 아니면 계속 미세먼지에만 초점을 맞춰 잘못된 진단과 해결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 제조사와 정부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합시다

사실 유럽은 이산화탄소에 많은 비중을 뒀습니다. 디젤차가 클린디젤이라 불린 것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봤기 때문이죠. 하지만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그동안 질소산화물의 배출가스 기준치를 강력하게 만들어 갔지만 실제로 제조사들은 이를 도로 주행 시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제조사들은 시험실 기준치만 만족시키면 됐고, 정부들은 그것으로 잘 되고 있다고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줬습니다. 하지만 이제 질소산화물이 과배출 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기술적, 그리고 법적인 노력이 현실 안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실도로 측정을 통해 배출가스 문제를 잡아가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일부 메이커들은 배기가스 기준치를 이미 만족시키는 수준의 디젤 엔진을 내놓거나 다양한 처리장치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개발 과정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조사들의 기업윤리가 발휘되기 또한 바랍니다.

그리고 질소산화물을 비롯, 미세먼지 배출 문제에 대해서 환경부는 제대로 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원인을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미세먼지만이 아닌, 종합적인 관점에서 대기오염 전체를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립돼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중국발 대기오염 문제도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미세먼지 발생의 30~50%가 중국 영향이라는 환경부 자료를 보면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린 디젤 자동차보다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그냥 대충 넘어가서는 안되겠죠. 제대로 원인이 파악돼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거 잊지 않길 바랍니다. 또 여전히 배출가스 검사 시 필터를 떼거나 하는 등의 불법이 이뤄지고 있는데, 철저히 단속해서 이런 부분 역시 빨리 개선해야 합니다. 끝으로,

정부는 어떤 이슈가 나올 때, 그 때만 잠시 반짝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적어도 우리의 환경과 국민의 건강 문제에 대해선 단절 없이 책임감과 의지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 오염물질에 대한 염려보다 정부의 신뢰할 수 없는 대기오염 정책에 더 국민의 염려가 더 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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