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삼성 QM3, 대한민국 상식 바꿀 수 있을까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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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09 09:24
[시승기] 르노삼성 QM3, 대한민국 상식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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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웃부웃부우우웅~”

이 기묘한 소리는 QM3가 출발할때의 소리다. “부우웅,부우웅”하는 ‘보통 변속기’ 소리를 기대한 운전자라면 좀 당황하겠다. 초반 가속은 90마력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디젤 터보 엔진이 초반에 높은 힘(22.4kg.m)을 내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아주 직결감 좋은 DCT 변속기가 내장돼 있어서다. 국내 브랜드에서 DCT와 디젤을 결합한 차를 내놓은건 QM3가 처음이다.

DCT 변속기는 변속 속도가 빠른건 물론이고 수동변속기 못지 않게 힘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느낌도 들어 일찌감치 이를 도입한 폭스바겐 자동차들이 주행감각에 대한 좋은 평판을 얻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르노삼성에선 이미 SM5 TCE에서 DCT변속기와 터보엔진을 결합했지만 이보다는 QM3의 DCT가 더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디젤은 낮은 RPM에서도 출력이 강하기 때문에 초기 출력을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붙잡아주는 DCT 변속기와 찰떡궁합이다.

이날 시승행사는 코엑스에서 시작해 여러 길을 거쳐 동탄 신도시에 있는 한 카페를 다녀오는 코스였다. 가는길에는 연비 운전 대회를, 돌아오는 길에는 자유주행을 할 수 있었다.

◆ 연비운전대회, 29.9km/l로 1등을 차지하다.

연비운전대회라고는 하지만 트립컴퓨터의 연비에 의존하는 것이고, 정확한 순위를 가리기 보다는 재미에 가깝다.

르노삼성 QM3의 연비운전대회는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해 삼성동 코엑스를 지나는 등 막히는 도로를 포함해 50km 넘는 거리를 달리며 이뤄졌다.

가속페달도 아껴밟고, 틈틈이 크루즈컨트롤로 차 속도를 조절하고, 브레이크는 가급적 밟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며 달렸다.

그 결과 29.9km/l(표시연비는 18.5km/l)로 다른 팀과 공동 1등을 차지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QM3는 트립컴퓨터 평균연비 표시기가 29.9km/l로 제한 돼 있어서 그 이상의 연비는 표시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연비가 우수하다면 적어도 40km/l까지는 표시되도록 만들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르노삼성 QM3의 디젤 터보 엔진과 DCT(듀얼클러치 변속기)

공교롭게도 전날 있었던 기아차 K3(표시연비 16.2km/l) 시승행사에서도 연비운전대회를 했는데 이때도 기자가 탄차가 1등을 차지했다. 이날 기록한 연비는 24.4km/l로 QM3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 또 이 시승행사는 시내는 거치지 않고 통일동산에서 일산 킨텍스에 이르는 25km 가량의 한산한 자유로를 달렸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K3 행사에서 경쟁사에 비해 공인연비가 떨어지는 이유를 묻자 기아차 개발자는 "DCT 변속기를 개발중이지만 아직 장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 최고속은 기대하지 말아야...운전재미는 충분

올라오는 길에는 연비를 감안하지 않고 말 그대로 마구 밟아봤다.

가속페달을 밟을때 가볍게 치고 나가는 느낌은 매력적이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힘이 부족해진다. 기분 좋은 느낌은 딱 시속 110km까지고, 그 이후는 힘이 부치는게 느껴진다. 딱 규정속도까지만 최적화 돼 있는 듯하다.

반면 핸들의 안정감은 놀라운 수준이다. 고속에서 핸들을 잡고 있을 필요가 없겠다 싶을 정도로 꿋꿋하게 직진을 하고, 코너에서도 꺾는 그대로 돌아간다고 느껴지는 정도다. 차체의 기울어짐은 상당히 억제돼 있다.

 

프랑스 르노의 핸들링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이 차는 그 명성이 CUV에서도 이어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전과 다른 형태의 '운전의 즐거움'을 보여주는 듯 하다.

더 강력한 출력의 차라면 그 또한 나름대로 좋았겠지만 이 정도 엔진은 사회초년생, 혹은 신혼부부의 패밀리카라는 개발 콘셉트에 맞는 세팅으로 보인다. 유럽에는 120마력 가솔린버전도 있지만 경제성을 제외하더라도 초반 토크 등을 감안하면 90마력 디젤을 선택하는게 백번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시트는 지퍼를 통해 따로 떼서 세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디자인으로 쉽게 갈아 끼울수도 있다. 이전 SM3의 착좌감은 영 불만이었는데, 이번 시트는 그보다 훨씬 그럴듯하고 편안하게 몸을 잡아주고 있다. 특히 조수석에도 ISOFIX가 있어서 혼자서 아기를 태우고 운전해야 위급상황에선 유용할 것 같다.

◆ QM3, 대한민국의 상식 바꿀 수 있을까

요즘 신차발표회는 영 심심하다. 행사는 화려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신차가 그리 빛나지 않아서다. 자동차 숫자도 늘어났고 설계나 충돌 안전성도 이전에 비해선 월등히 좋아졌지만 뭔가 흥분되는 요소를 찾기 어렵다. 수백대 신차 중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차는 손에 꼽는다.

안전 규정이나 경제성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너무 안전 위주로 차를 만들어내는 느낌이다. 일반적인 자동차로 만들어 어느 정도 매출을 확보하고, 실패해도 손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튀는’ 차가 나온 것도 감지덕지인데, 상당한 초반 인기까지 끌고 있다니 무척 기쁘다. 이런 차가 경쟁사들에게 경종을 울려 공격적인 신차들을 내놓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 차는 필러(Pillar, 창틀)부터 천장까지를 차체색과 다른 투톤으로 칠했는데, 이같은 처리는 기존 완성차 공장에서는 할 수 없는 효과다. 르노 스페인공장은 QM3를 위해 특화됐기 때문에 이런 처리가 가능했다고 한다.

차체는 닛산 주크와 마찬가지로 소형차를 기반으로 전고를 높인 스타일이다. 전고를 높이면 같은 축거에도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머리공간은 물론이고 무릎공간까지 더 늘어난다.

 

문제는 늘어난 약간의 공간을 뒷좌석에 쓸지 트렁크에 쓸지를 결정하는 것인데 이 차는 뒷좌석을 슬라이딩으로 처리해 소비자가 이를 상황에 맞게 조절하도록 했다. 르노는 경차급인 트윙고부터 뒷좌석을 슬라이딩 되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 사용해보면 아주 편리하고 활용도가 높다.

조수석 글로브박스는 크기를 키우다 못해 아예 서랍식으로 넉넉하게 만들어놨다. 차량등록증이 제대로 안들어가는 차도 있는데, 여긴 아예 신발을 넣어다니도록 만들어졌다. 

CUV 스타일이고 전고가 높아 조금 무거울거라 예상했는데, 공차중량이 1300kg으로 아반떼 디젤(1335kg)이나 K3 디젤(1340kg)에 비해 오히려 조금 가볍다. 실내는 쉐보레 트랙스만할거라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훨씬 크고, 스포티지보다는 작다.

아이디어, 운전 재미, 연비, 디자인 등 다양한 면에서 잘 만들어진 차다. 기자도 어쩌면 이런 차를 기다리고 있었던건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선 세단이라는 식상한 상식에서 벗어나 개성있는 차를 받아 들일 준비가 됐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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